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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1일 19시 50분 등록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지음 /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2004

 

 

 

저자에 대하여 - 파울로 코엘료

 

 그는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1954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회 학교에 입학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시, 연극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가 기술자가 되기를 원했고, 어머니는 그가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을 보고 낙담하였다. 이로 인해 부모님과의 마찰은 계속되었고, 그의 청소년기는 우울증과 분노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세 번이나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청년 시절에는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두 차례 수감되어 고문을 당했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는 히피 문화에 심취해 록밴드를 결성, 120여곡의 음악을 만들어 브라질 록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히피, 저널리스트, 록스타, 배우, 희극작가, 연극 연출가 그리고 TV프로듀서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1982년 그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그리고 1985년에 두 번째 책인 The Practical Manual of Vampirism (직역:흡혈귀의 실용 매뉴얼)이 발간되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신화는 재미있지만 책 자체는 형편없다"라고 하였다.

 

 1986년에 그는 스페인의 성지순례로 유명한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순례자의 여행을 하게 된다. 1987년에 출간된 그의 <순례자>란 책을 보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프랑스 남쪽까지 700마일(1126.3킬로미터)이나 되는 먼 길을 걷는 여행이었다고 한다. 1988년 그의 베스트셀러인 <연금술사>가 발간된다. 초기에는 아주 천천히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18개국에서 발간되었고 총 4100만권이 팔렸다. 브라질의 작은 출판사에서 900부를 찍은 <연금술사>는 이십 년 후 전세계 3000만 독자가 읽는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악마와 미스 프랭>, <11>, <오자히르>, <포르토벨로의 마녀>등 그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로부터 '레지옹도뇌르'훈장을 받았고, 브라질에 '코엘료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산하 '영적 집중과 상호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특별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2007년부터 유엔 평화대사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의 삶에 영감을 주고 있다.

 

 

[참고]

1. 흐르는 강물처럼(파울로 코엘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2006)

2.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4)

3. http://ko.wikipedia.org/wiki/

 

 

■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序)

 

13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았다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나르키소스)라고 불렀다.

 

14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호수가 물었다.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놀란 요정이 반문했다.

 

14~15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이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제 그럴 수 없잖아요.”

 

1부

 

19~20 신티아고는 입고 있던 겉옷을 땅바닥에 깔고, 막 다 읽은 책을 배게 삼아 자리에 누웠다. 잠이 들기 전, 그는 이젠 더 두꺼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읽으려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밤엔 좀더 편안한 베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20 “저 녀석들은 이제 내게 너무 익숙해져서 내 일과시간을 훤히 꿰뚫고 있지.”

산티아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자신이 양들의 일과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20~21 산티아고는 양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때때로 양들에게 감명 깊게 읽은 책의 구절들을 둘려주기도 했고, 양치기로 들판을 떠돌며 사는 일의 외로움이나 기쁨을 이야기 하기도 했고, 자신이 자주 지나다니는 마을에서 얻어들은 이런저런 소식들을 전해주기도 했다.

 

22 “양치기들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책보다 양들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겠죠.”

 

23 산티아고는 소녀의 아버지가 계속 바빠서 그를 한 사흘쯤 기다리게 했으면 싶었다. 소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지금껏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욕구였다. 그것은 한 마을에 정착하여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 이 검은 머리 소녀와 함께라면 하루하루가 새로울 것 같다는 벅찬 기대였다.

 

24 “당연하지. 나 역시 다른 마을에 사는 소녀들을 많이 알고 있는 데 뭐.”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양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여러 양치기들 중의 한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양치기들 또한, 선원이나 행상들처럼, 마음속에 품고 잇는 마을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었다. 그에겐 소녀가 사는 그곳이 그랬다. 혼자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즐거움조차 잊게 만드는 그런 곳.

 

25 새벽의 어슴프레한 빛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산티아고는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양들을 몰아갔다.

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걸 테고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25 매일매일이 다른 날들과 다름없는 것도, 해가 뜨고 지는 사이 긴 시간들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것도, 짧은 생애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못하는 것도 마을 소식을 전해주는 인간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것도 양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26 ‘만일 어느 순간 내가 괴물로 변해서 자기들을 차례로 죽여버린다 해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차릴 거야. 그건 다 내게만 의지해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내가 자기들을 먹여주니까.’

 

26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대비하고 있어야 해.’

 

27 겉옷이 나름의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산티아고에게도 자신의 존재의미가 있었다. 바로 여행이었다. 안달루시아 평야를 돌아다닌 이 년 동안, 그는 그 지역의 모든 마을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그의 삶에 빛과 의미를 주었다.

