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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4일 00시 24분 등록

바쁘다는 핑계로 몇 주 운동을 하지 못하였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존재. 연속으로 빠지고 나니 괜히 농땡이를 부리고 싶다. 처음 새로 시작하는 기분. 그러다보니 다시 강습을 받으러 나가기가 왠지 낯설다. 환경도 낯설지만 무엇보다 몸이 낯설다. 익숙지 않은 새로 산 옷을 입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적응도 잘되지 않는다. 역시 거르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 장인 혹은 대가라는 호칭을 불림 받는 이들도 남들이 보기에 그 정도 수준이면 이제 눈감고도 하리라고 여기지만, 매일 일정 시간 수련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신체적 행위 자체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고 말해야겠다. 그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체득한 성장환경 탓이리라. 체육시간 달리기면 달리기 축구면 축구를 비롯해 무엇 하나 선두에 서본 적이 없다. 그러했기에 이 종목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함께 사는 마늘님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얼마나 오래갈까. 제풀에 지치고 말겠지. 그런데 나는 무슨 바람이 불어 이것을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 시작한 것일까.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길래.

사람 특히 남자의 원초적 본능 중에 하나는 목표물을 쟁취하고 성과의 진지를 구축하는데 있다. 현대는 치열한 생존경쟁 사회이기에 다른 이보다 조금이라도 앞서지 않으면 추락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누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한번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다시 일어서기가 힘든 것이 우리네 사회다. 지인 중 자영업을 경영하다가 몇 억대의 빛으로 인해 신용불능 상태 및 결국은 가정까지 붕괴되는 사례를 본적이 있다. 사람들은 남들보다 앞에 서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잘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손을 뻗고 발을 뻗어 한 뼘이라도 앞서 나가기위해 용을 쓴다. 나아가 잠재된 욕망의 표출을 성공, 권력, 부귀, 명예라는 월계관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 그런 면에서 클라이밍은 현대인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대상의 하나로 여겨질 수 있다. 오를 수 있는 극한의 높은 곳까지 매달려 오른다. 바위에 몸을 붙여 잡을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의 자그마한 공간 즉, 기회가 보이면, 자신의 기술과 힘으로 움켜잡고 일어나 꼭대기에 다다른다. 그러다보면 오래전 잊혔던 사냥에서의 전투적 본능이 되살아난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동일하다.

 

영업의 현장에 있다 보면 매번 질문 받는 것 중에 하나가 어떻게 하면 판매와 리쿠르팅을 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변을 한다.

“영업을 잘하고 싶습니까. 레드카펫을 밟으며 무대 위 시상식에서 남들의 이목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판매왕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목메어 외친다.

“어떻게요?”

“간단합니다. 몇 년 동안 누계로 올릴 실적을 당장 금월 사재기를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최고의 매출로써 Top이 될 수 있습니다. 쉽죠. 단, 수금은 책임을 지지 못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에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인터뷰하다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사항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앞머리 글자를 딴 비행기 법칙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비전 설정이다. 영업 판매 우수자를 위한 인센티브 시책으로 자동차 시상품이 걸린 가운데 강의중 수강생들에게 이런 과제를 제시한 적이 있다.

“오늘 당장 자동차 매장으로 달려가십시오. 거기서 당신 마음에 드는 색상과 디자인을 골라 시승 및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으세요. 그리고 그 사진을 큰 사이즈의 칼라로 확대해 가장 잘 보이는 여러 곳에 붙여 놓습니다. 제 경험상 눈에 뜨이는 곳 중 하나로는 안방의 천정 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보기 싫어도 눈뜨면 볼 수밖에 없는 아주(?) 좋은 위치이지요. 그리고 아침마다 그 사진을 보면서 하루의 다짐을 외치며 활동을 나가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시상품은 당신의 것이 됩니다.”

