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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1일 00시 40분 등록

당신의 생일은 언제 인가?

 

 

 

 

 

선생님! 오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학생들이 내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난리다. 비도 안 오는데 갑자기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떼를 쓰는 걸 보면 어지간히 공부하기 싫은 모양이다. 나도 무서운 이야기를 진짜 소름 돋게 해주고 싶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단 하나, 이미 학기 초 비가 올 때 써먹었다.

 

선생님 무서운 이야기 아는 게 하나 밖에 없는데 어쩌지?”

 

그럼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절대 바로 넘어갈 위인들이 아니다. 교단에 처음 섰을 때는 여중생들이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그것이 진심인 줄 알고 감상에 젖어 이야기 해주곤 했었다. 참고로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생물선생님을 3년 내내 짝사랑한 경험이 있다. 첫사랑 하면 떠오르기도 하고 꽤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5년 경력을 가진 선생님으로써 학생들이 순수하게 첫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단지 시간 때우고 싶은데, 무서운 이야기도 모르는 선생에게 나올 이야기는 첫사랑 정도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눈치를 채고 아이들을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첫사랑은 무슨, 선생님은 현재 사랑이 중요한 사람이야. 교과서 펴!”

 

! ! ! 선생니이이이이이임!”

 

난리가 났다. 이전 시간이 스포츠 시간이었는지 체육복을 갈아입으면서 소리를 지르는 녀석, 물을 마시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녀석, 그 와중에 수학 교과서를 사물함에 놓고 왔다고 나에게 복도에 나갔다 오겠다고 허락받는 녀석이 있다. 학생들이 매일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기간이 거의 다가왔을 즈음엔 모두들 자습을 하고 싶어 하고, 수업 시간도 꽉 채워서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시험기간도 아직 많이 남았고, 이전 시간에 스포츠 수업으로 힘을 뺀 녀석들은 아무래도 공부할 마음이 없다.

 

그래, 알았어. 무서운 이야기도 없고, 첫사랑 얘기도 하고 싶지 않은데, 뭐하지? 그리고 아예 수업을 안 할 수도 없어. 45분 수업 중에 우리 이미 5분 지났는데 20분은 수업에 관련된 이야기 하고 20분은 자유 시간 가질까?”

!”

 

오늘 수업 할 부분은 방정식이다. 방정식은 미지수 x를 구하는 식이다. 등호가 있고 미지수가 있다. 예를 들어 ‘x-1=0’와 같은 방정식은 1차 방정식이고 이 방정식의 해, 즉 미지수 x값은 1이다. 수업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개념 설명하고, 문제 풀이를 시키는 것은 수업 효과가 없다. 나는 방정식 하면 생각나는 마술 하나를 공개하기로 했다.

 

애들아, 너희 중에 선생님한테 생일 알려주고 싶은 사람?”

저요! 제 생일 1017일이에요!”

지영이가 자기 생일을 말해버렸다. 다른 몇 명의 학생들도 소리친다. 나는 교탁을 탕탕 두드리고 말을 이었다.

아니, 생일을 선생님이 한번 맞춰볼게! 누구 생일 맞혀볼까?”

저요! 저요!”

혜원이가 손을 든다.

자 혜원아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계산 잘해서 답을 알려줘야 한다!”

 

첫째, 네가 태어날 달의 숫자에 5를 곱해봐.

둘째, 방금 달을 계산했으니까 그 숫자에 일 년의 개월 수인 12를 더하고

셋째, 20을 곱해봐.

넷째, 거기에 생일의 날짜를 더해!

마지막. 이제 날짜의 차례이니까 일 년의 365를 빼면 얼마야?

 

…… 잠시만요. 998이에요.”

그래? 혜원이 생일 1123일이지?”

! 맞혔어!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다른 친구들 맞혀보라면 자기 생일에 혜원이가 계산한 순서대로 계산해서 내게 불러준다. 나는 불러주는 족족 생일을 맞혔다. 학생들이 신기하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승원이가 뭔가 냄새가 난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선생님이 생일을 맞힐 수 있게 된 원리가 뭘까? 한 번 생각해봐. 힌트를 줄게. 너희가 태어날 달은 x, 태어날 날을 y라고 하면 원리를 알게 될 거야.”

시간을 조금 주니 생일 맞추는 마술의 원리를 푸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원이가 발표하고 싶어 한다.

 

예원이가 한 번 이야기 해줄까?”

!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신 대로 태어난 달을 x, 날을 y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식이 전개되요.”

태어난 달에 5를 곱하면 5x

12를 더하면 5x+12

여기에 20을 곱하므로 (5x+12)*20=100x+240

날짜인 y를 더하면 100x+240+y

365를 빼면 100x+240+y-365=100x+y-125이다.

 

이 때 5번의 식에서 125를 없애기 위해 몰래 125를 더하는 거죠. 그럼 바로 친구들이 말하는 숫자에 125를 살짝 더해 100x+y 꼴로 숫자를 바꾸게 되니 천의자리와 백의자리는 달이 되고, 십의자리와 일의 자리는 날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예원아, 설명 참 잘했구나. 미지수가 두 개인 일차 방정식을 이용한 생일 맞히기 마술의 원리를 잘 파악했단다.”

 

예원이 설명하자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몰랐던 친구들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내 생일을 이용해 계산을 해준다. 내 생을 56일이다. 그럼 처음에 달에 5를 곱하라고 했으므로 나는 25를 얻는다. 2512를 더하라고 했으므로 37를 얻는다. 그리고 20을 곱해야 하므로 740을 얻는다. 그리고 날짜 6을 더하면 746이다. 그 다음에 365를 빼면 381이 나온다. , 여기서 우린 125를 더하는 것이다. 그럼 506이 나온다. 56! 어떤가? 친구의 생일을 알아맞힐 수 있겠는가? 이제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술의 원리를 이해했다.

 

우리는 다음 시간에 미지수가 2개인 일차방정식과 연립방정식을 배울 거다. 오늘 마술을 이용한 놀이엔 미지수가 2개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미지수가 한 개인 방정식일 풀 수 있었다면 2학년 때는 미지수가 2개인 방정식을 풀 수 있고, 미지수도 2개도 식도 2개인 연립방정식도 풀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우선 친구의 생일을 맞혀보는 게임을 통해 계산 능력을 키워보기로 하자.

 

당신의 생일은 언제인가?

IP *.142.2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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