 

27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것은 신이나 인류의 죄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 같았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다니러 왔다가 그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신부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27 “아버지, 저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습니다.”

애야, 세상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지나간단다. 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오지.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똑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 뿐이야. 그들은 성을 보려고 언덕으로 올라가서는 옛날이 지금보다 좋았다고 생각해. 머리가 금발이거나 피부가 검은 사람들도 있. 그렇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이란다.”

 

28 “그들은 우리 마을의 초원과 우리 마을 여자들을 보고는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하지.”

저는 바로 그들의 땅과 그곳의 여자들에 대해 알고 싶어요. 실제로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남아 살지는 않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돈이 가득 든 주머니를 가지고 여행을 다닌단다. 하지만 우리 중에 떠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양치기밖에 없어.”

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28 소년은 아버지의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어한다는 걸. 물과 음식, 그리고 밤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때문에 가슴속에 묻어버려야 했던, 그러나 수십 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그 마음을.

 

30 ‘사람들은 어째서 신학교에서 신을 찾겠다는 걸까?’

 

31 ‘인생을 살 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산티아고는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걸음을 재촉했다. 타리파에 해몽을 잘하는 노파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 때문이었다. 지난밤 그는 전에 꾸었던 꿈을 다시 한번 꾸지 않았던가.

 

32 “꿈을 풀이해달라고 온 게지. 꿈이란 곧 신의 말씀이지. 신이 이 세상의 언어로 말했다면 나는 자네의 꿈을 풀어줄 수 있어. 그러나 만약 신이 자네 영혼의 언어로 말했다면 그건 오직 자네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다네. 하지만 어느 쪽이 됐건 복채는 내야 해.”

 

36 아이는 제게 말했어요. ‘만일 당신이 이곳에 오게 된다면 당신은 숨겨진 보물을 찾게 될 거예요.’ 그런 후에 그 아이는 정확한 지점을 제게 짚어주려 했죠. 그런데 바로 그때 꿈이 깼어요. 두 번이나요.”

 

36 ”지금은 자네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겠네. 대신 자네가 보물을 찾게 되면 그 십분의 일을 내게 주게.”

 

37 “바로 그거야! 그래서 풀기 어려운 꿈이라고 이야기한 거지.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현자들만이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있지. , 이제 난 손금 보는 법이나 연구해봐야겠어. 난 애당초 현자는 못 되니까 말야.”

 

39 그는 이 마을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늘 새로운 친구들과의 새로운 만남. 하지만 그렇게 만난 친구들과 며칠씩 함께 지낼 필요는 없었다. 향상 똑 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산티아고가 신학교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면 불만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겐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들이 있기 때문이다.

 

40 언젠가 자신이 책을 쓰게 되면 독자들이 이름을 한꺼번에 기억하지 않아도 되도록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1 그러나 노인은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 듯했다. 이번에는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산티아고는 예의에 어긋나더라도 자리를 옮겨버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는 항상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생각났다. 그는 노인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42 “자기 몫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그런데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사기를 치고 있다네.”

 

42 “우리 존재에게 주어진 어떤 정해진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력을 읽게 되고, 결국 운명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이야기 말야. 터무니없는 소리지.”

 

46 노인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잽싼 몸놀림으로 품안의 광채를 겉으로 가렸다. 광채가 사라졌고 눈부심도 가셨다. 그제야 산티아고는 노인이 땅에 쓴 글씨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산티아고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이었다.

 

47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임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47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에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47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라지. 때로는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통해서 자라나기도 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문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48 “자네는 무엇 때문에 양을 치나?”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서요.”

 

49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49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포기하려 하고 있어.”

영감님은 사람들이 그런 순간에 처해 있을 때면 항상 나타나시나요?”

 

50 에메랄드 하나를 캐기 위해 오 년 동안 강가에서 99 9 9 99개의 돌을 깨뜨렸다. 마침내 그는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은 그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돌 하나만, 단지 돌 하나만 더 깨뜨리면 되는 그런 순간이기도 했다.

 

50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51 “아직 손에 넣지도 못한 것을 두고 약속을 하겠다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56 이 바람에는 미지의 것들과 황금과 모험, 그리고 피라미드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꿈과 땀냄새가 배어 있었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양들, 양털 가게 주인의 딸,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평원은 그에게 단지 자아의 신호를 이루어가는 과정들에 불과했다.

