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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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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4일 10시 00분 등록

 

 

 

상동구이尙同求異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정민교수는 [일침一針]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손빈孫臏이 방연龐涓의 계략에 말려 발뒤꿈치를 베였다. 병신이 된 그는 제나라로 달아났다. 방연의 위나라가 한韓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는 합종의 약속에 따라 제나라에게 구원을 청했다. 손빈은 제나라 군사를 이끌고 곧장 위나라를 쳐들어갔다. 방연은 황급히 군대를 돌려 자기 땅으로 들어간 제나라 군사를 뒤쫓았다. 손빈은 첫날 밥 짓는 부뚜막 숫자를 10만개로 했다. 이튿날은 5만개, 다음날은 2만 개로 줄였다. 추격하던 방연이 웃었다. 겁쟁이 녀석들! 사흘 만에 5분의4가 달아났구나. 기병만으로 쫓아가 쓸어버리겠다.방심하고 달려든 방연은 손빈의 매복에 걸려, 2만 대의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이것이 유명한 손빈의 부뚜막 줄이기 작전이다. 위나라는 평소 제나라 알기를 우습게 알았다. 손빈은 위나라 군사의 이런 생각을 역이용했다.

 

후한 때 우후가 많지 않은 군사로 강족羌族의 반란을 진압하러 갔다. 적군의 수가 엄청나 후퇴하자 추격이 거셌다. 상황이 위험했다. 후회하면서 그는 손빈의 작전을 썼다. 우리도 부뚜막작전으로 간다. 대신 숫자를 늘려라. 매일 후퇴하면서 부뚜막의 숫자를 배로 늘렸다. 뒤쫓아 오던 강족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후방에서 지원군이 오고 있다. 함정이다.겁을 먹고 위축된 그들을 우후는 적은 군대로 허를 찔러 무찔렀다. – 101~102

 

한 사람은 부뚜막 숫자를 줄였다. 한 사람은 반대로 늘였다. 전자는 쫓기면서 후방을 향해 나오는 길이었고, 후자는 추격을 받으며 적진을 향해 들어가는 길이었다. 서로의 상황이 달랐다. 같은 전략을 썼지만 상황에 따라 운영運營의 묘妙를 달리했다.

 

나의 일터도 상동구이를 잘 구사해야 하는 곳이다. 재료는 같은데 만들어진 음식은 요리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재료는 별 것 없었지만 맛깔 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재료를 어떻게 구사할지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하는 곳. 전국시대의 전쟁터나 오늘의 삶이라는 전쟁터, 모두 상동구이가 필요한 곳이다.

 

투자시장은 참여자 모두의 목표가 돈을 버는 거다. 방법도 다양하다.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목표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소유가 목적이 아니라 유동성이 부여된 돈이 목적이 이라면 파는 행위를 하여 내 손에 내 계좌에 숫자로 올라와야 한다. 잔액으로 표시돼야 한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는 극도의 공포도 견뎌 내야하고 넘치는 탐욕도 자제해야 한다. 눈앞에 보였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것이 돈이란 실체이다.

 

총과 칼로 전쟁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그보다 덜하지 않은 돈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전쟁을 하는 전쟁터이다. 돈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나는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아직 많다고 믿는 불합리한 인간이지만 말이다. 나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대부분 주식회사의 존재가치는 수익창출이다. 회사가 직원에게 기대하는 것도 좋은 성과이다. 좋은 성과에 마지노선은 없다. 다다익선이다. 좋은 성과라 함은 회사에 기여하는 수익이다.

 

투자자가 직원에게 기대하는 수익도 다다익선이다. 동일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면 시장참여자 모두 돈을 버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모든 참여자가 수익이 가능하다? 그런 시장이 세상에 존재할까?

 

누군가 수익이 생기면 다른 누군가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 시장의 특성인데, 모든 참여자가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을 찾는 것은 어렵다. 무형의 가치에 관한 것은 예외로 한다. 유형의 가치,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기대수익은 사람마다 다르다. 정기예금 금리가 3%대인 상황에서 6~7%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합리적이다. 합리적인 투자자보다는 실세금리와는 상관없이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도 있다. 증권회사라는 곳은 합리적인 가치보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곳이다. 뒷돈을 대 주면서 게임을 부추기기는 錢主(전주)라고나 할까. 전주는 판을 키우고 판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만 받으면 그만이다.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일 하루 전 전화를 받았다. 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를 반반씩 매수하면 어떨까요? 주식투자를 많이 하는 고객은 아니다. 본인이 보유중인 주식이 갑자기 대선테마주에 엮이는 바람에 시세의 급 변동을 경험한 후이다.  한 번 매매를 해보니 재미가 붙은 모양이다.  테마주는 이슈가 사라지면 보통 시세가 꺽입니다. 오늘 같은 날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닌듯합니다.고 했다. 고객이 자기주장이 강한 분이었다면 적당해 보이는 주식 두 종목을 골라서 반반씩 매수했을지 모른다. 내 입장에서는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게임을 꼭 해야 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이 리스크가 가장 적다. 영업직원으로 겪을 리스크 말이다. 사후 원망을 듣지 않을 확율을 의미한다.

 

다행히 이 고객은 나에게 의견을 물어와서 내 의견을 말하고 주식매수 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급변동을 일삼는 테마주매매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두 비합리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는 행위만을 생각하면 그 속성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 누구나 쉽게 터득할 수 있을 필살기는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뎌가며 주시해야 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세의 특징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밋밋함이 싫어. 테마주가 좋아" 이렇게 말하는 고객이 있다. 그분에게 나도 이야기한다. "저도 솔직히 말하는 투자자가 좋습니다. 그래야 가이드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테마주는 특정한 이슈에 대하여 집단으로 움직이는 주식 군群을 말한다. 테마주 투자가 옳은 투자이냐 아니냐를 논하고자 함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시세는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의 고민이 농축된 것이다. 수학공식처럼 동일한 전제에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대체로 회사의 실적이 좋으면 주식시세는 우상향 할 가능성이 많다. 설사 생각하는 방향으로 시세가 움직인다 하더라도 타이밍의 문제는 따로 남지만 말이다. 오죽하면 개구리 뛰는 방향과 주식시세는 귀신도 모른다고 할까.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정보가 시장에 들어오고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 대한 공부는 필요하다.

 

자신이 접한 정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성공확율이 높은지 늘 시장을 주시하며 흐름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같은 정보를 가지고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테마주를 투자하건 가치주를 투자하건 우량주를 투자하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족하다. 여러 가지를 모두 잘 할려고 하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나만의 투자필살기를 확보하면 좋다. 시장이란 놈은 변화무쌍하니 그 필살기가 늘 필살기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다. 투자의 세계가 만만하지 않은 주된 원인이다. 고인물은 썩는다지만 이곳은 그 속도가 좀 빠르다. 늘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또 나가는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어떤 투자방법을 선택해도 그것이 나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면 그것이 우량주이고 좋은 투자이다. 정해진 규칙을 지킨다는 가정하에 하는 말이다.

 

손빈의 부뚜막작전을 우후라는 사람이 손빈과 똑같이 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수적인 열세로 대패했을 것이다. 투자의 맥락도 같다. 예전과 달리 정보의 부족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 듯하다. 넘치는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타인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뚜막의 숫자에 국한된 말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행간을 읽고 바탕에 깔린 의미를 알고 스스로의 마음 안에 어떤 목적으로 임하는 행위인지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번에 두 가지를 원하지 말자. 일타쌍피는 게임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일거양득을 생각하다 오비이락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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