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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일 10시 07분 등록

이 글은 3기 연구원 최영훈(소전)님의 글입니다.

 

갑자기 2주전에 베트남 출장과 두바이 출장을 가야한다는 소리를 듣고 난감했다. 연구원 과제도 만만치가 않았고, 연말이라 정리하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어렵다고 얘기를 했으나, 결국 여행 보따리를 싸고야 말았다. 떠나오는 날 새벽까지 업무를 대충 정리하고 부랴管?떠났다. 25명의 대형 그룹으로 편성된 우리 팀은 빡빡한 일정으로 공항과 항만을 분주하게 돌아다녔고 저녁에는 현지 진출기업과 간담회에도 가야만 했다. 과제물도 틈나는 대로 해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출장중 하이라이트는 호치민에서 두바이로 오는 일정의 중간인 수요일이었다. 일곱시에 호치민 호텔에서 나와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오니 두시가 넘었고, 다시 홍콩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에 도착, 호텔에 돌아와보니 12시가 넘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치면 새벽 5시, 일어나서 과제를 할 시간에 도착을 해보니 머리가 어지럽다. 12월이 서늘하다고는 하지만 매캐한 모래먼지에 뜨거운 햇살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기내식이 조금 이상했는지, 속은 벌써부터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책은 놓지를 않았다. 중국과 서양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봤을 때, 베트남과 두바이는 두 지역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뭔가 표출된 것이고, 끊임없는 역사를 남겨놓은 그 무엇이 있다면 현재 추구하는 아름다움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의 실체는 어디에나 실제 느낄수 있을 것이다. 공항과 항구의 물류 견학이라는 본래 출장 목적에 미의 탐색이라는 목적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산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평야의 지평선과 그 지평선으로 붉게 떨어지는 석양이 참 아름다웠다. 프랑스의 지배를 100년 이상 받다가 독립을 했고, 공산화의 시절에 월남과 월맹으로 분리되었다. 마찬가지로 1940년에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공산화의 물결에서 월남과 반군간의 내전에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참전을 하여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동족과 다른 나라와 힘겨운 전쟁에서 승리를 하였고, 1970년대 후반 중국과의 전쟁을 끝으로 평화체제로 접어들게 되었다.

지금은 거대한 개방의 물결에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아름다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흰색이었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여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간혹 마주치게 되는 모습은 베트남만의 독특한 순박하고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거대한 오토바이의 물결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자들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온몸을 칭칭 감아놓는다. 흰색은 어느새 여자들이 갖고 싶은 이상향의 피부로 자리잡고 있었다. 밤이 되면 자외선이 많은 태양빛을 피하기 위하여 감았던 가리개를 풀어놓고 근사한 얼굴을 내놓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문득 흰색과 밤의 불빛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은 전쟁에서 승리한 자긍심이었다. 프랑스와 일본, 미국을 상대로 전승한 유일한 나라라는 자금심이 한 눈에 들어왔다.,거대한 개방의 물결이 휩쓸고 있지만 그 물결 속에서도 자신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수많은 기업들의 러브콜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해보지 않고 선택하는 비법을 알았다. 그 과정에서 어떤 비굴함도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돈을 벌게 되며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논리 속에서 거대한 부정의 커넥션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현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많은 교민들의 모습에서도 한 나라의 미적 기준을 맞추기 위하여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밤이 되면 온 몸을 드러내놓고 활보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시장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과 호화롭게 생활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에서 미의 혼란이 느꼈다.

두바이에 도착을 하고보니 온 동네가 공사판이다. 높은 빌딩을 짓고 부두를 짓고 공항을 짓고 있었다. 베트남과는 다른 느낌을 느낄 수가 있었고 비전과 정해진 계획과 전략에 따라 실제로 이루어지는 꿈을 볼 수 있었다. 두바이의 아름다움은 바로 비전이었다. 원유 같은 천연자원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 두바이의 국왕은 글로벌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두바이가 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항과 항만을 개발하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서 제조와 환적을 용이하게 하였다. 30년이 지나 지금은 그 비전이 실현되고 있었고, 그러한 자신감이 더 크고 넓은 비전을 다시 수립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두 번째의 두바이의 아름다움은 자유였다. 규제로부터의 자유, 종교로부터의 자유, 정치적 속박으로 부터의 자유를 추구하였다. 모든 행정의 개념이 자유로부터 출발하였고, 자유는 많은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하였고, 사람을 모으는 힘이 되었다.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고용과 조세를 걱정하고 있을 때에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이익을 바라보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위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간판과 그 사이로 분주한 공사현장에서도 자유가 느껴졌다. 감추어진 아름다움도 있었다. 전통의상인 안드라를 입고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지나가다가 얼핏 얼굴을 훔쳐보는 아름다움도 있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외에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두 나라 모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의 호치민은 강대국의 지배를 받고 동족끼리 전쟁중에서도 원칙을 잃지 않았고 사심없이 평생을 조국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을 하였다. 김구선생님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였다.호치민은 그가 독립운동을 할때 사용하였던 마지막 가명이었고, 수도아름으로 사용되며 국민들로 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두바이의 前 국왕인 세이크 모하메드도 황량한 사막에서 두바이가 앞으로 나가야할 비전과 전략을 그렸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여 실행으로 옮겼다. 지금은 두바이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반면 그와 반대되는 아름답지 않음을 가지고 있었다. 되도록 다른 나라까지 와서 아름다움이 아닌 더러움을 본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자꾸 그쪽으로 마음이 쓰이는 것은 왜일까?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로 농경사회가 무너지고 산업사회로 들어가는 우리나라의 70년대의 모습이 어른거렸고,두바이 시민들의 부유하고 여유 있는 생활과 파키스탄, 네팔 등지에서 와서 공사장을 전전하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아름다움 속에 숨겨져 있는 미학도 인류가 발전하느네 큰 기여를 했지만, 아름다움과 반대편에 있는 추악함과 더러움도 세상을 발전시키는 큰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 빌딩의 모습에서 아름다움보다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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