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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8일 08시 08분 등록

수학책을 쓰는 꿈 강사의 고민 



 김연아 선수가 2013년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1등을 했다. 나는 그녀가 1등 하는 경기를 보고 감탄했다. 나는 ‘김연아의 정상은 조금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에 오르면 내려오기 마련이다.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도 있고, 떠날때를 알고 떠나 내려오는 모습을 감추는 이도 있다. 아무튼 올랐으면 자연법칙에 따라 내려오게 된다. 물론 상징적으로 늘 정상에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경주 남산에 올랐을 때 칠불암을 보고 감탄했다. 칠불암이 있는 곳에서 내려다 본 경관 앞에 작은 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10분만 더 오르면 심성암이 있다고 했다. 남아 있는 체력을 가지고 조금 더 오르니 칠불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연이 펼쳐졌다. 나는 감탄사를 계속 연발 했다. 김연아 선수는 아직 칠불암에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아직도 심성암으로 올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년이라는 공백, 연습 스케줄 말고 광고, TV출연, 대학 공부 등 스케줄일 많았을텐데 신기하다. 아무래도 2년의 공백 앞에 있었던 그녀의 피나는 노력, 하나의 점프를 위해 1만 번 뛰었다는 그 땀이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는게 증명됐다. 뭐랄까, 힘들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되는 그런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야 하나? 매끄러운 경기 연출을 보고 작품과 그녀가 혼연일체가 된 것 같았다. 아, 경기를 보는게 아니라 예술을 본 것이다. 

 좋아하고, 닮고 싶은 김미경 강사가 TV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나왔다. 어제 교회에서 그 프로그램을 봤냐고 내게 물은 사람이 5명이나 된다. 목사님, 집사님, 친구들, 선배 등 모두 내게 그 프로그램을 봤냐고 물어봤다. 사람들은 내게 제2의 김미경이 되는거냐고, 너도 할 수 있다고, 점점 김미경 같아 진디고 이야기를 했다. 내심 기분이 좋으면서 나는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생각했다. 

 “제가 그렇게 되려면 한 10년에서 15년은 걸릴거에요. 그것도 제대로 시간을 보낸다는 전제하에요.” 

 강의를 할 때 강사 소개는 ‘진진가’로 한다. ‘진진가’는 진짜, 진짜, 가짜를 줄여서 붙인 게임 이름이다. 10개의 문장 중에 3개는 가짜, 7개는 진짜다. 다 보여주고 가짜 3개를 맞춘 친구에게 점수를 주거나 상품을 준다. 나를 소개 할 때 나는 꼭 내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사부님을 소개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부님의 삶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나면, 아이들에게 꿈과 성공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사부님은 작가이자, 강연가, 스승이면서 동시에 계속 진화, 발전하는 인물이다.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나아간다. 계속해서 제자들과 함께 하신다. 그렇게 되기까지 사부님께도 시간과 땀이 있었다. 

 나는 성공한 사람들을 볼때 그들에게서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필연적으로 보낸 시간을 보려고 한다. 노력과 땀. 그리고 내게 적용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학책을 쓰려는 작가가 리더십을 말하고 꿈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왠지 수학이 꿈과는 상관 없고, 수학을 못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수학을 못해도 되지 않는다.수학을 잘해서 유리한 것이 아니라 수학은 배우고, 해야 하는 학문이다. 물론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은 붙이기 나름이지만 모든 과목이 다 배워야만 될 것 같다가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소신을 이야기 해보자면 수학은 배워야 한다. 김미경 강사는 수학을 제일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학적 사고가 그녀의 강의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90분 강의를 한다고 하면 그녀는 1분 1초의 콘티를 모두 짠다. 논리적인 전개, 타당한 근거과 예시를 들어 강의하는데 수학적 사고가 그녀의 머릿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수학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수학적 사고를 하면서 연습을 할 것이다. 연습한 시간, 신체적 변화 체크, 점프 각도, 원 그리기 등 수학이 녹아 들어가 있다. 꼭 수학을 잘해야만 저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학이 모든 삶에 녹아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꿈을 이야기하는 강사가 쓰는 수학책은 어떠해야 할까? 연구원 선배와 동기에게 영역 사이의 긴장이 팽팽해서 그 끈이 끊어질 것 만 같아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선배는 그 영역 사이의 긴장을 잘 조절하여 안전한 중간지대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그 중간지대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좀 눈치를 챘다. 글을 쓰는 것이 주는 유익함을 누리고 있다고 할까? 

 사실 나는 공부하기 싫은 지점에 와 있다. 그래서 게을러졌고, 노력하지 않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시간과 땀에 대해 보려고 하면서 나는 그걸 보는 것에서 그치고 싶어 한다. 물론 열망이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첫사랑을 그냥 떠내보내고 싶지는 않다. 읽는 수학책을 쓰고 싶은 마음과 써지지 않는 답답함 사이에서, 지금 집중해서 강의하고 있는 꿈 이야기와 수학 사이에서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답은 글을 쓰는 나도, 읽고 있는 이도 안다. 실행이 답이다. 공부가 답이고, 시간과 땀이 답이다. 답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고, 영역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면 안전한 중간지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연아 선수에게서, 김미경 강사에게서, 그리고 우리 사부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나에게서도 발견되게 하는 것이 답이다. 그들과는 다른 나만의 고민을 풀어가는 방법을 찾고, 시간과 땀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수학과 꿈이라, 이 둘 사이를 메울 수 있는 또는 연결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글로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결심이란 기껏해야 기억력의 노예일 뿐, 태어날 땐 맹렬하나 그 힘이란 미약하오. 그 열매가 시퍼럴 땐 나무 위에 달렸지만, 익게 되면 그냥 둬도 떨어지는 법이라오. 우리들이 자신에게 빚진 것을 잊어버려 못 갚는 건 정말이지 피할 수가 없는 거요. 격정 속에 우리들이 자신에게 제안한 건 그 격정이 사라지면 결심조차 없어지오. 

 결심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실행’ 이다. 행동없는 결심은 그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셰익스피어의 <햄릿>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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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9 13:44:33 *.43.131.14

오, 세린 이 글은 '공부하기 싫어지는 시점'에 있는 또다른 저를 일깨우네요.

잘 읽었습니다.^^ 세린은 잘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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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4 20:25:09 *.142.242.20

^^ 언니~!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글 읽어주고 댓글 달아주어 감사합니다. 

시작 하는 일에 몰두 하다보니 

다른게 잘 안보이게 되고, 

근데 신경이 쓰이니까 마음에 부담만 늘어가고 있어요. 

4월 부터는 좀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 듯. ㅎㅎ


언니도 새로운 학교에서 잘 할거라 믿어요! 

그리고 새로운 시작도 :)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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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1 19:02:11 *.51.145.193

글이 써지지 않고 주제에 대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세린이의 고민은

꼭 내 머리에 들어왔다 나간 듯이 똑같네ㅋㅋㅋㅋ

그런데, 세린이는... 김미경님보다 월등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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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4 20:23:51 *.142.242.20

^^ 와! 

고마워, 오빠~!

이 갈등이 갈등을 너머 안정기를 찾고 쭉 써내려가지는 경지가

오겠지? 

견디면 올것 같기도 하고. ㅎㅎ


오빠도 파이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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