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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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자, 우베 클림트 ‘느린 것이 아름답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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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과 함께 한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식당이더군요. 주문을 마치자 식당의 주방장은 음식이 천천히 나온다는 점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먹는 속도에 따라 음식을 하나씩 내오면서 일일이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은 최근 몇 년 동안에 가장 느린 식사였고 우리는 음식의 맛과 식탁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가게 문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주는 주방장을 뒤로 하면서 집으로 돌아올 때, 그 날의 즐거움은 휘발되지 않고 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빠름’은 그 자체로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생산적인데다가 그 자체로 쾌감을 줍니다. 하지만 내성도 그 만큼 빨리 생겨 우리를 자꾸 ‘더 빨리’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렇다보니 굳이 바쁘지도 않고 빨리 할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조차 우리는 서두르게 됩니다. 결국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의 감각은 흩어지고 얕아지게 되며, 행위만이 남고 느낌은 사라지게 됩니다. 즉, 우리의 마음이 점점 빈곤해지고 있다면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속도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대다수가 ‘느림의 숭배자’가 되어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모든 것을 맹목적으로 더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할 것과 천천히 할 것을 구분하여 삶을 다양한 속도와 알맞은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스무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난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사다 유키에라는 일본 여성에게서 그 작은 해답을 찾습니다. 이 여성은 어려서부터 병과 싸웠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삶을 보다 깊이 있게 음미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모든 행동에 1초를 더 하자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메시지를 다시 음미해면서 나는 어떤 행위에 1초를, 1분을, 1시간을 더할지 떠올려봅니다.
“느긋한 것이 좋습니다. 허둥지둥 두서없이 지내는구나 싶을 때 ‘더하기 1초의 생활’을 합니다. 모든 행동에 1초를 더합니다. 서랍을 열 때 순간 더하기 1초, 펜을 책상에 놓을 때 순간 더 하기 1초, 옆을 볼 때 순간 더하기 1초. 단 1초지만 필요한 시간 외에 1초를 더해 행동하는 거죠. 더하기 1초의 생활이 너무 좋습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 2009. 11. 25.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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