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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11시 03분 등록

그림책 읽어 주는 특수교사 캐릭터

 

 

여전히 1월 오프수업날 고즈원 고세규 대표님과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님한테 받은 숙제 중입니다. 지난 2주간 헤매다닌 경로를 요약하자면요 신화에 얽힌 나의 사연을 돌아보다 신화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본을 찾고 있다는 데까지는 왔어요. 관례, 14살 정도 여자아이들을 위한 성인식이 입시위주 교육 풍토 속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족의 고모로서 모은 풍부한 이야기가 내가 쓰고 싶은 책의 주제가 아닐까 까지 왔습니다. 고모로서? 택도 없는 소리. 아직도 버둥버둥 길을 찾고 있는 나를 위해서죠.

 

하다 보니 살짝 배가 산으로 갑니다. 이건 좀 많이 공부를 해봐야겠거든요. 내 안에 있는 관심을 찾는 게 아니라 밖에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주제, 여러 나라 여러 부족 성인식에서 주로 어떤 걸 다뤘는지를 살펴봐야겠고요. 현대에는 어떤 지, 또 그게 신화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메데이아, 아리아드네, 헬레나, 헤라, 세컨드였던 여신들, 웅녀와 호랑처자, 길 위에 선 버리데기, 프시케 같은 여성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 지 살펴봐야겠고요. 붕 떠있다, 리얼리티가 없다는 비평을 어떻게 보완할까요? 옴마나 옴마나! 꽉 막혔습니다. 어렵습니다. 한숨 폭폭 납니다. 깊고 방대한 책과 실용적인 책을 동시에 읽으면 좋듯 오늘은 다른 숙제를 해볼랍니다. 하나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특수교사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갈거냐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손그림을 어떻게 생활 속에서 그려나갈건가 하는 겁니다.

 

1. 그림책 읽어주는 특수교사 캐릭터 구축하기

 

두 대표님들들은 제가 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어주는 특수교사였기 때문에 신화와 입말투의 글에 익숙해졌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에 그 캐릭터는 괜찮은 입지라고 하셨어요. 저는 솔깃해졌습니다. 근데요, 제 주변에서 제가 그림책을 재미있어 한다는 걸 눈치채고 있는 분들이 거의 없거든요. 저도 이걸 어디 가서 내세울 정도는 아니구요. 그럼 그런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요.  

 

저는 마흔살부터 작정한 것이 있습니다. 구본형 사부님의 <필살기> 책을 읽다가요 나의 현업인 특수교사에서 어떤 접근을 하면 존재와 밥을 지금 하고 있는 업에서 해결하는 작업과 관련될까? 내가 업무시간의 50%를 투자해서 최고로 만들어갈 직무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요. 첫번째로 현장연구하는 교사를 골랐습니다. 현장연구는 다산 정약용이 닭을 치겠다는 자식들에게 권했던 계경 아이템과 비스무리한 듯 합니다. 그럼 좀 더 깊이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두번째로는 읽고 쓰기에 대한 끌림과 선호를 가지고 있으니, 웅덩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고여있지만 너무 무겁거나 슬퍼서 풀어내는 이가 적은 장애부근 풍경, 빛과 그늘을 가볍게 있는 그대로 보이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특수교사를 하다가 동화작가가 된 오카슈죠처럼요? 굳이 관심대상을 장애라고 한정지을 필요는 없겠고요. 세번째는 재능이자 지병인 오지랖을 강점으로서 활용하는 데는 교육복지 쪽 업무를 하거나 전공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거였어요. 특수교사는 담당하는 학생이 중증으로 갈수록 사회복지를 전공하지 않아도 가족 전체와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듯 합니다.  

 

올해의 현장 연구의 주제를 '그림책'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주제중심 통합교과 운영이 중도중복장애 학생의 의사소통기술에 미치는 영향같은 식이면 어떨까 종이에 휘갈겨 써봤어요. 특수학교 교육과정이 개정이 되어 2012 12 14일에 공고되었거든요.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경우에는 교과 대신 창의적체험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교사가 50%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거든요. 저는 교사가 집으로 찾아가서 만나는 순회학급에 관심이 있어요. 만약 내가 순회교사가 아니라 본교 교사이고, 중도중복학생이 우리 반에 없으면 담임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을활용해서 우리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면 될 것 같아요. 매년 해오던 그림책 읽기를 좀 더 공식적으로, 그럴싸하게 진행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겨울방학동안 아산에 있는 국립특수교육원에 일주일간 숙박연수를 다녀왔습니다. 2개 이상의 장애를 겹쳐 가지고 있고, 2세 미만의 수준을 가진 중도중복장애학생 지도를 위한 연수입니다. 그 학생들에게는 교과를 통합하거나 주제를 통합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제출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특수교육 실천사례연구대회나 특수교육총연합회 현장연구대회에다 해야겠지요. 저는 후자에 더 끌립니다. 갚아야 할 빚이 있어요.      

