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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07시 22분 등록

청소년에게 진로란? 

- 독소시간(독자와의 소통시간)_ 고민있어요!



 “강사님! 저 저번에 연락드린 강*고 지현이에요. ㅎㅎ 저 진로캠프 소감문 금상 받았어요! 선생님 강의내용 잊지 않고 있어요~” 


 토요일 오전 문자메세지가 왔다. 3월 첫째 주에 1박 2일로 강의를 갔던 논산에 있는 학교 학생이다. 강의할 때는 튀지 않았던 학생이다. 조용히 할 일을 하긴 했지만 내 눈에 그리 들어오진 않았다. 학생은 강의가 끝나고 1주일 후에 내게 문자를 보냈었다.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또 문자를 보냈다. 진로캠프 소감문을 제출하고 금상을 받았다는 뿌듯한 내용을 전파에 실어 내게 날렸다. 내가 진행했던 반 학생이 금상을 받은 일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강의 내용을 잊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뒷말이 내 마음을 더 뿌듯하게 해줬다. 그때 내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회상하게 되고, 그 많은 말들 중 지현이 마음에 심겨진 씨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마음 밭이 좋은 학생은 스쳐지나가는 말도 밭에 잘 심고, 물주고, 볕 쬐게 해주며 싹을 틔운다. 하지만 밭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학생은 어떤 좋은 말을 해도 오로지 남 얘기 일 뿐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만났을 때가 바로 변화의 시작이 되는 학생들이 있고, 그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건 내게 기쁜일이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을 어떨까? 지금이 그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을 때이기를, 심은 씨가 있다면 싹이 날 때이기를 바란다. 

 나는 29살에 진로를 정했다. 그 전에는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하며 살았다. 또 주어진 것이었는데, 나는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한 거라고 착각하며 열정적으로 살았다. 알고보면 29살 이전에 나는 수동적으로 살았다. 수동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내게 주어졌던 그 길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 당시는 아주 괴로웠다. 직업을 가지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계속해서 비본질적인 것들로부터 방해를 받았다. 그런데 다행이다. 그 방해와 어려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을 만나면 나는 늘 말한다. 

 “나는 29살에 내 꿈을 발견했지만 10대인 너희들이 지금부터 고민하고, 생각하면 나보다 빨리 자신의 진로를 발견하고, 그 길을 걸을 수 있을 거야.” 

 10대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생각의 힘을 가지고,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삶이다. 지금 잠깐은 남들 공부할 때 진로 찾겠다고 시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가는 길을 찾아 제대로 갈 수 있다.

 진로 수업 시간을 힐링 캠프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진로 시간이 학생들에게 힐링 캠프 시간일 수 있지만 단지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학 공부 시간과는 확실히 다르니 힐링이 될 수 있지만 수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진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쁘고, 즐거운지, 어렵지만 재미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등 좋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구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이 없다. 그런데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질문들이기에 답하기를 꺼려하고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모순이다. 청소년에게 진로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알려고 노력할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면서 동시에 외부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 자신의 기질과 성격, 가치관에 따라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람을 연구할 수도 있고, 직업에 대한 조사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관심 분야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관심 분야 연구는 내가 정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시켜 줄 것이다. 관심 분야를 공부하면서 더 끌릴 수도 있고, 방향을 돌릴 수도 있다. 관심 분야 연구 방법은 키워드를 이용하여 인터넷을 검색하고, 방대한 정보 가운데 내게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어 관련 책을 읽어 볼 수 있다. 관심 분야가 대학 전공 학과로 있다면 그 학과 교수님께 메일을 보낼 수 있고, 이미 그 직업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 할 수도 있다. 인터뷰를 하고 싶지만 만나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다.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인터뷰 거절을 받는다고 해도 시도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자신의 진로 탐구에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시도하면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시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고, 시도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에 기반한 올바른 생각이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에 더하여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 인간은 자신이 인식한 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스스로를 바라보며, 타인과 소통한다. 생각의 왜곡은 다른 많은 것을 왜곡 시켜 버린다. 진로는 결국 자신이 얼마나 생각하고 노력을 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낸다. 급하게 결정하려고 생각을 대충 해버리지 않길 바란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직업이 곧 꿈, 또는 진로라는 생각을 깨자. 알게 모르게 우리는 ‘직업=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꿈은 직업과 다르다. 물론 작가가 꿈이었던 사람이 작가가 됐다면 그에게는 저 공식이 맞는 공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꿈이 었던 사람이 글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책들을 읽고, 산에도 오를 것이고 여행도 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것이고, 번지점프와 같은 것에 도전하기도 할것이다. 꿈은 이렇게 내가 해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 갖고 싶고, 되고 싶은 것 모두를 포함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 직업일 수 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해보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세부적으로 그리고, 색칠을 할 때 직업에 대한 방향도 나오고, 꿈 목록도 생기게 된다. 

 청소년에게 진로란 지금 당장은 복잡하고, 알기 어렵고, 답을 내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 등과 같은 교과목을 공부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 후 하게 되는 공부는 이전에 무작정 해야 되니까 하는 공부와 질적으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리고 수학 공부도 더 잘하려고 하겠지? 수학 공부를 잘하게 되면 자신의 진로에 도움을 많이 줄 것이다. 현실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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