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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10시 43분 등록

시칠리아 사랑이야기의 덤

 

 

사랑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게 팔월 오프 수업이었다. 주경야독은 아니고 주주야담쯤 되겠다. (주) : 싸돌아다닐 주. (담) : 수다떨 담. 종일 다닌 후 호텔에 돌아와 씻고 먹고 나서 모였다. 평균 시작시간 9시, 늦으면 11시. 숙면에 들 밤. 이야기 하는 이만 안 졸고 1/3은 깨어서 듣고, 1/3은 졸고, 1/3은 푹 자는 수업. 내 이야기할 때만 빼고 100% 잤다.

 

나는 출발 전부터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에게 말못할 대단한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자로 건질만한 건더기가 없는 국이어서다. 여름에는 매운 고추기름에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들고 고기 국물을 진하게 우려내어 끓인 육개장이 맛있는데. 아니면 약이 되는 인삼과 대추와 황기, 마늘을 넣어 살이 흐물거리도록 푹 무르게 삶은 삼계탕도 좋은데. 들깨미역국은 채식주의자들이 좋은 보양식이라는데 단지 끓이기 쉽고 재료의 보관 조달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미역국을 사시사철 장복하는 나는 별로다. 맨 밥에 물 말아 김치나 얹어, 간장에 계란후라이 비벼 먹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쥐포 씹으면서 찜질방 계란 찌는 법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해 읽고 아홉시 뉴스 시간에 불 끄고 자던 삶을 살아온 내게 사랑이야기란 참 그석한 미션이었다. 허나 한밤의 시칠리아 사랑이야기는 그들의 뼈와 살을 진하게 우려낸 국물을 들이마시는 시간이었다. 육개장, 삼계탕, 곰국이 있었고, 토마토와 쇠고기,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 끓인 서양식 국물 요리, 생살을 포로 뜬 회(생선과 육고기, 심지어 말고기까지)가 있었고, 사냥해서 바로 구운 낯선 고기와 푸성귀도 있었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집밥 된장찌개, 신선한 해물이 든 파스타같은 사랑도 있었다. 어떤 것은 입에 맞고, 어떤 것은 맞지 않고, 어떤 것은 아예 맛을 못 봤고 어떤 것은 신기했다.

 

이건 딴 소린데 시칠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아침마다 뭐 먹는 꿈이나 먹을 걸 눈 앞에 두고 못 먹는 꿈을 꾸면서 일어난다. 쇼핑하던 식재료 가게에서 진귀한 치즈류는 구경만 하고 담백한 빵 한 봉다리 달랑 계산대에 올려놓았는데, 귀퉁이가 썩은 오렌지를 3개 주인 몰래 까먹었다고 56만원짜리 영수증을 지불하라는 꿈-신물이 올라왔지만 신용카드를 긁었다-, 신라면 큰 컵 컵라면에 물을 부어서 딱 알맞게 면발이 익었는데 한 젖갈도 못 건져 먹고 깨어난 꿈, 술집 사각 테이블에 만만한 세 남자(건너편에 가이드, 내 옆에 젊은 남자 사장, 모퉁이에 반말 친구)와 앉았는데 나는 사람과 대화에는 관심 없고 안주로 나온 노란 오믈렛에 열을 올리다 깨어났다. 이 오믈렛은 두 세 조각 맛봤다. 새벽시장에서 갈치대가리가 한 아름 다발로 잘린 걸 구경하다 도살장에서 부위별로 발라서 가지고 온 육고기를 펴는 흰 옷 입은 이들을 보다가 일어났다. 나는 갈치구이나 보쌈을 먹고 싶은거지 생 고기를 먹을 수 없는데. 또 비행기를 갈아타는 곳에서 사천왕상을 닮은 검은 여자 분수대를 구경하다 길을 잃었다. 나는 비행기 표를 갖고 있지 않고 게이트를 모른다. 내 걸 가진 일행과 간신히 재회하자마자 나는 '배 고프지 않냐?' 물었다. 내 표를 가지고 있던 그가 나더러 이륙하자 마자 기내식을 줄거라고 해서 안심하는 꿈. 나는 애정 결핍 기아상태인가?      

