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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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의 하루를 당신의 십년이라고 할까
엄마는 쉰 살부터 더는 꽃이 비치지 않았다 했다
피고 지던 팽팽한
적의(赤衣)의 화두마저 걷어버린
당신의 중심에 고인 허공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
폐경이라니, 엄마,
완경이야, 완경!
- 김 선우의 시, ‘완경(完經)’의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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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이 향상되고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호르몬이 감소되는 이유도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으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을 꼽습니다. 이 중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출산 시 자궁수축을 돕지만 평상시에도 보살핌과 친밀감을 유발하기에 ‘친밀감 혹은 보살핌의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50세를 전후로 월경이 끝나면서 이러한 여성호르몬들은 급격히 퇴조하게 됩니다. 즉, 누군가를 보살필 수 있는 생체 에너지가 근원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힘들지 않던 보살핌의 역할이 이제 귀찮아지고 힘들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루안 브린젠딘은 이를 뇌에서 ‘엄마 뇌’의 플러그가 뽑히는 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월경이 끝나면 여성은 신체적으로 편해지지만 정신적으로는 힘들어지기 쉽습니다. 여자로서 인생이 끝나고 이제 남은 시간을 사는 것밖에 없는 ‘닫힘’의 의미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보살핌의 역할을 완수했으니 이제는 자신의 삶에 집중해도 좋다는 ‘열림’의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폐경기 증후군’도 새로운 인생을 위한 성장통일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폐경’이라는 말 대신 ‘완경完經’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수했으니까 이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라는 의미가 듬뿍 담겨있는 말이라서 참 좋습니다.
몸의 변화를 이해하고 삶의 다양성을 받아들인다면 월경이 끝난 날은 월경이 시작한 날처럼 충분히 축하받고 기뻐할 수 있는 날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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