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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4일 08시 45분 등록

 

    2012060100149_1.jpg                             2012060100149_0.jpg

 

                                    위 사진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 사진이다.                                                                                                           크라프트 급 부상,    보통사람 이미지로 인기                                                                                        

 

 

며칠 전 일간지에 단아하고도 아름다운 여인이 내 눈길을 끌었다. 크라프트.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현 추세가 이어져 크라프트가 올 연말 예정된 사민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내년 하반기 독일 총선은 두 여제(女帝)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크라프트의 인기 비결은 소탈함이다. 그는 선거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가를 부르고 춤을 추며 어울렸다.

평소에도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지역 음식점에서 일하거나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직접 공구를 든다.

크라프트의 '동네 아줌마' 같은 친근한 이미지는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메르켈의 강성 이미지와 대비된다.

 

데카메론은 1300년경에 씌여진 산문이다. 14C와 21C기의 여인들의 차이는 엄청난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난 대학에 들어가서 가장 신기한 과목이 여성학이었다. 딱 한 학기 한 과목을 신청해 들었는데,

여성 상위시대가 한국에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0년대라 충격이 꽤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국에서 막 공부를 마치고 온 강사가 열정적으로 강의했던 장면, 300명 정도 되는 강의실에서 들었던 학생의 열정이 뿜어내던 에너지만이 남아 있다.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비교해 볼때 데카메론에서 보여준 여러 여인네들의 모습은 참으로 낯설고도 때론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이제 열 명의 인원이 모여 막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째 날, 신중한 필로메나는 이런 말로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어린 처녀가 아니고 다 성숙한 여자들입니다만 남자 분의 지도 없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실 거예요.

우리 여자들은 변덕이 심하고 다투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의심이 많고 무서움을 잘 타는 겁쟁이들이니까요.

 남자분의 인도를 받지 않으면 이런 집단은 쉽게 깨지고, 불필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죠. 그러나 일을 벌이기 전에 잘 의논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Oh my God!!! 14세기 여성들은 여성 자신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해 놓고 남자들에게 의지하던 시대구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같으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말을 잘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책의 일곱째 날 이야기는 부부 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서양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의례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을 핀다 하면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데, 데카메론의 삼각관계는 주로 아내의 정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곱째 날의 열 가지 이야기는 모두 삼각관계가 모티프가 되어 있다는 점, 아내들의 정부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

왜 십자군 전쟁터에 나가는 귀족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정조대를 채우고 전장에 나가야 했는지 오랫동안의 의문이 풀어지는 대목이었다.

 

여덟째 날의 7번째 이야기는 귀부인들이 왜 그렇게 남편을 두고 또 다른 남성을 취하려 했는지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 언제나 주변을 의식하며 자기 존재를 과시하던 엘레나 부인이 이 청년의 눈길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죠.

부인은 사내들의 사랑이 자기 아름다움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은근히 추파를 던져 리니에리를 끌어들였습니다. ”

 

다른 남정네일지라도 그네들의 사랑을 받으면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왜곡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물론 당시 모든 여성들의 가치관이 데카메론에 나오는 여인네들의 가치관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가지 이야기 중에 많은 부분이 성직자의 부패와 타락, 여인들의 바람기등을 다룬 책이라면 또 그 책이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다면,

분명히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되어진다.

 

오늘날은 바야흐로 신 모계사회로 진행 중에 있다고들 한다.

시댁보다는 친정 가까이 사는 가족들이 많고 - 물론 일하는 여성들의 증가가 주된 원인- 고부간의 갈등보다는 장서간의 갈등이 많아지는 추세다.

미래 학자들은 이런 신 모계 사회가 205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엔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의 법칙에 의해 부계사회로 돌아갈 것이라 예측하지만 미래는 미래일 뿐.

14세기 “남자 분의 지도 없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실 거예요. ”라고 말했던  필로메나가 살아나 피렌체와 가까운 독일에서 두 여제의 대결을 본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 이제 우린 남자들의 지도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었군요.” 하고 지지와 응원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나약한 말을 하며 다시 아! 옛날이여 하고 14세기 피렌체로 돌아갈 것인가?

상상만해도 즐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IP *.107.14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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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09:22:08 *.229.239.39

"상상만해도 즐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그러게요. 상상만해도 재밋내요.

얼마전 유명 강사분에게 들은 이야기 인데, 지금은 남성들의 성공적인 대화기법은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였는데 공감하고 흐믓했지요. 8기 멤버는

여성이 다수 이니 직간접으로 많은 체험을 공유할 수 있으니...감사 하지요.

글에서 보여지는 퇴색하는 부계사회의 한 일원임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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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10:39:21 *.107.146.138

ㅎㅎ 웨버님 ~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세대를 압도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네요

퇴색하는 부계사회의 일원이란  표현이 재밌어요.

나라랑 웨버님은 오늘까지 맹공하셔야겠는걸요?

