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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9일 05시 09분 등록

 

우리는 왜 고전을 읽는가 ? 고전이 우리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주어진 삶을 살면 된다. 자기 몫의 삶을 살면 그것으로 족하다.   삶은 책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위대하다.   문제는 삶이 졸렬해 졌다는 점에 있다.  살다보니 우리는  그날 닥치는 일이나 그 시각에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에만 겨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외적인 가치를 성공이라고 믿고 쫒다보니 내적인 균형이 허물어졌다.   인류의 삶을 떠 받쳐 온 심원한 내면의 문제, 내면의 신비, 내면의 통과의례를 제대로 겪지 못하게 되었다. 삶을 풍부하게 하는 심원한 삶에서 멀어졌다. 깊은 인생은 없고 누구나 비슷한 복제의 삶이 주어졌다. 이러다가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으로 죽게 될지 모른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바로 이 내면적 가치, 그 가치를 찾아가는 삶의 길잡이와 이정표가 바로 고전이다.  내면의 가치를 잃었다고 느낀다면 바로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삶의 지표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바로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삶의 황홀을 맛본지 오래 되었다면 내 영혼을 위해 바로 지금이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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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옛날의 이야기 남의 나라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

세계와 진정한 유대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다.   진정한 글로벌리제이션은 단순히 어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화적 문맥을 읽어 내는 것이다.  자기 것만 읽으면 도그마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것을 읽으면 메시지를 얻게 된다.   여행이 멋진 이유는  보지 못한 풍광과 세속을 만나기 때문이다.   책은 여행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문법을  많이 접할 수록볼 수록 삶은  풍부해진다.   

 

그러면 고전이란 무엇인가 ?

고전은 오래된 책이다. 그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퇴색되지 않을 만큼 버틸 수 있었던 인류의 근육이며 신경체계인 것이다.  그러나 고전은 단지 오래된 책이 아니다.  고전은 '진실에 진실한 작가' 들이 쓴 책이다.  이것이 조셉 캠벨 식 정의다.   진실에 진실하다는 뜻은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고전은 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완전한 인간은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을 봐라.   매일 엎어지고 자빠지고 깨진다.  몸은 조그만데 머리는 터무니없이 크다.  이 불완전한 균형이 사랑스럽지 않은가 ?   아슬아슬한 것, 인간이라고 느끼게 하는 그 순간 그 모습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은 두렵고 무섭다.   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신앙인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보면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아들을 안고 비탄에 빠진 어머니를 보면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을 떠날 즈음의 여든 고령의 석가는 고향 쪽을 향하여 최후의 여행을 떠났다.  나이의 힘겨움에 지친 석가는 대장장이 춘다가 공양한 음식 때문에  심한 설사로 더욱 힘들었다.  쿠시나가라에 도착한 석가는 "나를 위하여 두 그루의 살라 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으로 향하게 누울 자리를 깔아다오. 아난아, 나는 피곤하다. 옆으로 눕고 싶다'     그러나  그는  힘들었지만  '스승의 꽉 진 주먹' 처럼 감추어 진 진리가 없음을 밝히기 위해서 최후의 순간 까지 법을 설했다.   아름답지 않은가.  우는 아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난아, 울지마라. 이별이란 우리에게 가깝고 소중한 모든 것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태어나고 생겨나고, 조건 지어진 것은 모두  그 자체 안에 사멸할 성질을 품고 있다. 그렇지 않을 수 없다"

Indias-Largest-Stone-Statue-of-Buddha.jpg

 

그는 마지막 순간을 그답게 마감했다.   석가를 친견하기 위해 찾아 온 수바다라는 고행자를  마지막 제자로 받아 들였다.  모두에게 명확히 알고 싶은 것이 있는 지 물었다.  세 번이나 물었다.  모두 침묵하자 석가가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조건 지어진 모든 것은 무상하다. 그대들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하여 부지런히 노력하라"

무상하다. 그러니 애써라.   이것이 마지막 설법이었다.  존자 가섭이 석가의 임종 소식을 듣고 쿠시나가라로 달려 왔다.

애처럽지 않은가!  우리를 울게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불완전한 필멸의 불쌍한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음에 경탄하고 순간에

몰입하고  사건 마다 살아있음을 체험해야한다.  

 

고전은 바로 불완전한 인간에게 작가가 진실한 언어의 창을 던지는 것이다.  깊은 상처를 입힌다.  그것은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사랑의 창이다.   불완전한 인간을 찔러 그 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 토마스 만은 이것을 '에로틱 아이러니' 라고 불렀다.   고전은 나를 바꾸는 지독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삶에 기쁨을 쏟아주는 위대한 이야기다.

 

(인간개발연구원을 위한 원고,  2012년 8월 19일) 

 

* 나는  EBS 고전 읽기를 조셉 캠벨로 부터 시작합니다.  그의 책을 보면서  고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책과 삶으로 부터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나는 얼마나 바라왔던가 ! 

IP *.128.2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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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20:43:54 *.75.12.25

성경이나 불경들을 읽으면서 인생의 삶의 참길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진리의 길로 가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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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11:15:36 *.212.217.154

고전과 혁명

불멸과 파괴

탄생과 죽음

이 모든것 들이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완전 하기에 아름답고

그 불완전 함으로

인간성이 완성되는것 아닐까요?

내 안의 두 모순을 어떻게 어울리게 할 지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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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16:21:14 *.196.228.74

고전이란, 그 만큼의 세월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 남았기 때문에 가치가 있지 않을지요.


책에도 고전이 있는것 처럼,

우리들이 매일 출근하고 일하는 조직도

백년을 넘어 살아남을 수 있는

고전의 조직, 

그런 조직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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