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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7일 11시 56분 등록

궁금해요? 수학 100점

 

 

“와! 최세린 선생님이다!”

 박수 소리와 함성이 들립니다. 오랜만에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보고싶었습니다. 2주  동안 연수를 받으러 안성에 갔다 왔기에 사랑하는 제자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그녀들을 그리워 했던 것을 알았는지 눈치 빠른 녀석들이 박수를 보내주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 손에는 기말고사 서술형 답안지가 들려 있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 학생들은 2012학년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을 치뤘지요. 지난번 중간고사가 어려웠기 때문에 조금 쉽게 출제했습니다. 역시 100점 맞은 친구들이 지난 시험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성적이 오른 친구들도 있지만 도형을 잘 못하는 학생들은 성적이 좀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험이 끝난 후 교실에 들어가면 두 가지 반응으로 나눠집니다. 시험이 끝났으니 홀가분함과 동시에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좋아합니다. 얼른 자신의 답안지를 보고 확실히 자신의 점수가 몇 점인이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다른 부류는 홀가분하긴 하지만 성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우울합니다. 답안지를 확인해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잘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아 또 한 부류가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점수보다 낮게 채점 된 답안지를 보고 울거나, 실망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세 부류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일단 시험이 끝나서 홀가분하다는 것입니다.

 “1번부터 서술형 답안지 확인하게 나오세요.”

 “네!”

 이때, 선생님은 꼭 한 마디 더 해야 합니다.

 “자, 답안지 확인하지 않는 나머지 예쁜이들은 자리에 앉아서 친구와 소곤소곤 대화하도록!”

 만약 덧붙이는 말이 없으면 한 명 두 명씩 일어나기 시작하여 자기 자리를 이탈하고 친한 친구에게가서 큰 소리로 수다 떨기를 시작하다가 ‘나 잡아봐라!’ 게임까지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선생님은 답안지를 맞춰 주다가 고함을 버럭 지르면서 옆 반에 방해 되니 앉아라, 누가 신성한 답안지를 보고 있는데 이렇게 떠드냐, 엉덩이 드는 녀석은 벌점이다, 등의 말로 협박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의 효과는 장담 못하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나경이부터 나옵니다. 나경이는 1년 내내 제일 처음 답안지를 보는 학생입니다. 지난 번 보다 성적이 조금 올랐는지 나경이 기분이 좋습니다. 2번 혜인이가 나옵니다. 혜인이는 서술형 만점입니다. 그녀는 수업 시간 마다 엉뚱한 질문을 하고 증명문제가 나오면 자기 식대로 풀어와서 검토를 부탁하는 친구입니다. 시도는 좋으나 늘 올바른 증명은 아니라 안타깝습니다. 혜인이 같은 친구에겐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엉뚱하게 생각하는 것의 차이점을 잘 알려줘야 합니다. 창의적인 것은 다르게 생각함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올바른 풀이 방법과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아직 창의적인 단계까지 가진 못했지만 시도는 좋습니다. 좋은 시도와 함께 좀 더 문제 조건을 잘 파악하고 내려야 하는 결론까지 이르도록 생각의 힘을 잘 길러야 합니다. 한 명씩 서술형 답안지를 확인시켜 주면서 기대했던 점수 이상으로 나온 친구들에게는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 자신의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친구들은 틀린 문제를 다시 살펴보고, 자신이 쓴 답이 오답인 이유와 함께 올바른 답안을 제시해줍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수학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격려와 함께 동기유발을 시켜줍니다. 36번 미국에서 전학온 지영이까지 답안지를 확인했습니다. 지영이는 참 밝은 아이입니다. 서술형에서 4점만 깎였길래 잘했다고 칭찬했더니 객관식에서 3문제나 실수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겨울 방학에 공부하겠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목표가 있는 지영이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줬습니다.