 

57 “참 놀라운 일이었어요. 제 친구가 그 자리에서 제 양들을 모두 샀거든요. 자기는 줄곧 양치기를 꿈꿔왔다면서 이번 일이 자기에게 좋은 기회라는 거예요.”

그는 노인에게 말했다.

항상 그런 거라네. 그것을 은혜의 섭리라고

부르지. 만약 자네가 처음으로 카드놀이를 하게 된다고 치세. 자넨 틀림없이 따게 돼.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지.”

 

58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일세.”

 

62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은 잊지 않는 데 있도다.’”

 

73 산티아고는 무엇이 남아 있나 보려고 배낭을 열었다. 배에서 먹던 샌드위치가 아직 나아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배낭 안에는 두꺼운 책 한 권과 겉옷, 그리고 노인이 준 두 개의 보석뿐이었다.

 

76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나선 모함가야.’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들면서 그는 생각했다.

 

78 그는 과자 장수의 일을 도왔다. 그 상인의 얼굴에는 특별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기쁨으로 충만하고 삶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그의 얼굴에는 진지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미소가 깃들여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미소는 신비로운 늙은 왕, 노인의 미소가 흡사했다.

 

78 조금 걷다가 그는 과자 장수와 자신이 진열대를 세우며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은 아랍어로, 한 사람은 스페인어로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았던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무언의 언어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난 양들과 함께 지내며 그걸 알았고, 이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똑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야.’

 

83 “그럼 왜 제가 그릇을 닦도록 내버려두셨나요?”

청년이 물었다.

  그릇들이 더러웠기 때문이지. 자네나 나나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들어가면 닦아내야 하지 않나.”

 

83 ‘사람들은 표지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 군. 하지만 자기들이 하는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아. 나 자신, 그 오랜 세월 동안 양들과 무언의 언어로 말해왔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말이야.’

 

84 이 순간, 식당의 작은 문 너머를 바라보는 공허한 시선만이, 죽음을 향한 커다란 갈망만이, 모든 게 영원히 끝나버리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상인은 놀란 눈으로 젊은 친구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청년의 얼굴에 충만했던 밝은 기운이 갑자기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는 내가 줄 수 있네.”

 

2부

 

90 “그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만든 적이 없다네. 밖에 그릇을 진열했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릇이 깨지기밖에 더하겠나?”

제가 양들과 함께 초원을 돌아다닐 땐 양들이 뱀에 물려 희생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은 양과 양치기들에겐 삶의 일부일 뿐이지요.”

 

91 “단지 피라미드를 보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막을 건너려고 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본 적이 없네. 피라미드는 그저 수많은 돌들을 쌓아놓는 돌무더기일 뿐이야. 자네도 자네 정원에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네.”

하긴 아저씨는 한 번도 여행하는 꿈을 가져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92 “제 양들을 더 빨리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은혜의 섭리라고 하기도 하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93 “모든 이슬람 신도들이 지켜야 할 다섯번째 의무는 여행일세. 우리는 일생에 적어도 한 번, 성지 메카로 순례여행을 해야한다네.

 

94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잇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천 번 사막을 가로질러 성스러운 반석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고, 율법에 따라 그 바위를 만지기 전에 광장을 일곱 바퀴 돌고 잇는 나 자신을 눈앞에 그려보았지.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잇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97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늙은 왕이 말했었다. 산티아고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찾은 보물은 이 낯선 땅에 오게 된 것, 도둑을 맞아 빈털터리가 된 것. 그리고 다시 한푼도 축내지 않고 양떼를 두 배로 불리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97 “우리는 크리스털 잔에 차를 파는 거예요. 사람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바로 아름다움이거든요.”

 

99 “자네는 내게 복을 가져다주었어. 그리고 이제 나는 새로운 한 가지를 알게 되었네. 모든 복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야. 난 인생에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네. 하지만 자네는 내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부와 미래를 보게 만들었지. 내게 여러 가지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하지만 이전의 내 상태보다 더 좋게 느껴지지가 않아. 내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원하지 않으니 말일세.”

 

100 ”마크툽

그게 무슨 말이죠?”

자네가 아랍인으로 태어났어야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지.”

상점 주인이 대답했다.

굳이 번역하지만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지.”

상점 주인은 담뱃불을 끄면서 산티아고에게 크리스털 잔에 차를 담아 손님들에게 팔아도 좋다고 했다.

