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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8일 12시 56분 등록

어느 중소 기업 사장님 과의 대화

 

이번 주에도 바쁜 일정들이 많았다.

저녁 시간은 2-3개가 일정이 겹쳐 선택을 하는데 고심을 해야 했다.

일정을 도와주는 비서가 있지만, 역시 일을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래 들어와 왜 이리 바빠진 건가?

회사에서 내가 주관으로 미팅하는 횟수가 전 보다 많아졌다.

이유는 간단 하다. 지난달 부터 회사가 다시 적자를 내기 시작 한 것이다.

전에는 회사 안에는 빈 자리가 많았다. 대다수 프로젝트 현장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부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아침에 늦게 오는 직원들은 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사무실에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철수한 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난달에 이어서 이번 달에도 적자가 예상 된다.

 

회사의 손익이 나빠지다 보니 원인 분석부터 대책 마련 등으로 부심 하고 있다.

컨설팅 업무는 수주 사업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수주 실적이 없으면 재정 상태가

빠르게 나빠진다.

재무 상태가 나빠진 것을 잘 식별 하도록 적자 부분은 빨간색으로 기입 한다.

빨간색으로 변해 버린 숫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지기 쉽상 이다.

그래서 자세히 따져 보니 지난 8개월 동안 이렇다 할 의미 있는 수주가 없었다.

회사 영업을 총괄 하고 있는 담당 임원은 좌불 안석 일게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한번도 몇 개월째 수주가 안되고 있는지를 말 한 적은 없다.

경영 지원실 에서 조차도 회사의 심각성을 사전에 보고 하고 논의 하는 일을 제의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어느 회사가 그런 거야?

그 회사 금방 망하겠군…. 맞장구를 치지 않을까!

요즘 어려운 우리 나라 중소기업들의 현실이기도 하고, 우리 회사도 예외 일 수 없다.

 

지난주에는 중소 기업에서 성공한 회사의 CEO가 내 방을 찾아 왔다.

물론 1년전 인연이 되어 나의 고객이 되신 사장님 이시다.

이야기 도중 박근혜 정부가 시작부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라고 하소연을 한다.

최근 90일 세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고객사 사장님 께서는 청렴하시고 돈에 관한 한 투명하신 분 이신데도 과징금이 꽤 큰 금액이

부과 될 것 같다고 걱정을 하고 계신다.

기술 하나 와 뚝심 만으로 기업을 일궈낸 분이 세법까지 적법성을 따지면서 업무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 분은 세상 살이 가 험난 하다면서 모든 건 법 대로해야 한다고 말씀 하신다.

 

이 회사는 필리핀에 여섯개 공장 과 베트남에 한 개 공장을 갖고 있는 규모 이다.

물론 계약직 포함한 근로자만도 8,500여명에 육박하는 중견 업체 이다.

지난달 여섯개 공장 중 하나가 원인 모를 화재로 공장 하나가  불에 타 버린 일이 일어났다.

20억 정도 재정 손실을 보게 되었고, 외국 바이어들에게 제품 납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어

과징금을 내야 할 형편 이였지만 그 동안 신의를 쌓아온 것이 힘이 되어 원만하게 처리가

되었다고 한다.

 

고객사 사장님은 90일 세무 조사, 공장 화재, 새로운 IT 시스템으로 인한 업무 처리에 문제가

발생 하면서 마음 고생이 많았던 차에 나의 사무실에 오신 것이다.

우리 회사는 이 회사의 IT 시스템을 컨설팅 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 주말에 실무자와 함께 프로젝트 현장이 있는 필리핀 Mariveles로 출장을 나와 있다.

필리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현안 이슈들을 협의하고 대책들을 논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직원들도 사장이 현장에 직접 내려와 현장의 시각으로 문제를 논의 하고

대안을 함께 찾아내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힘을 얻는 것 같다.

 

출장 기간에 주말이 끼어 있어서 일요일 날에는 고객사 사장님께서 운동을 같이 하자는

초청을 받았다. 직원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어 볼 속셈 이였는데, 거절 할 수 없었다.

필리핀 클락 공항 근처에 있는 미모사 라는 유명한 골프장에 갔다.

예전에 미군 부대가 주둔 하고 있던 지역이라서 골프장 근처 대 부분의 건물은 현대식 건물들로

구성 되어 있였다. 애완견을 데리고 골프장 주변을 산책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골프장 안에는 우람한 나무들이 많았다. 골프장 입구에 들어서자 타이거 우즈 사진이 보였다.

오래전 우즈도 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는데, 79타를 친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즈가 아마추어 시절 이긴 하지만 무려 7타나 오버한 기록을 냈다.

아마츄어들이 라운딩을 하기에는 어려운 코스가 많은 골프장 이다.

27홀을 돌면서 재미나는 게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인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일정을 끝내고 한편의 장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고객사 사장님과 나눈 이야기 속에서 내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었다.

 

이번 출장을 통해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비즈니스는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고객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인식이 중요 한 것 같다.

둘째는 도덕성 과 성실하게 일하는 Mental이 사람을 부른다.

-사람을 많이 경험 해 본 사람들은 사람 보는 눈이 남 다르다. 속셈을 꽤 뚫어 보는 안목이나

 조직에 유익을 주는 사람을 간파해 내는 눈이 매섭다. 요즘에도 학력이 좋으면 취업을 잘 할 수

 있겠지만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은 역시 도덕성을 갖추고, 성실한 자세로 자기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업을 갖고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셋째는 역시 사람이 남는 자산 이라는 것이다.

-요즘 후계 구도 정리를 위해 2세가 회사에 들어 와 있다. 무엇 보다도 아버지가 이룬 과업 에는

함께 한 동지와 같은 직원들이 있다. 이들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시간을 들어서 그들의 마음을 얻었겠는가!

동지와도 같은 직원들을 경홀히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2세에게 집중 교육을 한다고 들었다. 역시 사람을 아는 일 만큼 값진 일은 없는 것 같다.

IP *.41.19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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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9 13:50:00 *.43.131.14

다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니 어쩌지요? 잘 해나가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단단하고 야물딱진 글을 집에 가서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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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1 18:51:39 *.51.145.193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비즈니스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경영은 이래야 된다하며 조언하는 것은 쉽지만 막상 경영자는

피를 토하는 결정이 끊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힘내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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