확실한 비전을 시각적으로 눈앞에 그리는 것. 이의 중요성은 이지성씨의 <꿈꾸는 다락방>에서 ‘생생하게(vivid) 꿈을 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R=VD 공식으로도 소개가 된다. 그런데 이 비전을 구체적으로 꿈꾸는 이는 생각 외로 많지 않다. 비전의 시각화 그리고 그것을 대뇌에 심는 작업 이것이 성공으로 오르는 첫 번째 법칙이다

두 번째는 행동 즉, 실제적 액션이다. 위의 사례에서 자동차 매장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으라는 과제를 제시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뭐야, 그렇게 해서 자동차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다할 수 있는 것 아냐.’

그럼에도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극히 소수이며 위의 경우에도 예외는 없었다. 한사람은 나의 말대로 사진을 확대해 붙여놓고 아침마다 외쳤다.

“올해 자동차는 000꺼다. 반드시 탄다.”

그 자성예언(自成豫言)은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그에게 큰 힘이 되게 해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여러 리더십 프로그램 중 카네기 리더십 코스는 특색이 있는데, 그것은 3개월의 기간 동안 매주 과제가 주어지고 실천 내용을 발표한다는 점이다.

 

기업체 과장으로 근무하는 A씨. 업무 가운데 책상에 앉아 무언가 고민하고 있다.

‘큰일 났네. 발표일은 다가오는데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였고 그렇다고 강좌에 빠질 수도 없고.’

끙끙대던 그는 지난주 작성한 ‘인간관계 증진 서약서’를 다시 한 번 훑어본다.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증진시키고 싶은 사람을 선정해 달성하고자 하는 혁신적인 목표와 그로인한 나의 비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재한 것이었다.

‘나 참, 그냥 강사의 강의만 들으면 될 줄 알았더니 이런 과제까지 내어주고. 사람 참 귀찮게 구네.’

그러던 차 전화벨이 울린다.

“안녕하셨어요. 코치 000입니다. 공약 대상자이신 B부장님에 대한 실천 사항은 잘되어 가시죠.”

코치까지 전화로 확인사살 하는 상황에 무언가 시도하긴 해야 되겠다 마음먹은 그는 가장 껄끄러운 업무 상대인 B부장에 대해 칭찬의 세레모니를 시작한다.

“부장님. 오늘 넥타이가 돋보이시네요. 사모님의 안목이 역시…….”

생전 그런 소리를 하질 않던 A과장 이었기에 겸연쩍긴 하였지만 그를 대하는 부장님도 그리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내친김에 A과장은 저녁 식사약속까지 받아 낸다.

 

내가 하는 강의에는 다음과 같은 특정적 멘트가 있다.

“노트와 필기도구는 준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요한건 저의 강의 내용 중 한 가지라도 마음에 와닿는게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실 것인가 그것 하나만 발견 하시면 됩니다.”

그렇다. 중요한건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와 이론상의 개념을 접근하더라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세 번째는 결과물인 기적 창출이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원 입문시절 각자의 호를 선물 받는 시간이 있었다. 개인별 기질과 특성에 맞춘 호가 전달되었는데 나에겐 書元이라는 호가 부여 되었다. 연구원들의 숙명은 책을 발간하는 것이었기에 書元이라는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말 그대로 책의 으뜸이라는 의미이니 이보다 더 황홀한 호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사무실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매일 들여다보고 다짐을 하였다. 연구원들에게는 매주 엄청난 과제가 주어지고 사이트에 등재한 글들은 대중들에게 오픈됨과 동시에 여러 피드백이 수반된다. 나의 글은 남들에 비해 클릭 횟수가 적을뿐더러 좋은 평가가 따라오질 않았다. 그로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이어지는 자괴감은 나를 절망감으로까지 이어지게 하였다.

‘괜히 시작한건 아닐까.’

‘나에게 글 솜씨가 있기나 한 것일까.’

‘황금 같은 연휴에 내가 뭣하고 있는 건지.’

