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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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소개하고 싶은 책을 미리 정해 두고 ‘마음편지’를 썼습니다. 요즘은 편지를 쓰기 전에 책장을 둘러봅니다. 그러면 내 마음이 어떤 책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어떤 책이 내게 손짓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 책을 꺼내 살피며 편지를 씁니다.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본 자서전’인 <운명이다>가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국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지지했던 정당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나를 따랐던 정치인들은 몇몇을 빼고 대부분 선거에서 떨어졌다. 오래 나와 함께 일했던 참모들 태반이 실업자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기회가 있는 것 같았다. 시민으로서 성공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현직에서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사랑받고 싶었다. 내게 남은 시간 동안, 훌륭한 시민으로 살고 싶었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
- 노무현, <운명이다>
그랬던 그가 열네 줄 짧은 글 하나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 한켠이 허전했습니다. 나와는 먼 대통령의 죽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이 떠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운명이다>에서 노 대통령의 문체는 담담하기보다는 ‘슬픔과 회한’이 섞여 우울합니다. 이 자서전은 그의 말처럼 “영광이나 성공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시행착오와 좌절과 실패의 회고록”이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은 말합니다. “나는 대통령을 했지만 정치적 소망을 하나도 성취하지 못했다. 정치를 함으로써 이루려 했던 목표에 비추어 보면 처절하게 실패한 사람이다.” 과연 그럴까요? 그는 ‘처절하게 실패한 사람’일까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지금 시점에서 단언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가 완전히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인간 노무현의 삶은 실패한 삶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권 변호사로써, 민주화 운동가로써, 정치인으로써 가치 있는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20대 시절 나는 강력한 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견제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선거에서 한 표로 내 생각을 밝히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여전히 권력의 힘을 알지만 그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국민이 깨어 있는 만큼 정치도 발전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데 노무현 대통령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는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소탈하고 씩씩한 삶, 자신의 신념을 위해 도전하는 자세,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그의 이상이 좋았습니다. <운명이다>에서 ‘인간 노무현’을 만났습니다. ‘인간 노무현’이 보고 싶습니다.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시대 상황과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지, 무엇을 성취했고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지, 우리는 많은 시간 더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노무현’을 넘어 ‘인간 노무현’의 삶에 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노무현, 인권운동가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은 모두 ‘인간 노무현’의 일부입니다. 그 모두가 하나로 어울려 ‘인간 노무현’이 되었습니다. ‘인간 노무현’의 삶과 죽음 전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비로소 ‘대통령 노무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운명이다>
* 노무현재단 엮음, 유시민 정리, 운명이다, 돌베개, 2010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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