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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8일 11시 21분 등록
 

그대 중년인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라


중년을 맞이한 지도 한참이 되었건만 나 자신을 중년이라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거울을 볼 때면, 미장원에 의자에 앉아서, 나 자신이 중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가늘어진 머리카락, 정수리가 텅 비어가는 내 머리를 볼 때면 아,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또 몸무게는 점점 불어나는데도 옛날처럼 살을 빼야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 앞에 멋진 남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한번쯤 사귀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런 욕망조차 품어보지 않는다면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런 중년여성을 지칭하여 ‘여포’라고 한다나. 여자이기를 포기한 사람. 나도 점점 그런 축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 제목이 너무 근사하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도 자신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중년의 여자가 자신의 부부를 가리켜 중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멋지다.

  이 책의 저자인 브리기테 히로니무스는 자신이 겪은 중년의 위기를 조금은 특별한 형식으로 한 권의 책을 엮어냈다. 작은 식당을 경영하는 브리기테는 남편과의 갈등 가운데서 갱년기를 맞이하였다. 자신의 생활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일을 으뜸으로 삼는 브리기테는 세상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강한 여자이다. 중년이 되면 서로에게 환멸을 느끼는 부부도 있을 것이고, 환멸은 아니더라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앟은 그런 미지근한 사이인 부부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 식어버린 지는 오래이고 그냥 습관적으로 사는 것이고, 그동안 살아온 정으로 사는 부부도 많을 것이다.

   남편과는 뜨겁지도 않은 그런 사이이반 브리기테는  늦둥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남편과의 화해와 더 친밀한 사랑을 위하여 임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폐경기라는 벼락같은 선고를 받는다.

    폐경기와 갱년기를 겪으면서 자신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인데 남편 또한 갱년기를 겪게 된다. 남편은 항상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부인에게 진저리를 느껴왔었고, 중년이 되고 보니 서로가 좀 떨어져서 살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들은 별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차에 별거에 들어간 것을 빌미로 삼아 다른 여자를 사귀게 된다.

이쯤에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구분해 놓은 브리기태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우리가 놓치고 싶은 것들을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과 나의 방법은 전혀 달랐다. 내게 중요한 것은 새로이 찾고 시험하는 것이었다. 다른 남자들을 대할 때 나는 성적(性的)인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것은 대화와 영혼의 교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열일곱 살 때나 중년이 되어서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달랐다. 빛나는 청춘을 뒤로 하고 중년의 위기에 휘둘린 남편은 나와의 임박한 이별을 위해 하루 빨리 새로운 여자를 찾기에 급급했다. 남편으로 하여금 전엔 알지 못했던 최고의 성적 능력을 발휘하게 할 여자 말이다. 남편이 늘 에로스적 상승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내게 자못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자들은 중년이라 할지라도 사춘기시절  때와 다를 바 없이 영혼의 교감을 꿈꾸는 것이다. 몰론 중년의 어떤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인생의 황금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마음껏 불태우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남자를 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저자 브리기태는 정신적인 사랑을 더 원했고,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남편과는 별거에 들어갔지만, 그녀의 안테나는 남편에게 가 있었고,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깊은 관계에 빠진 여자가 있다는 고백을 듣는다. 그때부터 브리기태는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의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남편의 관심과 애정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일에 푹 빠져서 살았는데 막상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남편이 늘 에로스적 상승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내게 자못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여자들이란 남자들과는 생태적으로 다르고 뇌의 구조도 다르다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어쩌면 남자들이란 죽을 때까지 ‘전엔 알지 못했던 최고의 성적 능력을 발휘하게 할 여자’를 구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 터무니없는 욕망을 감추고 있을 뿐이지. ‘남자에겐 몇 명의 여자가 필요할까’라는 소설 제목이 생각난다. 남자들에겐 죽을 때까지 몇 명의 여자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려주지 않았지만, 남자는 항상 배가 되어 여자 사이를 떠돌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요지였다. 이런 남자들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 가까이 있는 부인들일 것이다. 남편의 마음과 사랑을 찰떡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음을 알자 그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많은 남자들이 부리나케 여자를 바꾸었지. 새로운 여자는 떠나보낸 여자보다 아주 잠시 동안만 더 매력있게 비쳐질 따름이었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 파트너도 별 다를 게 없어지지. 몇몇 남자들은 아주 뻔뻔스럽게 섹스는 일시적인 위로만을 가져다 줄 뿐이라고 말했어. 정열은 생각보다 더 빨리 시들게 돼. 그가 다른 여자랑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마다 항상 전처의 그림자가 아른거리지.”

  중년의 정열이란 중년의 욕망처럼 터무니없으니 빨리 식게 마련이라는 요지이다. 새로운 여자랑 사귀어봤자. 침대에서 땀을 흘려가면서 정열을 불태워봤자. 전처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큰소리친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 대목에서 ‘새로운 여자를 만났는데 별 매력도 없는 전처를 떠올릴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주인공 브리기태의 목표는 다시 남편을 찾아오는 것이다. 자신의 뜻하지 욕망, 남편에 대한 뜨거운 열망에 자신 또한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이 아닌 영혼이 그렇게 시키는 것이다.

  “남편에 대한 나의 동경은 무한했고, 뭐랄까 놀랍도록 아름다웠어. 내가 늙은 남편을 다시 한 번 그렇게 그리워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이 동경은 나의 목표가 되었고 나의 방향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어. 내 영혼은 방랑하고 있었어. 영혼은 이성을 움직이지.”

  남편은 성적인 사랑을 갈망하고 부인은 내적인 사랑을 갈망한다면 이것 또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여자들은 갱년기가 되면 대부분 성적 욕망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는데 반해 남자들은 갱년기가 되면 마지막 남은 열정과 성적 에너지를 불태우고 싶어 안달을 한다. 여자이지만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브리기태 부부는 심리치료를 받아가면서 서로의 생각과 욕망을 조율했다. 사춘기 연애시절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그들은 내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까지도 되찾을 수 있었다. 다시 중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거기에다 브리기태는 중년여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거나 워크샵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다.

  중년 부부의 사랑, 불꺼진 사랑일 수 있지만 잘 살펴보면 어딘가 불씨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불씨인지는 제각각 다를 것이다. 기다리고 있다. 중년부부에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구호가 필요할 것 같다.  이 불씨를 찾아 다시 부부의 뜨거운 사랑을 불태워보자.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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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0:26:45 *.154.223.199

저 책으로 리뷰를 하시고 칼럼을, 여신님이 딱 쓰기로 하셨던 그 주제로 쓰고 계시군요.

이 칼럼들이 어떤 책의 한 꼭지글로 바로 가 고이겠네요.

브리기테는 그래서 남편과 재결합을 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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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3.01.29 22:20:44 *.85.249.182

콩두 고마워.

브리기태는 남편과 재결합을 하여

행복하게 살면서

중년에 대한 강연도 하고 세미나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확 바꾸었더라고^^

중년여성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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