때로는 인생의 강물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104 “난 자네가 자랑스럽네. 자네는 이 크리스털 가게에 생기를 가져다주었어. 하지만 나는 메카에 가지 않은 거야. 자네도 그걸 잘 알고 있겠지. 자네는 또한 자네가 양을 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누가 그러던가요?”

산티아고가 놀라서 소리쳤다.

마크툽.”

늙은 크리스털 상인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산티아고를 축복해주었다.

 

107 물론 양들은 그에게 중요한 다른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바로 그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가게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건 사랑, 열정, 무언가를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의 언어였다. 이제 탕헤르는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었다. 이 도시를 정복했듯이 이 세상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7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108 늙은 왕은 피라미드가 그저 거대한 돌무더기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누구든 자신의 정원에 그런 돌무더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말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전보다 더 많은 양떼를 살 수 있는 돈이 있을 땐 주저없이 사야 한다는 말을 해주는 것도 잊었는지 몰랐다.

 

108 ‘마치 그 늙은 왕이 이곳을 지나며 자신의 표지를 남겨놓은 것 같군.’

하지만 이 사람들이 늙은 왕을 만났을 리는 없었다. 오히려,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나타난다고 했던 왕의 말이 진실일지 몰랐다.

 

109 ‘정작 메카에는 가지도 않으면서, 가고 싶다는 갈망만으로 평생을 살아온 크리스털 가게의 주인처럼 되는 게 더 나은 일인지 누가 알겠어?

 

111 “나는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는 사람 곁에 항상 있다네.”

늙은 왕을 말했었다.

그는 피라미드가 정말 그렇게 먼 곳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상들의 창고로 향했다.

 

119 “천지만물은 그것이 창조되던 태초에는 온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져버린 어떤 언어에 의해 만들어졌지. 난 사물들 속에서 바로 이 우주의 언어를 찾는 중이야. 내가 여기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고. 그 우주의 언어를 알고 있는 한 사내,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해서지.”

 

120 산티아고는 자신은 스페인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영국인은 산티아고가 스페인인라는 걸 확인하니 마음이 놓였다. 아랍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어쨌건 유럽인이었던 것이다.

 

120 산티아고는 불쑥 대답했다. 그리고는 괜한 말을 했나 싶어 이내 후회했다.

 

124 그것은 한가지 일이 다른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로 그 사슬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 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털 상인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124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류로 다가오는 거야. ‘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126 난 양들에게 배웠고 크리스털에게도 배웠지. 사막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을 거야. 사막에는 시간의 힘과 그로부터 솟아나는 지혜가 느껴져.’

 

127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예감으로 인해 약간의 동요를 느꼈다. 어쩌면 그는 지금 모든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를 알게 하는 우주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130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131 어떤 때는 베일로 얼굴을 가린 정체 모를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상의 행로를 줄곧 지켜보고 있던 그들은 사막에 사는 배두인 족이었다. 그들은 강도떼와 야만족에 대한 정보를 흘려주었다. 두 눈만 내놓고 검은색 젤라바로 온몸을 휘감은 그들은 그렇게 소리없이 접근했다가 말없이 가버렸다.

 

132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산티아고는 주위가 희미한 공포의 기운에 휩싸여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한번 무언의 언어, ‘우주의 언어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132 나머지는 모두 알라의 손에 달려 있어요. 위험까지도 포함해서 말이오.”

 

134 “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만물의 정기라고 부르지.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힘이지.”

영국은 그 정기가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광물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그저 단순한 생각이든 모두 정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134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 이 지구는 살아 있는 존재니까. 정기를 가진 땅덩어리란 얘기야. 우리는 그 정기의 일부분이고. 아주 가끔은 우리도 그 정기가 우리에게 작용하고 있음을 느끼곤 하지.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자네가 그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크리스털 그릇들 역시 자네의 성공을 위해 애를 썼을 거라는 거야.”

 

134 사막은 대상 행렬이 자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나가는 곳마다 끊임없이 시험을 해요. 만일 완벽환 조화를 이룬다면 대상 행렬은 오아시스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되었지요. 우리들 중 누군가가 아주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러한 사막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행은 시시각각 엄청난 고난의 연속일 거예요.’

 

138 연금술사들은 금속을 정제하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몇 년을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어. 불꽃을 바라보면서 몇 년을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어. 불꽃을 바라보는 동안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세상의 모든 헛된 잡념들이 조금씩 사라졌지. 그리고는 금속을 정제하면서 결국 그들 자신이 정화되었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거지.”

