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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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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1일 00시 33분 등록

"이게 바로 이제까지 연구된 내용이다.“

 

유일권 교수는 연구실에 들어오자 마자 연구원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칠판으로 향했다. 왼쪽에 리히터의 정리를 쓴 후, 가장 오른쪽에 이번 논문의 핵심을 요약해서 썼다. 그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기 위해 유도해야 하는 공식을 칠판 빽빽이 써내려 가기 시작하였다.

 

연구실에는 유 교수의 판 긁는 소리만이 흘렀다. 백린기는 곁눈질로 김이상을 쳐다보았다. 김이상은 아직 연구원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김이상!”

 

...!”

 

유도를 마친 유 교수가 갑자기 김을 불렀다.

 

이 공식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게나.”

 

“...?”

 

유 교수는 김에게 앞으로 나서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 책상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김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유 교수는 기다려주기 위해 팔짱을 낀 채 침묵을 지켰다. 예상 이상으로 김이 수줍음을 보이자 연구실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김이상, 이건 자네가 제출한 논문이야.”

 

“... ...”

 

“...정말 모르겠나?”

 

김은 의심하는 주변의 눈초리를 느끼면서 변명하였다. “그 당시에는 명확했었는데 하도 오래되어서 이제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 ...”

 

유 교수는 입술을 앙 다문 채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인가 마려운 표정... 김이상은 유 교수의 표정에서 자신에 대한 경멸이 일말이라도 섞여 있는지 넌지시 관찰하였다. 그러나 유 교수의 표정은 곧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마치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유 교수는 김이상의 무대답을 더 이상 바보의 답없음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이제 유 교수는 김에게 답을 알려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토의를 마친 후, 하나 둘 짐을 싸기 시작했다. 김이상은 서둘러 짐을 싸면서 유 교수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예감은 적중했다. 유일권은 김에게 잠시 자신과 함께 교수실로 가줄 것을 제안하였다. 두 사람이 함께 강의실을 나가는 모습을 연구원들은 묵묵히 쳐다보았다.

 

참 인상적이네. 김이상 군. 나는 사실 자네를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였다네...”

 

유 교수는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도 없이 드나들던 교수실이었으나 직접 커피를 내려준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김은 커피잔을 받아들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반성이라뇨... 어떤...”

 

, 말이야... 사실은, 자네는 처음부터 그렇게 뛰어난 학생은 아니지 않았나?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잘 받는 학생이었지.”

 

김은 쓴 웃음을 가르기 위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척 했다. 유 교수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제 알겠어. 범재도 노력하면 천재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 ...”

 

유 교수는 진심인 것 같았다. 김은 유 교수의 얼굴에서 참회자의 표정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감동을 느끼기에 김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김이 교수실을 나올 때쯤 유 교수는 김에게 함께 가족 요트 여행에 가줄 것을 제안하였다. 김이상은 어중띈 대답으로 겨우 마무리한 채 가만히 문을 닫았다.

 

 

 

왜 그렇게 놀라?”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벽에 기대있던 백린기가 등을 떼고 섰다. 어쩐 일이냐는 김의 말에 백은 대답했다. “그저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교수님을 찾아온 것 뿐이야.” 백린기는 자신의 말과 달리 김이상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까 교수님께 질문할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김은 자신의 추종자에게 참지 못하고 말하였다. 백린기는 애써 퉁명스러운 어투를 가장하여 자신의 민망함을 감추려 했다. “김이상, 너 말이야, 일부러 그러는 거냐?”

 

뭐 말이냐?”

 

너 일부러, 우리와 풀이법을 공유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내가?”

 

그래! 너 오늘 지나치게 모르는 척 하던데... 말이 안되지 않냐? 어떻게 르 브와이예의 정리도 모르면서 유도정리를 할 수 있냐고?(뭔 정린지...;;;)”

 

“...몰라... .”

 

, 김이상.”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내든가.”

 

“...이 자식이...”

 

백린기는 순식간에 상처 입은 얼굴이 되었다. 백의 축 쳐진 입꼬리에 김이상은 야릇한 죄책감을 느끼며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김은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너 구글링하냐?”

 

노원은 침대에 가로로 누워 김이상이 벌이는 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김은 자신의 논문 내용 중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마지막 세 줄을 구글 검색창에 치고 있는 중이었다. 김은 리히터의 정리에 관한 리뷰 논문을 썼을 뿐이다. 자신은 결코 더 발전된 이론을 전개시킨 기억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논문 이외에는 연구 결과가 찾아지지 않았다. 이건 뭐지? 이건 뭘까? 그렇다면 정말로, 자신이 이 세 줄의 증명을 얼떨결에 발견해낸 것일까?