그럼에도 끝까지 나를 붙들어 준 것은 書元이라는 호였고, 언젠가는 책을 내어 사람들에게 인식을 시켜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었다. 그것은 과정 이수 후에도 매주의 칼럼을 쓰게 하는 끈이 되게 하였고, 결국 삼년의 땀방울은 첫 책의 출판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세상은 정상으로 향하는 오름의 연속이다. 끝없이 올라야만 하는. 거기엔 무엇이 필요할까. 비행기 세 가지 법칙이 요구되어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쉼 없이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 이것은 삶의 여정에서 꼭 필요한 무기이기에. 매년 12월이 되면 개인적으로 한해를 마무리 짓는 의식 중에 하나를 피정(避靜)으로써 갈무리를 한다. 피정이라는 용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 가서 조용히 자신을 살피고 기도하며 지내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내가 자주 찾는 곳은 한번 입회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갈 수 없다는 봉쇄 수녀원이다. 그곳의 하루 24시간은 톱니바퀴처럼 오차 없이 돌아간다. 매일 똑같이 몇 차례나 반복되는 그녀들의 행위. 지정된 장소, 정해진 시간, 일률적인 기도문이 계속 되풀이된다. 저들은 지겹지 않는 걸까.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가고 싶지는 않는지. 유혹이 찾아올시 어떻게 이겨내는 것일까. 그녀들과 함께 동참하다 보니 갑자기 한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 힘’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아닐까.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이 아닐까. 일생동안 한곳에 정주하며 한정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새벽 3시30분부터 저녁 7시 40분 끝기도와 잠기도로 노동하고 기도하는 365일 반복되는 그녀들의 생활. 그 생활 속에서 어떤 이들은 갈증을 느끼고, 그 생활 속에서 어떤 이들은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런 가운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자기관리이다. 회사생활에서도 하루 술을 진탕 마시며 밤을 새다보면 반드시 다음날 업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것은 강도가 더해진다. 한번 삑사리가 나면 그 여파의 파장은 크다.

‘똑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 힘’

그렇게 하기위해 일상의 노력을 반복하게 일으키는 원천을 찾아야 하고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래 살아 나갈 수 있는 생존력이다. 그 차이는 뭘까. 그것은 뭘까. 거기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흥미, 적성, 가치관, 스타일, 특질, 추구하는 것. 무엇이든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엇을 붙들고 키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나가고 일으키는 힘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 내공은 어느 한순간 나오는 게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굳은살을 하루 이틀 키워 나가야 한다.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조금씩.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손끝이 갈라진다. 홀드를 잡을 수가 없다. 초크를 바른 손에 땀방울이 스며들자 시린 상처의 아픔이 밀려온다. 과정이다. 암벽에 오롯이 손끝의 힘으로 엄지발가락의 힘으로 매달리는 고수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지. 그 힘의 비결은 간단하다. 멈추지 않는 것. 동작을 반복하는 것.

어떤 작가는 이야기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고. 그럼 무엇으로 쓰는 걸까.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하루 온종일 앉아있어도 마음은 동상이몽이다. 주말 오후의 따뜻한 햇살은 유혹 그자체이다. 글감이 떠오르질 않는다. 몸은 근질거린다. 한동안 자신과의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씩씩대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진정되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나의 타이핑은 문체로써 형상이 된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시간이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매일의 이어짐이 아닌 한동안 쉬었다 하는 공백이 있는 경우에는 좀처럼 마음 다잡기가 쉽지 않다. 환장할 정도이다. 그러하기에 선방에서 수련하는 스님들도 반복의 수행을 놓지 않는다. 이것이 매일을 이어가는 힘이다.

글을 쓰는 행위

세상의 암벽을 오르는 행위 그리고 멈추지 않음이

성공의 또 다른 행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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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5 09:53:04 *.216.38.13

난 승호씨 칼럼 팬이었는뎅..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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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7 07:33:48 *.153.23.18

다시 읽었어요. 연휴라 ^^

안방 천정 바로 아래에 선배의 '서원' 이름처럼, 나의, 또는 우리 가족의 상징이 되는 걸 하나 붙여볼까 생각했어요.

계속 걷는자 길 끝에 닿겠지요. 선배는 계속걸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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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19:02:22 *.62.164.170
매일 반복하는 힘! 기억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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