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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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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1일 00시 11분 등록
커피를 마실 때는 반드시 방문을 걸어잠급니다. 커피의 향을 음미하는 일에 순수하게 집중하기 위해서지요. 커피는 수동분쇄기에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 마십니다. 그 정도의 손놀림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네요. 출근하는 길이 일곱 개가 넘는답니다. 소소한 다양성을 통해 일상의 변주를 즐기는거지요. 대부분의 사람이 겨우 10분이 더 걸린다는 이유로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그는 택합니다. 그렇게 해서 빨리 도착한 10분 덕분에 삶의 역사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요. 날씨가 화창하면 잔디밭에 나가 강의를 합니다. 지리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논문을 쓴 적도 있다는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볼까요?


“아이들이 포충망으로 나비를 잡듯이 나는 내 감각의 그물로 온갖 쾌락들을 건져올리려 안간힘을 쓴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에서조차 내 쾌락의 포충망은 숱한 목표물들을 겨냥하느라 바쁘다. 여인의 아름다운 미소, 살갗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 쏟아지는 햇빛, 싱그러운 젊은 웃음 소리, 쇼윈도에서 빛나는 상품들, 도시 빌딩숲 사이에 엉뚱한 푸르름으로 서 있는 유실수들. 짧은 길을 걸을 때조차 내 몸은 이런 모든 것들 안에 깃들인 즐거움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팽팽한 긴장 상태로 들어서는 것이다. 나는 유죄인가. 그 평결 따위에는 관심 없다. 살과 뼈의 육체를 지니고 있는 동안 나는 그것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쾌락들을 철저히 누리고 싶을 뿐이다.”


그는 온 몸의 감각을 열어놓고 고른 호흡으로 삶의 모든 향기를 마시며 살기를 원하는군요. 축구의 목표가 골대가 아니고, 삶의 목표가 잘 나가는 것이 아니듯,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이지요. 흙이 되기도 전에 흙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쾌락’이란 ‘삶의 매 순간을 음미하는 맛’을 뜻합니다. 그 의미대로라면 나도 기꺼이 쾌락주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참고도서: 이왕주 지음/부산대 윤리학과 교수
“쾌락의 옹호”, 문학과 지성사, 2001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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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10.11 09:21:06 *.248.16.2
그러게요...10분 차이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완전 다르네요. 10분으로 난리가 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데 말이죠 .ㅋㅋ 저는 어제 저녁에 가을바람 맞으면 쾌락을 누렸습니다. 무슨 쾌락이냐구요? 퇴근길에 집 근처에서 새로운 호떡 포장마차를 발견했는데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호떡을 사서 먹으면서 라디오에서 철밀밀 주제곡인 '월량대표아적심'을 들으며 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걸어가는 쾌락을 누렸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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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10.11 10:35:03 *.209.102.210
생활철학과 업무에서의 화급을 다투는 문제는 구분해야 할 터인데,
위 책의 저자도, 단체여행길에서 집합시간을 하도 못맞춰서
기피인물이 되었을 정도라네요.
혼자 구경다니다 시간을 놓치는거지요.

그러니 업무에도 개인적인 기질이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안했을꺼구,
이래저래
세상은 공평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생은 '하루'라는 모습으로 내게로 왔다~~ 는 생각이 드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즐거운 일을 만들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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