 

원아, 이 논문 말이야. 유 교수에게 다시 제출할 때 네가 나에게 이 논문을 주었었지?”

 

“...그랬지.”

 

그런 후 다시 유 교수에게 이 논문을 보여주라고 했었고...”

 

그랬지. ?”

 

이제 이 모든 것의 이유를 알겠어!”

 

김이상은 책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두 볼은 전율로 상기되어 발그레했다. 원은 불안한 눈빛으로 김을 바라보았다. 이제... 깨달은 건가?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잖아? 영감이란... 아아 영감이란! 정말 우연히 찾아오는 거로군!”

 

원은 잠시 멍하니 김을 바라보았다. 역시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깨닫기엔 너무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존재인가?

 

네가 증명법을 발전시킨 게 확실해?”

 

모르겠어... 아니 그래! 아마 꿈결에 이 정리를 완성한 모양이야.”

 

그게 사실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양자역학적인 확률이군 그래.”

 

양자역학? 그래, 바로 양자역학이야!”

 

김이상은 흥분하여 외쳤다. “양자역학적 정신이 나를 도와준거야! 내가 리히터의 정리를 증명하기를 간절히 원하자 그 소원으로 에너지장이 형성되었고, 결국 죽은 리히터가 나를 도운 것이지! 그의 정신이 나에게 빙의한 거라고!”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은 없냐?”

 

양자역학보다 더 과학적인 것이 어디있겠어? 아아... 그래, 이 세상의 모든 천재들은 다들 이러한 매커니즘으로 천재성을 발휘해왔던 것이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하겠어!”

 

김은 풀이의 돌파구를 찾았다. 다들 날 우습게 보더니, 이제 한 방 먹은 거로군. 역시 하나님은 존재했던 거야!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감사! 합니다! 김은 책상에 앉아 열심히 자신의 논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의 영감... 나란 존재의 영감을 과연 세상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아... 사명감이 불타오른다.

 

원은 김의 어깨너머로 그의 노트를 구경하였다. 지극히 유아틱한 접근법이로군. 노원은 자신의 곁눈질을 김이 의식하고 노트를 팔뚝으로 가리자, 한심하다는 듯 천장을 한 번 쳐다보고는 기숙사를 나섰다. 그래.. 해봐라 한 번. 네가 이해해내기라도 한다면 적어도 인정은 해주지.

 

 

 

그 후 김은 정말 열심히 연구원 수업에 참여하였다. 김이 아무리 엉뚱한 소리를 해대도 유 교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들어주었다. 그리고 김의 말에 혹시 다른 천재적 발상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지 한 번 더 의미를 곱씹곤 했다. 백린기가 보기에 김의 수준은 확실히 저열한 것이었다. 김의 무지가 수면 위로 윤곽을 보일 때쯤, 백의 의심 역시 점점 더 커져갔다.

 

정말 참을 수가 없군!”

 

백은 드디어 폭발했다. 김의 기숙사에 들이닥치면서, 그는 노크하는 예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침대에 벌렁 누워있던 원은 움찔, 불청객의 등장에 선잠이 깼으나 괜한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아 계속 자는 척 했다. 책상에 앉아있던 김이상은 벌떡 일어났다. 백린기는 다짜고짜 방금까지 김이 작업 중이던 페이퍼들을 들쳐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김은 얼굴이 빨개져서 백을 제지하였다. 백이 말했다.

 

김이상, 네 농짓거리는 이제 못참겠어. 언제까지 우리를 가지고 놀 작정이야? 이제 빨리 최종 풀이를 내놓으라구!”

 

네가 무슨 상관이야? 도대체 나에게 왜 이래?”

 

백은 손에  빼앗아 쥐었던 페이퍼들을 눈으로 훑더니 별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바닥에 자유낙하시켜버렸다. 김은 백의 행동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정신차려, 김이상! 네가 그렇게 방어만 한다고 해서 유 교수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유 교수나 너나, 서로 아이디어를 뺏길까봐 전전긍긍이나 하고... 그래도 유 교수는 초반에 순수하기라도 했어!”

 

웃기지 마, 유 교수의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는 순전히 내 꺼야!”

