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땠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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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회사다. 흔히들 말하는 ‘이놈의 지겨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점심 즈음 동료들이 식사를 하러 간 사이, 잠깐의 짬을 내 창 밖을 바라본다. 도로가 보이고 그 위를 질주하는 차들이 보인다.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움직인다. 직진을 하는 차, 좌회전을 하는 차, 차 한대가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을 바꾸려는데 뒷 차는 이를 용케도 기다려준다. ‘고놈들, 참 질서정연하게, 가지런히 잘도 움직이네. ……’
차들이 저렇게 잘도 달리는 이유, 그들만의 규칙이자 법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교통법규이다. 저 많은 하얀 차선들, 신호등, 신호가 바뀌는 순서, 차선을 바꾸기 위해 깜빡이는 켜고 이를 받아들이는 행위. 이 모든 행위는 규칙이자 일종의 법이다. 차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에 문제없이 차를 운전하고 다닐 수 있게 만드는 법이다
법이라 하면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우리다. 법은 나하고는 관계가 없을 것 같고, 법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업계에 종사해야 사람들의 일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법이란 우리 사는 이곳,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금 이순간에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게는 저 차들이 별 탈 없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인 도로교통법과 각종 규칙을 지키기 때문일 것이고, 또 다르게는 내 가정이 행복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가족을 이루는 남녀모두 상대방에게 충실하고, ‘결혼을 한 이상 바람을 피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또한 법전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많은 법들 중 하나이다.
법은 우리의 삶 사이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상식에 맞아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져야 하고 바뀌어야 한다. 내가가 이해하고자 했을 때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하며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오래 전에 만들어진 법이 현대사회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이 법은 재고(再考)되고 개정될 필요가 있다. 사람과 그 사람이 사는 사회, 그리고 그 안의 많은 사물들은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법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이처럼 변화하고 있다면 법도 그에 맞게 변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다처제와 노예제가 과거에 합법적이었을지 모르나 현대사회에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유(물론 다처제의 경우 여전히 합법적인 곳도 있다.)는 사람들의 사상과 사회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사회적 환경이 다르다. 이처럼 과거에 합법적이었다고 하여, 한 곳에서 적법했다고 하여, 그 합법성이 현재의 사회까지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사회에도 사회구성원인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법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바뀌어야 할 법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시시각각 튀어나오는 사회적(또는 생물학적) 약자 – 아이, 여자, 노인 등 – 들에게 행해지는 범죄에 대한 처벌은 상식적으로 너무 약해 보이며 범죄 예방효과도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범했으면 진작에 감옥에 가도 갔을 죄를, 그 죄를 범한 자가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라 하여 슬쩍 넘어가는 사례를 부지기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가지 않는다. 입법을 해야 하는 의회 구성원인 그들에 대한 법부터 잘못되었고 바꿀 생각이 없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법, 공정한 법을 세워주기는 바라는 것은 조금 과한 욕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들은 최근 ‘국회의원 연금법 통과’라는 떠들썩한 사건을 통해 기득권 지키기에 ‘화룡점정’을 찍었었다.)
법은 상식적이어야 한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 법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해서는 안 된다. 법을 지킴으로써(또는 그런 법안에서) 더욱 더 부패해지고 타락한다면 곤란하다. 병을 치료하는 치료법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고생하는 것은 그 치료법을 따른 환자이며 그 환자는 심지어 죽음에 까지 이를 수도 있다. 아픈 환자들이 뽑은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법은 병든 환자와 병든 사회를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법이 사회를 더욱 더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법은 그렇게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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