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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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하라 사막을 여행할 때였다. 천지가 모래였다. 그때 거대한 캐러밴들이 수백 마리의 낙타 떼 위에 짐을 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일시에 내 여행의 모든 목적이 충족되는 듯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자 수십 마리 혹은 수백 마리씩 10여 킬로나 길게 이어져 나타나는 낙타 떼와 캐러밴은 더 이상 볼거리가 되지 못했다. 경이로움은 평범함으로 바뀌었다. 시시해졌다. 그때 사막의 아름다운 모래 굴곡 사이로 황금빛 사자 한 마리가 보였다. 사자는 조용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한 마리로 족했다. 나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사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름다운 석양이 찾아왔고, 그 사자는 꼬리를 가볍게 칠렁이며 지는 해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이 이야기를 어디서 읽었는지 누구에게 들었는지 이제는 기억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만들어 낸 심상(心象)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마음의 그림 속 금빛 사자 한 마리가 나를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빛 사자가 내게 다가와 내 속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과거의 나로 남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캐러밴의 낙타에서 황금빛 모래 언덕의 금빛 사자가 될 수 있을까요 ? 우리의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위대함의 씨앗은 어느 때 발아하게 될까요 ? 평범한 사람의 위대한 도약,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 순간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꽃봉오리가 열리고 보잘것없는 것으로부터 위대한 것이 태어나는 인생의 정점에서, 하나는 둘이 된다. 늘 우리의 내부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 위대한 모습은 대각성을 촉구하며 지금까지의 나에게 정면으로 맞서 떨쳐 일어난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다보면 삶이 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갈림길에서 그들의 운명은 한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 길 이후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니, 갈림길마다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자기경영은 삶을 시처럼 사는 것입니다. 모든 순간이 다 갈림길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의 도약 과정이야말로 삶의 절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이 부분이 시가 됩니다. 대중의 삶을 버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깊은 인생 deep life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되니까요. 이 지점에서 나의 부재(不在)가 나의 존재(存在)로 전환되니까요.
* 알려드립니다
19번째의 새 책, '깊은 인생 deep life'이 나왔습니다. 나는 삶이 시가 되는 위대한 정신적 도약을 글사진으로 찍어보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약의 순간을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노려왔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도약의 순간과 질주의 과정을 포착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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