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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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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5일 16시 29분 등록

(마음을 나누는 편지에 올려야할 글을  칼럼에 올려 두었으니  당분간 같은 글이 두번 들어가 있겠네요)

 

영어에 '네서스의 셔츠' a shirt of Nessus 라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치명적 선물' 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그런 뜻으로 쓰이게 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언어처럼 그 문화를 잘 담아둔 그릇은 없으니까요.   우선 네서스가 누군인지 알아야 이 뜻이 풀리겠지요 ?

 

고난에 찼던 12가지의 과업을 마친 영웅 헤라클레스에게도 죽음이 찾아 왔습니다. 그것은 그의 삶만큼이나 비극적이었습니다. 그는 데이아네이라 Deianeira 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였습니다. 어느 날 그들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강물을 건너게 되었지요. 이때 네서스라는 이름의 켄타우로스 -하체는 말이고 상체는 인간인 반인반수(半人半獸)- 가 나타나 데이아네이라를 태워 강을 건너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강을 건너자 네서스는 데이아네이라를 태운 채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비명 소리를 들은 헤라클레스는 활을 쏘아 네서스를 쓰러뜨립니다. 그 화살에는 괴물 히드라의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었지요. 죽어가는 네서스가 여인에게 말합니다.

 

"미안하오. 그러나 처음 본 순간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겼다오. 피 묻은 내 옷을 잘 간수해 두시오. 언젠가 헤라클레스의 사랑이 식으면 이 옷을 입히시오. 그러면 당신에 대한 사랑이 다시 살아 날것이요"

 

몇 년이 지난 후 데이아네이라는 남편 헤라클레스에게 다른 여인이 생겨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네서스의 셔츠 생각이 났습니다. 그것이 사랑의 묘약이 되어 헤라클레스의 사랑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녀가 헤라클레스에게 이 옷을 입히자 히드라의 독이 온 몸에 침투되었습니다.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분노와 광기로 아내를 죽이게 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하여 장작을 쌓게 하고 그 위에 올라 불에 타 죽고 맙니다. 데이아네이라는 네서스가 죽어가면서 자기를 속여 헤라클레스에게 복수를 한 것을 깨닫고 역시 자살하고 맙니다. 네서스의 셔츠 a shirt of Nessus 라는 말은 그후 '치명적 선물' 이라는 영어 관용귀로 남게 되었습니다.

 

 

정치가나 사업가들 사이에는 사과박스에 가득 담긴 돈이 '치명적 선물'이 되어 파국으로 치달리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를 사는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인생 전체를 뒤집어 엎는 '치명적 선물'이 배달되어 오는 때가 있을까요 ? 마흔에 찾아 온 불륜, 이권을 다루는 업무에 연루된 돈봉투, 분노가 만들어 낸 어처구니 없는 실수, 인생을 낭비하게 하는 무기력들은 늘 주위를 기웃거리며 우리가 실수하기를 바랍니다.

 

 

다행스럽게 이 셔츠는 다양한 모양으로 바뀌어 우리에게 찾아오지만 그것을 알아 볼 수 있는 공통의 표식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치명적 독을 품은 피가 묻어 있다는 것이지요. 네서스의 피가 만들어 낸 얼룩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얼룩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에서 스물거리며 피어나기 때문에 일부러 못 본척 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 잠들지 않게 하는 것이 자기 수련인 듯합니다.

 

 

나는 하루에 한 번은 자연을 자세히 들여보려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탐스럽게 자신을 키워 낸 상추밭에 가서 아침에 먹을 몇 잎의 상추를 뜯어 옵니다. 어제는 백일홍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물을 흠뻑 주었는데, 아침에 첫 봉오리의 꽃이 피었습니다. 아이 머리통만한 수국의 시든 꽃송이 옆에 다시 붉은 꽃머리가 피어오르는 것을 봅니다. 여름이 짙푸른 녹음으로 찾아오는 감나무 옆 내 식탁에서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씁니다. 이럴 때는 절대로 네서스의 셔츠를 입을 일이 생기지 않을 듯합니다. 나도 여름 속 식물처럼 그렇게 잘 나를 키워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깨어있게  하는 또 어떤 좋은 방법을 가지고 계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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