 

138 산티아고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주인은 크리스털 그릇을 깨끗하게 닦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산티아고는 그릇을 닦으며 머릿속에서 온갖 잡념을 몰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불꽃을 바라보는 일과 다르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는 일상생활에서도 연금술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점차 확신을 갖게 되었다.

 

139 그들은 모두 자아의 신화를 끝까지 살아낸 사람들이었다. 떠돌아다니다가 현자들을 만났고,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기적을 행했고, 마침내는 철학자의 돌불로장생의 묘약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139 그러나 정작 위대한 업에 이르는 길을 제대로 배워보려는 그의 앞에 놓인 것은 완벽한 미로였다. 도무지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책에는 온통 그림과 암호화된 가르침, 뜻을 알 수 없는 글귀들뿐이었다.

 

140 참을 줄 아는 사람만이, 끈기 있게 연구한 사람만이 위대한 업을 이룰 수 있지. 그게 바로 내가 이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정확히 말하면, 암호를 풀 수 있게 도와줄 진정한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해서야.”

 

142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144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젠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그럼 당신은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요. 생명은 성대한 잔치며 크나큰 축제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146~147 그는 과거의 교훈이나 미래의 꿈을 살아내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었다. 수천 그루의 야자나무가 늘어선 이 광경 또한 언젠가는 추억의 자리로만 남을 터였다. 그러나 이 순간, 그에게 이 광경은 그늘이요 물이요, 전쟁으로부터의 피난처였다. 마찬가지로 낙타의 울음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도 있었고, 야자나무 숲은 기적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세상은 참으로 많은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군.’

 

149 ‘만물은 순수한 생명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 생명은 그림이나 말로는 포착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계시를 통해 전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림과 말의 매혹에 끊임없이 탐닉하다, 결국 만물의 언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153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아의 신화를 추구하는 사람의 끈기와 용기를 시험하는 시련뿐이라는 것을, 그 때문에 그는 서두를 수도, 초조해할 수도 없었다. 만일 그렇게 된 다면 신이 그 의 앞길에 준비해놓은 표지들을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154 ‘초조해하지 말자.’

그는 속으로 되뇌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낙타몰이꾼이 얘기한 대로, 먹을 때는 먹기만 하는 거야. 그리고 길을 떠나야 할 때는 떠나는 거고.’

 

158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침묵해야 할지 미소 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그녀의 입술을 보는 순간, 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인고 가장 난해한 부분과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158 인간보다 오래되고, 사막보다도 오랜된 것. 우물가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친 것처럼, 두 눈빛이 우연히 마주치는 모든 곳에서 언제나 똑 같은 힘으로 되살아나는 것, 사랑이었다. 마침내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것은 표지였다.

 

160~161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그는 깨닫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이 세상의 모든 보물을 발견하게 해주리라는 것 또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163~164 “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우물가에서 당신을 기다려왔어요. 내 과거, 내가 지켜야 하는 전통, 사막의 남자들이 기대하는 여자들의 몸 가지 같은 건 잊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사막이 내게 최고의 선물을 가져다주기를 꿈꿔왔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선물을 받았지요. 바로 당신이에요.”

 

164 이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당신을 내게 데려다준 것이 바로 그 표지들이었으니까요. 나는 당신 꿈의 일부이고, 당신이 자주 얘기하는 자아의 신화의 일부이기도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여행을 계속하길 원해요. 당신이 찾는 그곳으로 말예요. 만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전에 떠나야 한다면 당신의 신화를 향해 떠나세요. 사막의 모래언덕은 사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165 나는 사막의 여자이고 그게 자랑스러워요. 내 남자 역시 모래 언덕을 움직이는 바람처럼 자유로이 길을 가길 원해요. 구름 속에서, 짐승들에게서, 샘줄기 속에서 내 남자를 볼 수 잇길 원해요.”

 

167~168 나는 지금 만물의 언어 속으로 스며들고 있어. 이 세상 모든것에는, 매들의 비행까지도 의미가 있는 거야.’

그는 사랑에 대해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해 있었다.

사랑을 할 때엔 모든 사물들이 한층 더 의미를 갖게 되지.’

 

168 “언제나 표지들을 따라가게.”

늙은 왕은 이렇게 말했었다. 청년은 조금 전에 보았던 환상을 떠올리고는, 그것이 머지 않아 실현되리라는 예감에 몸을 떨었다.

 

169 대지는 갖가지 표정으로 세상의 어떤 일이든 알려줄 수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책을 아무렇게나 펼쳐도, 사람의 손을 들여다보거나 새들의 비행을 바라볼 때도, 카드놀이를 할 때도, 그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 모두는 의미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사물들은 그 어떤 것도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며 만물의 정기를 꿰뚫어보는 방법을 발견해 낸 것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171 미래는 신께 속한 것이니,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171~172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여 있다네.”

