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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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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7일 06시 09분 등록

1968년 1월 5일 아침,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한 신문기자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네루다에게 올해(1968년) 계획을 물었습니다. 네루다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나는 365일 안에 새 책을 출판하겠다. 확실하다. 매일 그 책을 쓰다듬고 그 책을 못살게 굴고 그 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어떤 책입니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 일화를 담고 있는 <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에 의하면 그의 답은 한 글자입니다. “내 책은 항상 똑같은 것을 다룬다. 언제나 똑같은 책을 쓴다.” 네루다가 말한 ‘항상 똑 같은 것’과 ‘언제나 똑 같은 책’은 바로 ‘시’입니다.

그는 ‘시가 무언지도 모를 때부터 시를’ 썼고, 파란만장한 삶속에서 그가 놓지 않았던 유일한 하나, 포기할 수 없었던 유일한 하나가 바로 시입니다. 시는 파블로 네루다의 전부였습니다. 그는 시를 쓰며 자신의 존재를 탐험했고, 그 탐험의 결과를 시로 다시 옮겼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내 수중에 있는 소재,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소재로 작업할 것이다. 나는 잡식성이어서 감정, 존재, 책, 사건, 전투 등 무엇이나 삼킨다. 온 땅을 먹고 싶고, 온 바다를 마시고 싶다.” 네루다는 시를 쓰며 세상과 만나고 싸웠고 세상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시로 다시 읊었습니다. 그에게 시는 탐험의 도구이자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을 이렇게 압축했습니다.

“고통 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누어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빵도 맛보고 피도 맛보았다. 시인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눈물에서 입맞춤에 이르기까지, 고독에서 민중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시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시를 위해 살아왔고, 시는 내 투쟁의 밑거름이었다.”

네루다에게 삶은 곧 시였고, 시가 자신의 삶이었습니다. 네루다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무엇으로 나란 존재를 탐험하고 세상에 표현할 것인가? 나는 무엇으로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과 투쟁할 것인가?’

“사람들이 항상 묻는 말이 있다. 특히 기자들이 그러는데, 지금 무슨 작품을 쓰느냐 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왜 사람들은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항상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시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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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네루다 저, 박병규 역,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민음사, 2008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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