 

 자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수학 기말고사에 100점 맞은 학생이 3반에 4명 나왔습니다. 이 학생들은 원래 잘하던 친구도 있고, 지난 시험보다 점수가 오른 친구도 있습니다. 그녀들은 어떻게 100점을 맞을 수 있었을까요? 무조건 많은 문제를 풀어 봤기 때문에? 수학적 머리가 있어서?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 부분이 도형인데, 도형을 좋아하니까? 맞습니다. 지금 나온 이야기들도 일부분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수학 시험에서 100점 맞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일단 자신에게 100점은 어떤 점수인지 잘 설정해야 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은 100점이 100점일 수 있습니다. 수학 점수가 90점대인 친구들도 100점이 100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 점수가 40점 이하의 친구들에게 100점은 1000점의 느낌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맞는 목표 점수를 달성했다면 그것이 수학 100점입니다. 지난 번에 70점대를 맞았던 새은이가 이번에 92점을 맞았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100점 맞은 것과 다름없다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녀도 아주 기뻐했습니다. 자신은 80점대로 점수를 끌어 올리려고 했었는데 92점을 맞았으니 기쁠 만도 합니다. 지금 자신의 점수가 얼마인지, 자신이 수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공부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수학 공부를 싫어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없는데 100점 맞기를 바라거나 목표를 100점에 놓고 있는 친구들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목표 설정은 스마트하게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측정가능하고 현실가능성이 있으며 100점을 맞을 수 있는 데드라인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에 도달했다면 그것을 100점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100점이란 숫자보다 더 중요한 100점을 생각하자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 100점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개념을 잡는 것입니다. 학교 시험은 이해, 적용, 분석, 종합, 문제해결력을 다 봅니다. 따라서 반드시 기초적인 개념을 잘 알아야 합니다. 두 문제 이상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실수하는 친구들이 100점을 받지 못하고 95점, 96점 등 한 두 개 틀립니다. 수학에는 새로운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동위각을 배운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동위각은 같은 위치에 있는 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평행선 사이에 동위각은 크기가 같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동위각의 크기는 같다를 기억하게 됩니다. 대부분 수학 문제에서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크기가 같은 것을 많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위각은 평행선 사이에서만 생기는 각이 아닙니다.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개념을 잘 골라 낼 수 있습니다. 방정식은 미지수가 있는 식입니다. 미지수는 한 개일 때도 있고 두 개일 때도 있고 세 개일 때도 있습니다. 더 많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일차 일때도 있고 이차 일때도 있고 더 높은 차수일 수도 있습니다. 방정식에 대한 정의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 미지수가 여러개인 방정식, 차수가 높은 방정식 등 응용 가능해 질 수 있지요.  수학에서 새로운 용어가 나올 때마다 정확한 정의를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이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풀면서 풀이 방법을 다양하게 생각해보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문제가 나왔을 때도 경직되지 않기 위해 유연하게 생각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험에는 익숙한 문제도 등장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이라는 상황이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하는데다가 새로운 문제를 접하면 더 경직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평소에도 새로운 문제를 많이 접해보고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해볼수록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팁을 주자면 교과서를 샅샅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 말고 ‘좀더 알아보기’나 ‘수학 산책’과 같이 네모 박스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교과서마다 다르지만 아마도 확인 문제나 형성평가 문제 밑에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꼭 읽어봐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어느 부분에서 문제를 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연말입니다. 곧 방학입니다. 학생들에게 절호의 기회이지요. 소중한 것을 먼저하면서 시간관리를 한다면 복습, 예습도 가능하고 스키장도 갈 수 있지요. 특히 겨울 방학은 여름방학보다 시간이 깁니다. 전 학년 수학 내용이 있는 얇은 문제집을 사거나 교과서를 다시 보는 방법으로 복습을 하면 좋습니다. 수학은 반드시 전 학년 내용을 숙지해야 합니다. 계열성이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지요. 계열성이란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앞에 것을 알아야 뒤에 것을 알 수 있지요. 복습을 꼭 먼저 하고 다음 학기 내용을 훑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공부를 하면 좋습니다. 학교 방과후를 이용해도 좋고, 자신이 좋아하는 강사 동영상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작정 문제집을 푸는 것 이전에 교과서 내용을 훑어 본 후 그 내용의 유래를 알려주는 수학 역사책이나 학자들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러면 나무를 보기 전에 큰 숲을 먼저 볼 수 있을 겁니다.

 

 수학 100점은 누구나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100점을 설정하세요. 그러다보면 어느날 실제로 100점이 100점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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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06:30:31 *.154.223.199

자신에게 맞는 100점 설정, 전 학년 내용이 나오는 얇은 문제집 고르기, 긴 겨울방학 이용하기, 우선순위부터 하면 공부도 하고 스키장도 갈 수 있다는 말...유용한 지혜가 가득하네요.!!! 쉽고 실천가능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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