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고맑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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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 놀이동산을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아이들과 놀이동산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미안함이 밀려와 자연에서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고향에 다녀오신 분들과 성묘가시는 분들로 인해 도로는 주차장으로 둔갑해, 40분이면 가는 거리를 3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연례행사로 놀러가는 놀이동산이지만 제물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다니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연휴라 놀이동산안에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동양인인 저보다 더 짙은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동남아랜드라고 해도 불러도 될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아 놀이기구를 타려면 30분은 기본으로 줄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질서 개념이 무디긴 무뎠습니다. 잠시의 틈이 생기면 중간으로 끼어들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웃어댔습니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제 앞으로 조금의 공간이 생기니 20대 초반의 외국인 아가씨 둘이 끼어들었습니다. 아들녀석은 긴 행렬에 지친듯이 '왜 저 사람들은 줄을 안 서?'라고 묻기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성질같아서는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다 큰 성인이 얼마나 빨리 타고 싶었으면 끼어들기를 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타지에 와서 오랜만에 경험하는 꿀맛같은 휴가인데 제가 화를 낸다면 그들의 하루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직장에서 이미 많은 욕을 먹으며 지냈을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욕을 많이 먹었을테니 우리나라말로 욕을 하면 알아 들을거 같아 그들의 끼어들기를 막아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아들녀석에게는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해졌습니다. 그들을 동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고, 욕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다려봤자 3분정도 더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려줄 수 있어?'라고 했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아들이 참으로 이뻤습니다.
그들의 하루가 웃음이었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웃으면서 보냈으면 그만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핏대를 세울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 때문은 아니지만 그 장소와 시간에 저는 웃고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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