 

암튼 사랑이야기를 하긴 했다. 항아리를 박박 긁어서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날 눈에 띈 두 아이 이야기로 시작했다. 한 아이는 남자아이였고 한 아이는 여자아이였다. 남자아이 이야기는 그날밤에 했으니까 오늘은 도톰한 미색 도꾸리를 입었던 걸로 내 맘대로 기억을 편집하고 있는 이 여자아이 이야기를 한다. 남자아이를 보던 것과 비슷한 강도의 눈길로 잠잠히 지켜보았던 여자아이의 장면이 이 수업의 번외 경품, 우수리, 개평, 깜짝 선물이 걸린 돌발 찬스다. 눈독들이고 있는 고가의 김치냉장고나 제습기가 아니라도 신난다. 포인트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나올때처럼.     

 

이 친구는 단발머리를 했다. 미용사가 이쁘게 자른 단발머리가 아니라 육이오전쟁 직후의 피난민 캠프를 찍은 사진에 나오는 단발머리다. 나도 비슷했을까? 나는 아마 신신미용실에서 자른 커트머리였을거다. 아무리 알뜰한 새댁이었어도 엄마가 직접 자른 단발머리로 첫 아이 입학식을 데려갔다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입학식날은 아마 3 4일이었을 거다. 나는 그 아이의 눈이 유난히 깜빡이는 걸 보았다. 아이들이 뜻도 모르고 눈까재비라고 놀렸다. 눈을 많이 깜빡이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나 생각했다. 나는 그 친구네 집에 갔었다. 왜 갔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놀러 갔겠지. 잘 없던 초가집과 슬레트집이 이어져 있던 그 친구의 집은 철길 아래 동네였다. 작은 방문 앞 마루는 나무가 아니라 시멘트였다. 긴 치마를 입고 어린 동생을 무릎에 안고 있던 엄마 눈이 딸과 비슷한 걸 보았다. 나는 문득 골똘해졌었다. 아니, 특수교육과가 20살 때 재수하다 지쳐서 저지르듯 확, 갑자기 아무 상관없는 인생에 들여온 게 아니였단 말이야? 내가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는 친구랑 잘 놀았던가?

 

시칠리아에서 돌아와 보니 카톡이 와 있다. 중학교 때 친구다전화를 걸었더니 옛날 이야기를 한다. 아기였던 막내 동생, 더 놀다 가라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야기다. 증조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10월에 돌아가셨거든. 중학교 때 친구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구나.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와 다른 친구가 같이 우리집에 놀러를 왔었단다. 나는 그 다른 친구를 기억한다. 그 친구는 어른이 되어 내가 배운 병명으로 척추측만증이 있었다. 우리보다 2살이 많았다. 젊잖은 용어로 취학유예, 안 젊잖은 고향 입말로 두 해 꿇었다. 그런데도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작았고 체육시간은 열외였다. 우리보다 1살이 더 많은 그 친구의 여동생이 매일 가방을 들어다 주었다. 나는 그 친구 동생한테는 꼬박꼬박 언니라 부르고, 그 친구한테는 꼬박꼬박 이름을 불렀다. 너는 나하고 같은 반 친구인데 뭣하러 언니라 부르냐는 게 내 논리였다. 전화를 건 친구는 아이 셋을 낳아 기르고 있다. 남묘호렌게교 제목을 아침저녁으로 모신다 한다. 그 기도를 열심히 하다 보니 거의 소식이 끊어진지 15년이 되어가는 나에게 전화를 거는 기도빨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맞아 이 친구는 오리골 살았지. 그리고 나는 오리골에 놀러를 갔었고, 그 아픈 친구네 집에도 여러 번 갔었어. 같이 숙제할 때 본 그 언니 손톱이 짧게 이쁘게 잘라져 있었지. 글씨도 얼마나 야물딱지게 이쁘게 쓰던지. 마침 고모네가 새로 집을 사서 그 동네에 잠깐 살 때였거든. 그 언니의 소식을 물어보니 결혼해서 서울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단다. 우리는 둘 다 언니라 불렀다 그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왔다갔다 한다.  