 

 

2. 손그림을 매일 그리며 놀 궁리

 

 

손그림을 계속 그려보는 게 좋겠다고 두 분 모두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계속 그려볼까 합니다. 게리 해멀은 그의 책 <경영의 미래>에서 혁신과제를 매일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손그림도 조금씩 매일 그리는 게 중요하겠지요. 그림일기를 써보면 좋겠어요.

 

저는 여기 근무연한 4년이 다 되어서 2주 후에 다른 데로 옮깁니다. 특수학교로 내신서를 썼는데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특수교육과를 전공하긴 했지만 일반학생이 있는 초등학교에서만 12년 일했어요. 장애학생만 모인 특수학교에서 근무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를 못했어요. 진검승부처라고 생각되어 두렵고 떨립니다. 신규교사 같은 기분일 거예요. 여기는 통합학급 관련된 업무가 없어집니다. 내 교실 수업 질을 높이고, 내 교실의 운영방식을 고민하는 게 과제입니다. 

 

특수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는 1년간을 그림일기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수업을 마친 3시가 되면,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오후 3시가 되면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그 때 교실에 있는 화분이나 아이들이 두고간 물건들을 그리면서 20분쯤 놀면 생기가 다시 나곤 했습니다. 차 한 잔 마시면서요무지수첩에 그리면서 전환이 되면 나도 쉬고, 특수학교 근방의 사연들도 거기에 채록되겠거니 합니다. 특수학교 1년 그림일기가 아니면 최근에 접한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처럼 이제 막 태어나려는 나의 가정에 대한 그림일기를 그려보면 어떨까 궁리중이예요. 반지를 그려놓고 청혼받은 날’, 친구가 준 분홍색 떡보따리를 그려놓고 '친구 만나는 날', 같이 가서 고른 도배지 무늬를 그려놓고 '신혼집' 이런 거요. 배경이 직장이든 집이든 둘 다 보고 그리기를 활용하려 합니다. 무엇이든 괜찮겠어요. 목적은 '조금씩(10분? 20분?) 매일 그리기'니까요.

 

책장에서 대니 그레고리의 <창작면허 프로젝트>를 펴봅니다. 그는 광고쟁이에서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는 작가로 변신한 이인데요, 어릴 때부터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어른이 된 후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는 아내 때문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사고를 당해서 아내가 하반신 마비를 가지게 되었거든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 그의 아내와 가족은 밥 먹는 법부터 사랑을 나누는 법까지 모든 걸 새로 배워야 했습니다. 그는 일상의 사물과 사람을 보고 그립니다. 그리면서 그는 실제의 그것과 머리 속의 그것은 다르다, 우리들은 실제의 그것이 아니라 머리 속 그것을 그리거나 대한다는 걸 발견해 갑니다. 그는 장애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릴 때처럼 생각합니다. 실제 장애와 생각 속의 장애는 다르다는 식으로요. 그의 첫 책, <모든 것이 아름답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오디세우스가 12명 선원의 절반을 스퀼라에게 먹히고서 갔듯 나도 서흥도 말미를 아슬아슬 지나가고 있습니다. 뜯긴 것과 남은 것을 살펴봐야겠지만, 적어도 6명 분은 상실했습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해 마음이 그석합니다. 연구원에서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것들은 남아있는 선원일래나요? 스퀼라가 물어가는 동료를 지켜보는 장면이 바다와 관련된 가장 괴로운 순간이었다는 그의 말이 실감납니다. 어떤 것도 살아남기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전쟁 10년, 방랑길 10년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로 돌아간다는 목적이 성성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게 있겠죠.  

 

저는 산만하고 확산적인데다 용두사미 일때가 많아요. 한다면 하는 책임감 강한 이의 조언을 얻어서요 저 중에서 실행할 수 있는 걸 선택해서 연구원 2년차 1년간 사부작사부작 완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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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13:10:35 *.72.153.115

저번에 문윤정님 어마웃미데이 발표할 때는 책읽고 리뷰쓰고 칼럼쓰는걸로 꼬시더니...진짜로 날 꼬셔볼 거는 안에 담고 있었네요.

이건 개인 프로젝트인가요? 

저도 그림책 계속 보고 있어요. 그림책 보는 거 같이 이야기해보면 어때요? 저는 콩두님처럼 현장에서 읽어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란게 뭔지 탐구하는 것으로 보거든요. 여러가지 기법 보려구, 또 이미지는 스토리랑 어떻게 결합하는가를 보고자 열심히 그림책을 봐요.

매일 10분 그리기는 하는 사람들 몇명 있을거예요. 누군가는 키친 테이블 아트라고 부러더군요. 작업실에서 진지하게 앉아 작업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저녁 퇴근시간에 혹은 짬날 때 그냥 식탁에 앉아서 드로잉을 하는 걸 그리부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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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16:22:31 *.114.49.161

정화님한테는 '키친 테이블 아트'에 더 끌리시는 거예요?

정말 매일 10분 그리기, 저런 거에 관심 가진 분들이 있을까나요? (음 이헌님? ^^)

저런 거 한 번 같이 해볼까요? 정화님? 저는 올해 해 볼거거든요.

정화님이 하신다면 같이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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