 

그럼 니 꺼고 증명을 해! 이 자식아!” 백린기는 감정어린 언성이 되어 쉬지 않고 말했다.

 

, 뭘 아는 것처럼 지껄이는군 그래? 이봐, 천재씨. 이제 곧 유 교수는 논문을 낼거라고. 리히터의 정리를 중간까지 증명한 논문, 바로 네 풀이를 이용해서 말이야.”

 

이미 내가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유 교수님이 어떻게 다시 논문을 쓰겠어?”

 

백은 콧소리를 내어 웃었다.

 

, 네 작태를 보면 너는 네 논문을 이해조차 하는 것 같지 않아. 알아? 식만 덩그라니 던져주면 뭐하나? 네가 진짜 증명의 발견자라면 그 증명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 넌 이미 유 교수에게 공로를 뺏긴 거나 다름 없다구.”

 

“...뭐라구?”

 

그렇게 바보 놀이나 하는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정말 대단한 우연이었던 모양이군. 이 머저리 같은 낙서들을 보니까 말이야.”

 

“... ...”

 

아무튼 발악해 보라구.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면 말이지.” 백은 내뱉듯이 말하고 김의 방을 나섰다. 원은 감은 눈으로 흥미롭게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리고 빼꼼히 실눈을 떠서 김이 망연자실하여 책상에 앉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김은 백의 말을 곱씹는 듯 하더니 서서히 두 손을 모아 맞잡았다. 설마... 기도라도 하는건가?

 

나미아비타불관세음보살나미아비타불...”

 

원 스마트폰에 설정해두었던 알람이 울렸다. 아차, 잠시 자려고 맞춰둔 거였지 참... 상황에 맞지 않은 관세음보살 알람을 끄기 위해서라도 원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원은 하품을 길게 하곤 기지개를 쭉 폈다. ? 무슨 일 있었어? 라는 표정으로 벅벅 머리와 등을 긁었다.

 

도와주세요...”

 

김이 속삭였다. “도와주세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원은 김의 을씨년스러운 혼잣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저 자식, 혹시 리히터의 정령에게 분신사바라도 하는건가? 원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김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

 

원은 쥐 찍찍 소리마냥 나직히 물었다. 김은 기도하는 손을 풀지 않은 채 감은 눈으로 간곡히 대답하였다.

 

부디 답을 알려주세요!”

 

그게 기도를 한다고 해결된 문제인가? 김은 심각하게 기도에 심취해 있는 듯했다. “제발 부탁입니다. 이번 한 번만 답을 알려주세요.”

 

네가 감당할 수 없을거야. 그저 이제껏 주어진 영감으로 만족하도록 해.”

 

원은 친구에게 대놓고 충고하였다. 그 정도의 행운으로 충분하지 않아? 이제 그 맞잡은 손은 풀어버리라고. 그러나 김은 마치 원과 대화라도 하고 있는 듯이 대답하였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전한 해가 아닙니다!”

 

그 해를 왜 네가 알아야 하지?”

 

“... ...”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김은 신음하듯이 내뱉었다.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원은 날카롭게 김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악마의 계약을 하겠다는 건가? 원의 마음 한 켠에서 흥미로운 발상이 떠올랐다. 참신하고 초월적인! 과연 김은 노예 근성에 투철할 수 있는 인물인가? 원은 자신도 모르게 김의 영혼을 견적내고 있었다. 아서라... 원은 빙글빙글 웃었다

 

그래? 네가 과연 준비된 노예인지 어떻게 증명해 보일건가?”

 

김은 원의 말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드디어 기도를 위해 맞잡았던 두 손을 풀었다. 원은 서서히 자신을 바라보며 일어서는 김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 결국 눈치 챈건가? 그 마지막 세 줄의 근원지를? 원은 미동없이 다가서는 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김이 말했다.

 

노 원, 자꾸 쓸데없는 추임새 넣지 말아줄래? 기도하는 데 방해된다.”

 

“... ...”

 

원은 눈을 끔뻑거렸다. 김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두 손을 맞잡았다. 진실하고 간절한 기도가 계속되었다. 중얼중얼... 김은 계속 리히터에게 무엇이든 다하겠다는 근성있는 발언들을 하고 있었다.

 

진리는 이루어야 한다!

나를 통해 너를 실현하라!

우리는 하나로 완벽해질 것이다!