 

또 다른 언니의 기억. 고향 동네 그 언니네 집 앞 바위에서 잘 놀았다. 거긴 응달이 져 얼음이 잘 안 녹았다. 언니는 이마가 좁고 말이 느리고, 머리를 어린아이처럼 가리마를 타서 묶었다. 그리고 빨간 루즈로 굵은 펜을 서툴게 다루듯 입술을 그렸다. 그 언니는 2년간 보이지 않았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가 사내 아이 하나를 낳고 쫒겨왔다고 했다. 언니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이 간질이라고 말했다. 나는 무거워 보이는 병명을 듣고 잠잠히 있었다. 근데 엄마가 간질이면 아이도 간질일까, 엄마 없이 할머니랑 애기가 잘 클라나, 언니는 영영 애기 못 보나 속으로 몰래 궁금해하고 걱정했다. 그 언니네 집에 내 친구네가 세 들어 살았었다. 비가 오는 여름이었다. 친구한테 놀러 갔는데 갸는 딴 데 놀러가버리고 없었다. 언니는 집 안 어른들이 모두 일하러 가서 혼자 있었다. 그 언니와 놀았다. 담장 위에 올려진 호박덩굴에서 애호박 하나를 따서 채 썰어서 전기 쿠커에 볶아서 반찬을 만들었던 것 같다. 어른들이 불을 쓰지 말랬다고 언니가 무서워했다. 나는 집에서 늘 하던 일이어서 괜찮다고, 전기쿠커는 저절로 불이 꺼지니까 괜찮다고 직접 보여주면서 설득했다. 남의 집 찬장을 뒤져서 들기름을 두르고(나는 내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에서 무한 긍지를 느꼈다),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미원을 뿌려 맛을 냈었다. 빨간 신선로가 그려진 미원봉다리는 마약이었다. 언니는 내가 호박을 따오고, 썰고, 볶는 걸 지켜보고, 숟가락으로 뒤적이고, 간을 보아 주었다. 완성이 되자 좋아했다. 나도 기쁘고 뿌듯했다. 몇 년 전에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수교사로 일한 지 15년째다. 야매다. 여전히. 정상분포 곡선의 정상 범위에는 들어간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부모님의 기대대로 하지 못한다는 걸 보상하기 위해 머리로만 불쑥 길을 정한 것 같았던 내게 이 여자친구와 고구마 덤불처럼 딸려온 두 언니 이야기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식구들의 내력을 모두 알고 있는 시골이어서 다른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아무런 편견 없이 지내는 분위기였던 영향이 크다. 상관없다. 별 생각없이, 여럿이 또는 혼자서 놀러 다녔고, 같이 놀면서 즐거워 했던 기억이 내게 있었다는 건 새로 발굴된 유적이다. 아, 한 친구가 더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학교 다니던 아랫 마을 남자 아이. 야도 나와 나이가 같았다. 시험마다 모든 문제에 같은 번호를 쓰는데도 전교 꼴찌가 아니었는데, 한번은 짖꿎은 친구가 6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시험에서 한 문제도 맞추지 못했다. 사지선다형이었으니까. 하지만 한 번도 나하고 한 반이었거나 같이 놀았던 적이 없었고 풍문과 풍경으로만 존재했다. 그 선량한 표정의 남자 아이는 흰 머리가 조금 난 중년의 뒷모습으로, 지난 번 고향에 내려갔을 때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갔지. 옛날 그 집에서 혼자 사나, 의식주는 남의 손 빌리지 않고 해결하고 사나, 일은 다니나, 동네사람들은 잘 대해주나 궁금했었다.  

 

스무살의 11월, 대학교 원서를 어떻게 하나 고심하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탔었다. 아침에 노량진 종합반 학원을 가다 말고 재수생 추리닝 바지 차림으로 무턱대고 떠난 춘천, 소양호, 청평사. 내가 타고 들어간 게 막배여서 스무살에는 청평사에 닿지 못했었다. 그 길에서 특수교육과라는 걸 처음 들었고 그 날 결정했다. 나는 거기가 뭐하는 과예요? 물었고 장애인 어쩌고 교사 어쩌고 가장 간단한 답을 들었다. 그 일에 대한 커다란 거부감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덥석 결정할 수 있었구나. 어쩌면 그건 저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힘들지 않은 것으로 내게 이미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겠구나. 새로운 발견이네. 재미있네. 