 

172 “신께서 미래를 보여주실 때라네. 신께서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미래를 잘 보여주시지 않아. 한 가지 예외란 바로, 미래가 바뀌도록 기록되어 있을 때를 말하지.”

 

175 “왜냐하면 제 두 눈은 아직 사막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너무 자주 봐서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제 눈에는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나는 만물의 정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지.’

산티아고는 생각했다.

 

189 “제게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아닐세. 그대는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이미 알고 있어. 나는 다만 그대의 보물이 있는 방향으로 그대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따름이지.”

 

190 “병사가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듯 그대로 쉬게.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195 “파티마는 사막의 여자일세. 남자들이란 떠나야만 한다는 걸,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도 떠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막의 여인이란 말일세. 그대만 보물을 만난 게 아니네. 그녀 또한 자신의 보물을 만난 게 아니네. 그녀 또한 자신의 보물을 만났지. 바로 그대일세. 그녀는 이제 그대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네.”

 

197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200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 뿐, 사랑에 이유는 없어요.”

 

201 “예전에는 막연한 희망 속에서 사막을 바라보았지만 이제부턴 소망과 함께예요.

 

203 “사람들은 떠나는 것보다 돌아오는 것을 더 많이 꿈꿉니다.”

 

203 만일 그대가 찾은 것이 순수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은 결코 썩지 않고 영원할 것이네. 그리고 그대는 언제나 되돌아 갈 수 있지만, 그대가 본 것이 별의 폭발과도 같은 일순간의 섬광에 지나지 않는다면, 돌아가도 빈손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대는 폭발하는 빛을 본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된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게지.”

 

205 “배움에는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네. 그대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 것 여행을 통해 다 배우지 않았나. 이제 남은 건 한 가지 뿐이지.”

그는 그 한 가지가 무언지 알고 싶었지만 연금술사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매를 기다릴 뿐, 말이 없었다.

어째서 스승님을 연금술사라고 부르는 걸까요?”

내가 연금술사이기 때문이지.”

 

206 “그들은 단지 금만을 구했네. 자아의 신화, 그 보물에만 집착했을 뿐 자아의 신화를 몸소 살아내려고는 하지 않았지.”

 

207 신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당신 영혼의 가르침과 당신의 경이로운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네. 그것이 바로 내가 행동이라고 부르는 것일세.”

 

208 사막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네. 모래 알갱이 하나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 속에서 천지창조의 모든 경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니.”

사막 속으로 깊이 잠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209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잊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털어놓게 하고, 또 어떤 때는 사막의 해돋이에 동요되어 소리 죽여 흐느끼게 했다. 보물 얘기를 할 때면 거세게 뛰다가도, 그의 눈이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을 때면 다시 잠잠해졌다.

 

210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야영 채비를 하면서 그가 물었다.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잊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211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211 그는 사막의 길을 가는 내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가시고,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느 날 오후, 마음이 이제는 행복하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212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대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212~213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213 ‘그래,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 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이 거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 매시간은 보물을 찾고자 하는 꿈의 일부분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

 

213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연금술사가 말했던 것처럼,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했다.

 

213~214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을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행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214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는 연금술사에게 물었다.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대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214~215 그날부터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마음에게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꿈에서 멀어지려 하면, 자신을 가슴속에 꽉 붙잡아두고 경적의 신호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음의 신호가 들릴 때마다 꿈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겠노라고 맹세했다.

 

215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다는 게지.

 

216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 뜨기 직전이라는.

 

219 마음이 그에게 말을 걸 대는, 가끔씩 산티아고가 침묵에 묻힌 기나긴 날들을 지겹다고 느낄 때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으로 마음은 그에게 그가 지닌 훌륭한 장점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양들을 버리고 자아의 신화를 찾아나선 용기와 크리스털 가게에서 보여주었던 열정 등을. 

 

220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을 도와주나요?”

그가 다시 연금술사에게 물었다.

주로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는 사람들만 도와주지. 하지만 어린아이들, 술취한 사람들, 노인들도 도와준다네.”

 

221 “눈빛으로 그들의 기를 꺾으셨군요.”

눈은 영혼의 힘을 보여주지.”

 

222 “연금술이라면 그대도 이미 알고 있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 만물의 정기가 우리 각자를 위해 예정해둔 보물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걸세.”