 

원은 기도하는 김을 발로 걷어 차서 책상에서 밀어내었다. 얼떨결에 나가떨어진 김은, 원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열심히 컴퓨터에 무엇인가를 작성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뭐하는 거야?”

 

원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노예 계약서를 쓰는 중이야.”

 

노원은 한 번도 쉬지 않고 타자연습을 하듯이 써내려갔다. 수식들이 난무하고 있다. 김은 원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점점 수식들은 무서우리만치 기괴해졌다. 다시 말해 학구적이었다. 원은 쓰기를 끝내면서 완성을 의미하는 작대기 둘을 직직 그었다. 소문자 엘 두 개. 그리고 김을 향해 노트북의 모서리를 스윽 돌려주었다.

 

확인해보고, 사인해.”

 

이게 뭔데?”

 

원은 빙글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말했잖아... 노예 계약서라고.“ 김이상은 원이 써내려간 대부분의 수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줄,

 

 

 

 

 

 

그러므로 리히터의 정리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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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1.

 

꿈을 꾸었다.

 

집에 누군가가 침입해 들어왔다. 도둑인가? 강도인가? 왠지 살인마의 느낌이다. 나는 거실 한 쪽으로 몸을 붙이고 무기를 들었다. 사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러나 왠지, 범인은 허를 찌르는 위치에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순간 등 뒤의 베란다가 생각났다. 직감적으로 참임을 알았다. 공포를 느끼며 뒤돌아섰다. 잠시 후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뭉크의 절규와 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와 낯이 익었다. 그가 가면을 벗었다. 남자의 얼굴은 유명한 비올리스트의 얼굴이었다(리처드 용재 오닐이었다. 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을 더 좋아하는데 왜 꿈에서라도 이 남자가 안나오나?ㅜㅜ 암튼). 그는 꿈 속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분명히 여자들 관계가 좋지 않고 범죄를(살인이나 사기)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였으나 바라는 바가 있어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탈출을 해야 하는데 낙하산이 고장이 나서 고칠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를 도와(이 오지랖의 욕구는 꿈속에서도 여전하다!) 낙하산을 분석하였는데 과연 메임 프레임 두 군데가 부러져 있었다. 그걸 집에 있던 테잎과 강목으로 붙이고 있던 와중에 부모님이 깨셨다. 뭐지...;;; 나는 외간 남자와 작당을 하고 있는 이 어색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내 친구 와하하핫."이라고 말해버렸고 부모님은 흔쾌히 함께 낙하산을 고쳐주셨다.=_=;;;

 

그리하여 남자는 고마워하며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렸는데...

 

나와 우리 부모님은 함께 손으로 빠이빠이의 논버벌 랭귀지를 구사하며 그의 안전 착지(또는 불안전 착지? 뭐가 되었든 재미있었을 듯)를 지켜보았다. 그의 낙하산은 낙하산이라기보다는 비행기 모양이었다. 마치 날다람쥐가 날개를 펴는 듯한 양상. 그는 잘 내려가다가(날개가 확 펴지자 나는 오 - 하고 (꿈속에서도) 속으로 외쳤다) 검은 전깃줄에 걸려서 각속도 무한대의 회전운동을 해대었다. 나와 부모님은 그걸 당황 내지는 웃음을 참으며 보고 있었는데 지루해지자 그의 착지를 알아보지 않고 꿈은 종료 - 되었다.

 

 

 

 

개꿈인가?

 

예지몽인가? (이 꿈을 꾸고 오늘 환자 중 응급 치료 환자 3명 뜸. 힘들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일년에 두 번 있다는 응급 한 개 더 뜸.)

 

신화와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외간 남자가 들어오고 이 남자는 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고 배우자가 될 수도 있다. 어쨋든 남자는 떠나야 한다길래 그걸 부모의 힘을 빌려서까지 열심히 도와서 보내준다. 그리고 그 결론은 알게 뭐임. 이런 식... 이런 클래시컬한 여자 역할 별론데? 다만 여자의 입장으로 역할극을 해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게 무엇인가?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남자인데 뭔가 불안한 남자는 빨리 내보내 버려야 한다는...

 

아마 신화 속 여자들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그랬을지도 모르리라...).

 

 

사족2. 3.도 있었는데 자체 심의로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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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06:17:08 *.154.223.199

ㅋㅋㅋㅋ 관세음보살 알람이래! 사족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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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20:49:23 *.49.66.148

콩두 언니에게 어울리는 알람일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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