 

시칠리아 여행 직전에 나는 청평사에 다시 갔었다. 이번엔 닿았다. 당나라 공주가 몇 년 지고 다니던 묵은 뱀을 풀어놓은 곳이라는 전설을 읽었다. 뱀은 공주가 사랑하던 신분 낮은 남자였는데 딸의 선택이 마음에 안찬 아버지 황제가 죽여버린 이가 변해서 된 거였다. 아무리 해도 뱀이 공주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아프니 황제는 딸을 좋다는 곳을 찾아 요양을 보냈단다. 중국대륙에서 이 곳까지 올 동안 세월은 얼마나 흘렀고, 얼마나 많은 거리를 두 발로 헤매었을까? 뱀은 공주 마음의 응어리,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아픔, 딸의 사랑을 단칼에 베어버린 아버지에게 품은 원망이리라. 딸이 뱀을 여읜 절에다 돈을 보내어 중창하게 한 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한다. 낯선 나라의 깊은 산 속에 와서야 마음의 자유를 얻은 이들의 이야기가 애닯다. 절은 생각보다 선착장에서 가까웠다. 약수를 마시고, 500살 잡수신 주목 아래에 서서 땀을 식히고, 법당에서 삼배를 했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속삭였다. 부처님, 참 이상해요.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오는 데 이십년이나 걸렸어요. 스무살 때 여기 오려다가 저는 특수교육과에 가기로 결정을 했어요. 아시다시피 갈짓자 행보에 고생 좀 했죠. 근데 저는요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요? 앞으로 이 직업을 계속 할까요? 아님 그만하게 될까요? 이 안에서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할까요? 쓸데없는 그 놈의 생각 나부랭이들일랑 집어치우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 현재에 집중하라고요?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고 그때그때 또 선택하고 그러라고요? 아, 네. 나는 확 밝아진 표정으로 옆 사람을 향해 생글거렸다. 자기때매 웃는 줄 알고 그도 나를 향해 환히 웃었지. 그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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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7 11:05:28 *.51.145.193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참 행복했었다는 느낌입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냥 놀 수 있'었다는 것. 멍때리건 뛰건 부러지건 싸우건..노는 것 말고

'해야할 것 없'이 그냥 놀았던 기억 말이지요. 누님 덕분에 즐거운 기억 들추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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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3:09:01 *.114.49.161

그냥 놀았던 추억이 가장 값진 보물인 듯 해요. 재용.

재용의 댓글을 읽으며 나도 지금 만나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잘 놀도록 해야겠다 싶으네요.

태풍이 부네요. 재용 있는데는 괜찮은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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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7 22:05:43 *.39.134.221

국민학교시절....몇학년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고

친구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다. 그 친구 내가 좋아하는 친구도 아니었는데, 그집에 놀러간 이유는 단순했어

군것질용도로  용돈으로 쓸수없었던 나는 친구들이 사먹는 과자를 먹고 싶었던거야.

그집에는 많은 종류의 과자박스가 있었다. 나는 그 박스에 과자가 들어있는줄 알았거든

과자를 얻어먹을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갔었는데...과자를 나누어주질 않는거야.

나중에 알았지. 그 박스에는 과자가 들어 있었던것이 아니고 그냥 잡동사니 짐을 넣어두는 박스였다는 사실을.

당시 변변한 옷장이 있는 집들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살던 동네가 지금도 달동네인 백사마을인것을 커서야 알았지.

이 생각이 날때마다 나는 나를 보며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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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3:10:38 *.114.49.161

그 얘기를 듣고 보니 그 과자상자 옷장을 쟁이고 살던 가족,

거기 따라가 과자를 얻어먹길 바랬던 아이가 다 짠하네요.

행님이 백사마을을 품은 양반이어서 압구정동에서 돈 만지는 직업을 가지면서도 남들과 다를 수 있잖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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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09:32:00 *.194.37.13

흘러가는데로 흘러가더라도, 누님 마음, 그 한 가운데에는 밝음이 있어요. 긍정이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 저는 그것을 알았어요. 모두들 아니라고 할 때, 긍정으로 지켜주고

안아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주변의 사람들만 의식한 채

아무런 생각없이 대답해버려서 누님 얼굴 볼 때면 마음 한 켠이

복잡해지곤 했어요. 하지만, 누님 글 읽으면서 제 마음도 환하게 밝아오네요~

고맙습니다.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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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3:13:55 *.114.49.161

한젤리타가 긍정을 읽어주니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심

저는요 얼마전에 내 어금니 근처에 난 작은 덧니를 쉬 빼어냈는데 내 어금니가 몽창 빠진 꿈을 꾸었답니다.