 

223 “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나는 알고 있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자신들도 마치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지. 그래서 발견해낸 게 철학자의 돌이야. 어떤 한 가지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도 더불어 진화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걸세.

 

223 끝으로, 오직 금만을 찾으려는 자들이 있었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 비밀을 찾아내지 못했어. 납과 구리, 쇠에게도 역시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있다는 걸 있었던 걸세. 다른 사물의 자아의 신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자신의 신화를 결코 찾지 못하는 법이지.”

 

224 “바다는 언제나 그 소라 껍질 속에 있네. 그게 바로 그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걸세. 이 사막이 또다시 파도로 뒤덮일 때까지 말일세.”

 

228 “저들이 그대의 두려움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네. 용감한 전사들이라 겁쟁이는 아주 경멸한다네.”

 

229 “그대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지 말게. 그것은 그대가 그대의 마음과 대화하는 걸 방해만 할 뿐이니.”

 

230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잇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230 “그대 자아의 신화를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지. 자아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죽음에 이르렀던 무수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네. 정녕 걱정하지 말게. 대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생명을 더욱 돌아보게 만드는 법이니.”

 

235 ‘좋아, 그렇지만 적어도 너의 모래가 펼쳐져 있는 어딘가에서 한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는 있을 거야. 그녀의 기다림에 응답하기 위해서 나는 바람으로 변해야만 해.’

 

236 ‘누가 너에게 사막과 바람의 언어를 가르쳐준 거야.’

내 마음이

 

236 너는 바람이 될 수 없어. 우리는 너무도 다른 존재야.’

바람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 너와 함께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나는 연금술의 비밀을 알게 되었어. 내 안에는 바람과 사막, 대양, 별들 그리고 우주에서 창조된 모든 만물이 존재하고 있어. 우리는 오직 한 반의 손으로 빚어졌고, 우리에게는 같은 영혼이 있는 거야. 나도 너처럼 되어, 세상 어디로든 스며들고, 바다를 건너고, 내 보물을 뒤덮고 있는 모래들을 날려버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내 곁으로 가까이 실어오고 싶어.’

 

237~238 ‘그건 사랑이라고 하는 거야.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천지만물 주의 그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가 있어. 모든 게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니까. 심지어 인간이 바람으로 변할 수도 있어. 물론 바람이 도와주어야겠지만.’

 

241 만물에게는 저마다 자아의 신화가 잇고, 그 신화는 언젠가 이루어지지. 그게 바로 진리야. 그래서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존재로 변해야 하고, 새로운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야 해. 만물의 정기가 진정 단 하나의 존재가 될 때까지 말이야.’

 

241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241~242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242 만물의 정기를 키우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우리의 모습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거지. 사랑은 바로 거기서 힘을 발휘해.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 싶어하니까.’

 

244 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249~250 내가 믿고 있는 이 땅의 속담이 있지. ‘한 번 일어난 일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253 ‘주여, 주께서 제 집에 들어오시는 영광이 제게는 과분할 따름이옵니다. 부디 한 말씀만 해주시옵소서. 그리하면 제 하인이 나을 것이니.”

 

253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254 “그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네.”

 

255 ‘네가 울음을 터뜨리게 될 장소를 그냥 지나치지 마. 그 자리가 바로 내가 있는 곳이고, 네 보물이 있는 곳이니까.’

 

255 근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자아의 신화를 믿게 되고, 늙은 왕, 크리스털 상인, 영국인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은 결코 자아의 신화와 결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사막의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259 꿈속에 스페인의 어떤 정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근처 양치기들이 양떼를 몰고 와서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 나무 아래를 파보니 보물이 숨겨져 잇지 않겠어.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에필로그

 

271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스승의 대답이었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그럼 세 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272 아마도 스승은 스스로를 두번째 부류에 놓고 있는 듯했다. 나는 스승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또는 칼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자아의 신화, 그리고 그 단순함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신의 표지들도 알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272~273 성모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수도원을 찾으셨다. 사제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성모께 경배를 드렸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시를 낭송했고, 어떤 이는 성서를 그림으로 옮겨 보여드렸다. 성인들의 이름을 외우는 사제도 있었다.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곡마단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 게 고작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놓을까봐 그가 경배 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아기 예수와 성모께 자신의 마음을 바치고 싶어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재주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사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작가의 말

 

