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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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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2일 06시 13분 등록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1년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과대평가 하고,

10년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과소평가한다.

- 짐 론 (Jim Rohn) -

 

“선생님! 떨려요”

“걱정하지 말고 선생님만 믿어.”

“잘 할 수 있을까요?”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걱정하지 말고, 자 나가자!”

 

가을아침은 아직 춥고 아이들은 긴장으로 얼굴이 굳어 있습니다. 하늘은 흐린데, 안개마저 피어오릅니다.

지난 금요일 오전,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음악으로 놀자’ 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합창이 끝나자, 가족음악회와 교사 연주, 그리고 음악 특성화반 (바이올린, 리코더, 플루트, 사물놀이, 통기타, 난타)의 다양한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통기타반의 지도강사로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중략)...여행을 떠나요~

 

참석한 500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하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릅니다. ‘너와 나 음악이 되다’ 라는 음악회 주제처럼 기타를 치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흥겨움의 선율이 흘렀습니다.

 

기타반 강사가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일년 전, 기타 강습을 원하는 동네 아이들을 소개받아 토요일에 몇 명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예상치 않은 즐거움도 주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까르르르~ 웃어대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아이들과 있다 보면, 중년의 나이에 찾아오는 삶의 무력감,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쉽고 재미있는 교재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들은 모두 성인용이고, 성인들도 이해하기 힘든 교재들이 대부분입니다. 학원을 다닌 아이들의 80% 는 지루한 수업방식으로 중도에 포기합니다. 고민 끝에 십여 종의 통기타 교재와 기타 동영상 강좌를 비교 분석하고, 독학으로 배웠던 기타경험을 토대로 청소년을 위한 강습교안을 만들었습니다.

 

성당에서 마마스 앤 파파스 밴드와 성가대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쉽게 배운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 소화하기 힘든 강습요청이 밀려들었습니다. 마침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음악 특성화반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학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기타반을 만들면 아이들을 학교로 안내해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걸려 온 학교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통기타 반을 만들테니, 당신이 지도를 하세요.’

 

그렇게 올 4월부터 격주로 토요일 기타강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초등학교 교실은 볼수록 정겹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세상이 주는 상처와 그늘이 없는 원초적 에너지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손을 잡고 좋은 노래를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기쁨도 좋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이 가고 난 뒤의 텅빈 교실입니다. 따뜻한 가을햇살이 교실 유리창을 통해 비춰질 때 느껴지는.. 뭐랄까. 그 평화롭고 게으른 공기의 질감?.. 만약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과거의 나에게 전화해서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성아, 살아보니 알겠다. 너는 커서 학교 선생님이 되거라. 너하고 잘 맞을거야. 근데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힘드니까..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게 좋겠다.’

 

30대 중반, 표현하기 힘든 삶의 허기 같은 것이 늘 저를 목마르게 했었습니다.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아 헤맸지요. 매년 100 권의 책을 읽겠다며 리스트를 써서 읽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나의 강점과 단점을 앙케이트 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자기계발 강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크레파스로 미래의 꿈을 그림으로 그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숲 속 커다란 시골집 평상에 기타를 치는 아저씨가 앉아 있고, 주위에는 아이들이 앉아 같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그것이 제가 그린 그림 입니다.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3번이나 같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아이들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려오면서, 10년 전 그렸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는 거였나? 꼭 10년이 걸렸구나..’ ‘근데 너무 느린 거 아냐?’ 하는 생각과 ‘그래도 되긴 되는구나..’ 하는 웃음이 함께 나왔습니다.

 

겨울이 오고 또 다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될 것입니다.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

12월에 신년계획을 세운다면, 11월에는 ‘10년의 꿈과 계획’ 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IP *.34.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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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6:54:53 *.9.221.156

아이 두 명을 초등학교 보내보니 알겠습니다.

우리 아이같은,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는 딱! 오빠같은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숙제 하나도 안 내주고, 매일 노래부르고, 함께 놀고,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삶의 즐거움을 가르쳐줄 수 있는,

베짱이 같은,

허당같은,

이태리 남자같은,

바로 오빠 같은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그런 부모가 필요한 것을 점차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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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15:45:00 *.30.254.29

베짱이...

허당,

이태리 남자...^^

 

별명의 진화가 점점 버라이어티 하구나..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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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23:17:59 *.72.153.115

아 ~ 좋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에 미래버전을 생각해보는 것, 거 참 좋다.

노래 부르는 아저씨 너무 좋네요. 음 ~ 하아..... 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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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15:46:10 *.30.254.29

이미 즐거워하는 것을 하는 선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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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23:56:40 *.226.47.126

이 글을 보니 찡한 것이... 오라버니가 보고 싶네요^^
저는 과연 10년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초딩선생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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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15:46:46 *.30.254.29

너랑도 참 잘 어울린다.

초등학교 와 햇살...

잘 지내지!

늘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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