토욜 오프 수업때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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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11:51:07 *.51.145.193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평화롭겠지요. 확신하고 지지합니다.

누님을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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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11:54:39 *.107.146.138

ㅋㅋㅋ 난 아니여~

나라라면 몰라도.

재용아 토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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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21:57:56 *.39.134.221

준이가 소재로 삼았던 그리셀다 읽으면서 준이같은 생깍을 했지.

그리고 책에서 반전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며 기대하고 읽었는데

끝내 반전은 없고 그 못된 정도가 사악한 남정네를 다시 받아들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맺음말을 보고 책보기 싫어졌거든.

 

21세기에 태어남을 고마워해야할것같아.

그 시대를 살아낸 필로메나에게도 떙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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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22:01:02 *.107.146.138

우리 같은 여자들에겐 21세기가 땡큐지만 ...

행님 우리가 필로메나 시대 살았던들 ...글쎄 뾰죡한 수가 있었을까?

ㅎㅎ 행님이람 모르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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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22:09:09 *.39.134.221

그래서 지금이 좋다는 이야기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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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23:32:52 *.68.172.4

여성들도 권력욕은 남성과 동일하다더군요!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폭력이 덜할 것 같지는 않아요.ㅋㅋㅋㅋ 길수 행님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샐리 언니는 역시 정세에도 밝고 우리에게 한 줄기 정보의 빛을 던져주시는군요. 그 다채로운 소재와 발랄한 필치가 늘 즐겁게 하네요. 사실 우리나라도 두 거대당의 총수가 모두 여자였던 적이 있었죠. 지금도 유효한가? 박근혜, 한명숙. 이제 "여성"이라는 것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게 된 사회 분위기가 너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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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6:56:55 *.107.146.138

섭정을 하던 대비들이나 중국의 여제후들을 보면 레몬말이 맞는것 같네.~

ㅋㅋ 컬럼 소재는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것일 뿐이야 레몬..

우리같은 캐릭턴, 21세기에 감사해야겠지..

이번주 준비하느라 수고하겠구나 이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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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5:25:56 *.194.37.13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양쪽을 바라보는 누님의 통찰력이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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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6:58:21 *.107.146.138

두 여제의 대결 내용은 그리 소상히 알지 못하지만

언론의 관심이 되었다는 것은....머 앞으로 더 자주 만나지겠지?

그나저나 터어키 다녀온 프로젝트 울회사서도 하고 싶은뎅...

이번에 올때 자세히 물어보고,  자료 있으면 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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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6:24:34 *.33.144.244
저도 읽으면서 괄호 안에 넣고 (끄억, 으악, 흠.., 응?) 이런 단어들을 적어놓은 부분들이 언니가 예를 들어준 부분들이에요.
14세기 여성들의 삶, 그런데 남편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아주 쉽게 쓰여져 있어서 뭔가 이상한 느낌. 결국 남편이 아내를(아내가 하녀에게 대신 그자리에 있게함) 폭행하는 장면이 있기도 했지만.

저는 잘 쓸 수 없지만 언니가 글을 써주니 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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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7:03:14 *.107.146.138

그래 세린아 남편이 두들겨팰때도 ...하녀를 대신하고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사제를 떼내어 버릴때도

속옷 한벌 사주고 하녀를 대신 잠자리에 넣고,,

생각해보니 주인여자들이 못됐다 그치?

그에비해 14세기 우리나라 여자들은 그놈의 여성 恨 의문화를 만든

시앗을 보는 사회였지?  ...ㅠ

담에 태어나면 어렸을 때부터 서양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을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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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7:42:14 *.114.49.161

저는 데카메론 속 여자들이 정말로 저렇게나 성적인 자유를 누렸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애인하고 같이 있는 장면을 들켰다고 오빠나 아버지한테 애인은 살해당하고, 출산한 아이가 위협당하고, 조리돌림, 화형을 시키는 게 현실이었을 것 같아요.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복으로요.  연속극처럼 꾸며진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소설 속에서만 복수하는 상상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정말은 어떤지 궁금했어요. 아, 주변에 여성학 전공한 이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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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8:09:23 *.107.146.138

콩두야 난 그랬을것 같은데? 왜냐면 우리가 현재 보는 드라마들도..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지 않니?

픽션도 기본은 논픽션에 의해서 구성되는게 아닐까?

예전에 수도원이나 수녀원 근처에 그렇게 아기 무덤이 많았다는구나

울 중학교 세계사 샘왈...근데 정말 믿기지가 않았었거든...그런데 이번 책을 보니

그랬겠구나...나는 이해가 가고

콩두는 청정지역에 살아온듯...ㅎㅎ 험악한 세상도 많은데 말이다.

오늘 리움 갔다가 사과나무란 그림 찍어 왔어 올리던지 보내줄께/

문경아씨 생각이 나서말이다. ~ 토욜만나서 한번 토론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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