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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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에게 집은 무엇일까?
단순한 거처일까? 아니면 가장 강력한 재테크 수단이거나 삶의 질의 척도 같은 구실을 함께
하는 것일까? 도시에 살 때 내게 집은 오직 로망이었습니다. 월급쟁이로서
가장 간절한 꿈이 가족을 위한 집을 소유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새 아파트를 사서 입주하던 날 아내가 보여주었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또한 숲을 사기 위해 그 집을 팔고 작은 전세로 이사하기 전날 말 없이 밤새
짐을 꾸리던 날의 아내 표정은 더더욱 잊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시인에게 집은 아내의 표정인가 봅니다. 허허.
그렇다면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집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생의 꿈을 고스란히 담기 위한 공간이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가족이
안락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일 겝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따라 집은 조금씩 달라져야 합니다. 즉 농부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집은 안락함에
더하여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와 자재를 보관하고 수확물의 저장을 위한 적절한 공간이 꼭 있어야 합니다. 전원에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삶이 목적이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그 목적을 채울 요소가 중요하게 부각될 것입니다.
글 쓰고 농사짓고, 이따금
강의를 하기 위해 외출하거나 혹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 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의 기준에서 겪은 경험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다락이 하나쯤 있으면 좋습니다. 나의 오두막 백오산방에는 다락이
있습니다. 나는 그곳을 세 가지 용도로 사용합니다. 서재겸
글을 읽고 쓰는 작업실, 출강 때 입는 사계절 옷을 보관해 두는 공간,
급할 때는 잠을 자는 공간이 그것입니다. 둘째 작게 짓는 것이 좋습니다. 큰 집을 짓는 사람들이 퍽 많지만, 또 형편대로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나는 가능한 스무 평 안 쪽의 집을 지으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찾아올 수 있는 손님을 맞기 위한 사랑방을 별채로 짓기를 권합니다. 아파트처럼 손님이 올 경우 한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다 보면 금새 알게
될 것입니다. 창고는 형편에 따라 꼭 하나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의외로
자연스레 짐이 늘게 마련인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창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집은 미리 겪어보고 천천히 짓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살고 싶은 근처의 빈 집을 임대해서 살아보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적응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흙과 나무, 돌 등 그 지역의 자연적 재료와 그 지역의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집을 짓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생태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새가 지은 집이나, 벌들이 지은 집 등 다른 생명이 지은 집 중
어느 것도 자연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집이 없습니다. 자연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보려는 사람의 집은 마땅히
그렇게 자연스러움을 따를 때 가장 훌륭한 집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성격에 잘 맞는다면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기를 권합니다. 할 수 없는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더라도 내 손으로 집을 짓는 일은 무엇보다 기쁜 경험이요 성취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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