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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5일 11시 03분 등록
 

욕망은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그 무엇


유적지가 몰려 있는 술탄 아흐멧은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면서 관람해도 될 정도이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로 전차가 달리는 풍경 또한 이스탄불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종소리를 내면서 달리는 트랩이 멋있게 보여 가까운 거리인데도 트랩을 타고 다녔다.  트랩안의 풍경 또한 영화의 한 장면들 같다. 스크린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이목구비가 수려한 남자들의 순수한 눈빛과 차창에 기대어 서로 마주보고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진지하고 애틋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슐레이만 1세는 스물여섯살이 채 안된 나이로 술탄자리에 올랐다. 그는 ‘학문을 좋아하는 현명한 군주이며 모든 백성들이 그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전한다.

  슐레이만 대제 때 재상을 지냈던 이브라함 파샤는 노예시장에서 비(妃)가 될 휴렘을 사서 대제에게 바쳤다. 러시아인 노예로 하렘에 들어왔으나 황제의 총애를 받아 궁정 내에서 큰 권력을 가졌다. ‘록셀라나’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유럽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베야짓광장에서는 이스탄불 대학과 술레이마니예 자미와 그랜드 바자르를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전투를 통해서 많은 영토를 차지한 술탄 슐레이만은 오스만 제국을 전성기로 이끈 최고의 술탄이었다. 그는 한 평생 오직 록셀라나 한 여인만을 사랑하였다. 록셀라나는 톱카프 궁전에 노예로 팔려 왔지만 슐레이만의 눈에 띄게 되었다. 슐레이만에게는 장남 무스타파를 낳은 마히데브란이 있었지만, 록셀리나는 슐레이만을 졸라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거행하였다. 예로부터 오스만 제국의 술탄은 정식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에 이스탄불의 사람들은 정신적인 공항에 빠졌다고 한다.

  오래 전에 술탄의 아내가 적의 포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적장은 왕비를 발가벗겨 술시중을 들게 하는 등 술탄의 권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었다. 그 이후부터 투르크족은 술탄의 정식결혼을 금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불문율은 슐레이만 1세가 통치하던 16세기까지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후궁은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하고 권세를 누려도 공식신분은 하렘의 노예에 불과했다.

  슬레이만도 자신이 한없이 빠져드는 자신의 그 알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욕망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논리적인 사고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카트린 방세는 이렇게 말했다.

  “'벼락같은 첫 만남‘을 겪어 본 사람들은 그들이 겪은 감정이나 흥분에 스스로 놀란다. 딱히 그러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예기치 않은 연애에 휘말려 들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통제력을 지니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해도 오히려 자기가 얼마나 타자를 쫓아다니며 휘둘리고 있는 지만을 확인하게 되는 연애의 경험. 유혹당한 자는 그 용어의 정의상 자신의 길에서 벗어난 자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습관적인 기준들을, 평소의 객관적인 감각과 성찰능력을 되찾기란 불가능하다.”

  방세는 ‘유혹에 삐진 자의 생각은 강박적이면서 어느 한 방향만을 고수한다.고 했다. 슬레이만은 좋게 말하면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겠지만 그의 생각은 강박적이면서 록셀라나 한 여인만을 고집했다.

   록셀라나의 미모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영리하고 매력이 넘치는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열렬한 연애에 빠졌고, 노예출신의 록셀라나는 오스만 제국의 실세로 등장하였다. 록셀라나는 그 넓은 하렘을 텅 비게 만든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아있다. 나중에 록셀리나는 피의 숙청을 단행하여 장남 무스타파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의 원성은 빗발쳤지만 그래도 슐레이만은 록셀리나가 죽으면 자신의 무덤 옆에 안치해 줄 것을 유언하였다. 끝까지 한 여인에 대한 신념과 사랑을 지킨 멋진 남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멋진 남자를 독점한 록셀라나에게 슬며시 질투심이 일어난다.

   슬레이만은 록셀라나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 그에 대한 자신의 욕망에 대해 번민했을 것이다. 자신이 알 수 없는 여인에 대한 취향과 성적 취향까지도 말이다. 카트린은  “전혀 모르고 살던 사람에게로 우리를 인도하는 즉각적이고도 통제 불가능한 끌림이 우리가 전혀 모르는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반문한다. 말하자면 ’상대방의 외모나 성격의 자그마한 세부사항이 우리를 즉각적으로 유혹할 수 있다. 심지어 평소의 이상형과 정반대되는 타입에게도 끌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루스트의  <스완의 사랑>에서 나오는 한 구절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내 인생의 몇 면을 망쳐버렸다. 나는 죽고 싶었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 여자에게 일생일대의 사랑을 느꼈던 것이다. 전혀 내 타입도 아닌 여자에게!”

이것이 욕망의 실체다. 우리는 때로는 이 욕망, 주체할 수 없는 낯뜨거운 욕망을 제거하고 싶은 생각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카트린 방세는 욕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욕망은 우리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세계는 우리의 것이다. 나를 해방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고 욕망은 바로 그런 나 자신을 넘어서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욕망은 평소에는 바로 그런 나 지신을 넘어서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욕망은 평소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치던 일상의 모든 미묘함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너무나 일상적인 현실을 잊게 만든다.”

욕망은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이자 때로는 악으로 작용한다.

   오스만 최고의 건축가인 미마르 시난이 술탄 슐레이만의 지시로 슐레이마니예 자미를 지었다. 술레이마니예 자미의 뒤뜰에 위치한 록셀리나의 튜르베(무덤)에 가 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무렵에 무덤을 찾는다는 것이 음산하게만 느껴졌다. 녹색천으로 덮여진 록셀리나의 관을 쳐다보았다. 술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도 항상 빼앗길 것을 염려하였던 한 여인의 독점욕을 읽을 수 있었다. 오스만제국사를 읽어보면 어떤 술탄도 슐레이만 대제처럼 뜨겁게 정열적으로 연애에 빠진 왕은 없었다. 슐레이만 대제는 오스만제국의 기틀을 바로잡고 많은 치적을 남긴 만큼 뜨겁고 열정적이고 매사에 혼을 다 바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음에 틀림없다.

   슐레이만자미는 몇 해 전부터 대대적인 복원작업에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슐레이만자미는 아파트 20층 높이와 맞먹기에 이스탄불 어디에서 보아도 보일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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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 19:15:29 *.154.223.199

터키 이스탄불,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예요.

성소피아성당 근처에서 죙일 놀다가 저녁에는 꼭 블루모스크에서 노을을 보면서 저녁 기도소리를 듣고 싶어요.

슐레이만은 혼을 쏟아 일하고 사랑했나보네요.

사랑받은 그녀보다 그렇게 사랑한 그가 더 부러워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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