많은 꿈을 꾸는 건 혼자서 지내고, 많이 자니까 -_- 그러는 것 같아요.

암튼 한젤리타를 잡고는 자꾸 꿈얘기를 하네요. 

다 잘 될 거예요. 한젤리타. 그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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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0:28:53 *.142.242.20

저는 언니 하나 있어요. 캐나다 유학중인데, 올 여름에 들어와서 4달 동안 있었어요. 

이제 30일이면 다시 떠나요. 

며칠 전에 언니 앞에서 나는 앞으로 이럴거고 저럴거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언니가

"지금 앞으로 네 일들을 다 결정하고, 계획하지 말고, 해보고, 또 그때가서 선택하고 그러는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준비하는 그곳에서 널 쓰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실력이 없다느니, 준비를 못했다느니 하는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냥 그곳과 니가 맞지 않았을 뿐. 다른 곳에 갈 수도 있는 것이니...

한번 해봐. 뭐든 해보는건 좋은것 같아. 내 생각에."


이러더라고요. 이 말이 그냥 흘러가듯 이야기 해줬지만 제겐 큰 힘이 된듯. 

ㅋㅋ 현재에 충실하고 그때그때 또 선택하면 된다는 말에 공감하며! 

제 미래를 열어두려고요. 제가 정해버리지 말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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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3:15:38 *.114.49.161

세린신은 잘 해나갈거예요.

그날 세린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세린은 잘 살거라고 얘기하셨는데요.

저도 비록 졸면서 들었지만 강한 긍정의 고개끄덕임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 15페이지 여행기 쓰면서 여름여행을 잘 보낸 것 같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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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9 09:20:18 *.72.153.115

저 언니가 끓이는 미역국 먹고 싶어요. 저도 미역국 장기복용을 위해 며칠전에 미역 사다가 잘라서 찬장에 넣어두었습니다.

언제라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재료가 있으니 새로운 음식 해먹을 기회가 줄어들긴 하네요.

 

참 이상해요. 왜 어떤 것들은 아주 어렸을 적에 씨가 마음에 뿌려지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평생을 사는데 두고두고 자라는지 궁금합니다. 풀기 어려우면, 대뜸 전생이라고 하던데, 이것도 전생부터 이어진 인연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랑을 먹는 거랑 빗대는 이야기를 많이 봤어요. 그 음식에 대해 말하는 것을 사랑이나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바꾸어서 읽으면 딱 들어 맞는 이야기를요. 콩두님의 사랑은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먹고, 만들어서 먹이는 것 같은 사랑은 어떨까요? 콩두님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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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09:19:41 *.114.49.161

정화님이 언니라 불러서 깜짝 놀랐어요.

댓글  끝에서는 그냥 콩두님으로 돌아가서 안심이예요.

미역국 장복자는 설악산 봉정암에도 있어요.

미역은 착해요. 싸고 맛있고 섬유소 풍부하고 게다가 영양가까지 많고

참 만만하죠? 잉? ㅎㅎㅎ 

정화님이 이야기해주신 사랑,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먹고 만들어서 먹이는 것 같은 사랑'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볼께요. 그리고 이야기 나눠요.

고마워요. 정화님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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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09.01 19:26:51 *.85.249.182

콩두 꼭곡 숨겨둔 사랑은 언제 풀려고요?

사랑 이야기 대신 미역국이야기, 어릴 때 이야기, 꿈이야기도 재미있어.

한 판 늘어지게 속 시원하게 잘 논 느낌의 글, 너무 잘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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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0 08:24:06 *.114.49.161

여신님 매번 글에 따듯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프수업에서 보는 모습, 조용하고 보드라우면서도 힘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책 읽고 글 쓰는 작가의 정체성을 참으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 저도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즐거운 9월 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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