276 우리는 단순하게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간혹 별빛이 비치는 오아시스 앞에 앉은 듯한 고요한 순간이 찾아와도 우리는 그것이 우리 삶의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예비해주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깨달음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고, 남 보기에는 초라한 인생이라도 한 사람의 삶은 그에게는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역사책만큼이나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277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비범한 교훈을 얻어낼 수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의 눈과 귀가 쓸데없는 것들에 너무 현혹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우화나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험과 여정을 따라가며 자아의 신화의 해답을 어렴풋하게나마 발견하고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277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278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지혜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고 마치 동화처럼 술술 익히는 이야기는 자신의 꿈에, 운명에, 영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내가 저자라면

 

 

 <연금술사>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노인을 만나고, 연금술사를 만나면서 자신이 진정 원했던 보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아가,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리들에게 큰 변화를 말하지 않는다. 마음으로부터 작은 소리를 듣고 천천히 움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과거에는 내면에서 말하는 변화에 충실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들에게 비쳐진 나의 모습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누군가 '명마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뛴다'고 했다. 나도 멋진 '명마'가 되기 위해 이제껏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자리, 좀 더 편해 보이는 자리를 위해 질주했고, 숨 헐떡이며 지금의 이 자리까지 왔다. 지갑 속 명함에는 '과장'이라는 타이틀이 적혀 있지만, 진짜 모습은 아니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연금술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만물에게는 저마다 자아의 신화가 있고, 그 신화는 언젠가 이루어지지. 그게 바로 진리야. 그래서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존재로 변해야 하고, 새로운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야 해. 만물의 정기가 진정 단 하나의 존재가 될 때까지 말이야. (연금술사, 241p)

 

 난 아직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 신화는 회사에서 높은 목표를 성취하는 것, 가정에서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아니다. 목표가 클수록 공허함만 커질 뿐. 단지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나아가는 중이다. 그 시작은 나의 웃음이다. 행복한 웃음은 사람들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한다. 이렇게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누는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 아닐까?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가 이루고자 하는 신화 또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항상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준 작은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대학교 때 첫 영어선생님이자, 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열어준 미국인, Angelita였다. 어느 날, 나의 웃음을 본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웃음은 백만 불짜리 웃음"이라고 말이다. 사진앨범을 보면 그 시간 전후로 달라진 나의 모습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전에는 시무룩하고 심각한 얼굴이지만, 이후부터는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이 대부분이다. 웃음의 가치도 물가를 반영해서일까? 지금 나의 웃음을 보는 사람들은 "당신의 웃음은 천만불짜리입니다."라고 말한다.

 

 산티아고에게 작은 변화의 씨앗을 심은 것은 바로 자신이다. 그 씨앗에 물을 주고 싹을 틔운 것도 노인일수도 있지만, 노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순종한 것은 바로 산티아고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노인과 같은 훌륭한 멘토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도 팝콘 장수처럼 돈이 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남들이 보기에 조금 더 근사한 일을 택하게 되거나, 영국인처럼 연금술사 지망생이지만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직접 연금술을 시도해보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면 크리스탈 가게 사장처럼, 꿈은 동경의 대상일 뿐, 성취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각자의 환경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조언을 나의 것이라 생각하고, 순종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마음이다.

 

 내가 저자라면, <연금술사>의 실천편을 나의 이야기로 쓰고 싶다. 산티아고가 처음에는 시골에서 신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 하는 양치기가 된 것처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불만 고객들을 찾아가는 일을 한다. 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고객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 동안 잠시 주문을 외운다. 아니면 주머니 속 핸드폰을 문지르며 요술램프 지니를 불러본다. 온화한 천사 같은 고객이 나오기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뜨거운 불을 내 뿜은 성난 용이 기다리고 있다. 무릎을 꿇고 고해 성사를 해보지만 쉽게 화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발끝에서 쥐가 날 때쯤, 화가 가라앉는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고객은 자신의 불만을 들어준 나를 애처롭게 보기 시작한다. 그 때 주인공은 아주 특별한 사람과 마주한다. <연금술사>에서 나오는 노인일수도 있고, 하늘에서 내려온 진짜 천사일수도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어느 수도원을 찾았다. 사제들이 성모께 경배를 드리면서 어떤 이는 시를 낭송하고, 어떤 이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곡마단에서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 게 고작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 놓을까봐 그가 경배 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성모와 아기 예수에게 자신의 마음으로 비치고 싶어했다. 그는 주머니에게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재주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사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나의 진심을 담은 웃음이야말로 살아오면서 발견한 나의 진정한 보물이지 않을까? 든든한 보물을 가진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 간다. <연금술사>의 잊을 수 없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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