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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4일 01시 20분 등록

시기가 가늠되지 않는 때,

황폐한 나라 waste land 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세르푸스.

사람들은 기근으로 힘들어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지 오래다.  

 

세르푸스는 황폐해진 땅에서 채석을 하며 하루 하루를 살고 있었다. 입에 풀 칠 하고 살 정도의 박봉이긴 하지만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고, 돌을 캐는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지만 그런 일자리 조차없어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니 세르푸스는 사정이 좀 나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괴로웠다.

 

'수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먹을 것도 없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방황을 하는데, 나는 이곳에서 돌덩이나 캐고 있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었고 세르프스는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동료 프리엔드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 옆 마을에 '스페로스'라는 용한 점장이가 있다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견을 들었는데 백이면 백 척척 맞아떨어진다는거야. 한 마디로 귀신이지 귀신......"

 

세르푸스는 궁금해졌다. 그가 정말 귀신같이 나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지,  그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고민 끝에 세르푸스는 옆마을 예언자 스페로스를 만나러 갔다. 그의 집에 도착 한 세르푸스는 조심스럽게 스페로스를 불렀다. 그가 나온다.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분위기,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나왔다. 

 

'이 노인이....이 사람이 족집게 점쟁이, 예언자라고?' 

 

세르푸스는 반신반의했다. 예언자 스페로스가 말한다. " 무엇이 궁금해 나를 찾아왔소......" 

세르푸스는 속는 셈 치고 말했다. " 전 제 미래가 궁금합니다. 도대체 제 미래는 어떤가요? " 

잠시 세르프스를 응시하는 스페로스는 곧 이렇게 말한다. 

 

" 당신은 곧 죽을 것입니다.." 

 

" 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제가 죽다니요? 무슨 말입니까? 전 이렇게 젊고 건강한 멀쩡한 남자인데요. 그게 말이 됩니까?" 세르프스가 반문했다.

 

"당신은 곧 죽을 것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머지 않아 죽게될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돌팔매질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그 돌팔매질을 피한다 할지라도 , 병에 걸려 죽게될 것입니다. " 

 

스페로스의 말을 들은 세르푸스는 머리가 하얘졌다. '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난 건강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고 남들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이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프리앤드녀석의 말을 듣지 말껄..... 그 신빙성 없는 뜬소문을 듣고 왔더니... 뭐???? 내가죽는다???   말도 안돼......' 

세르프스는 고민에 빠졌다. 그냥 가자니 도저히 찝찝해서 못가겠고, 다음 이야기를 듣자니 저 머저리 돌팔이 영감탱이의  근거없는 예언을 믿는 것 같아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세르푸스는 그곳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십수분을 말없이 고민하던 세르푸스는 스페로스에게 묻는다. 

 

" 그렇다면, 좋소. 내가 죽는다고 칩시다. 하지만 난 죽기에는 아직 너무 젊소. 당신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고 허벅다리와 팔뚝에는 핏줄이 꿀럭꿀럭 튀어나올 정도로 신체도 건강하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이와 아내도 있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소. 내가 곧 죽는다면 나는 하늘 나라에 편히 못갈 것이고. 한 많은 영혼이 되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어지럽힐지도 모르오. 스페로스는 당신은 내가 죽는다고 예견했는데... 당신은 미래를 본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그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오? " 

 

" 방법이 있소......" 스페로스가 짧게 말한다. 

"그렇소?! 그렇다면 말해보시오, 어서. 필요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모두 해드리리다." 

" 댓가는 필요없소. 나는 댓가를 바라고 사는 사람이 아니오. 그저 내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을 뿐이고, 그 능력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일 뿐. 세르푸스 당신이 죽음을 피하고 싶다면, 지금 있는 그곳을 떠나시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미지의 나라 '판도라'로 가서 '생명의 서'를 찾아  그 '생명의 서'를 읽고 체화시키시오. 그러면 죽음을 피할 수 있소.  하지만 '판도라'까지 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니, 그 또한 명심하시오. 몸 조심하시오. "

 

 그게 끝이었다. '생명의 서? 그게 뭐지?! 도대체...... 생긴 것도 모르고 그 내용도 모르는데......'

 

세르푸스는 눈앞이 캄캄했다. 막막했다. 하지만 그저 넋놓고 앉아 있다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마을 waste land를 떠나기로 한다. 사랑하는 아이와 가족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어렵사리 등을 돌린다.

 

 

'판도라'가 어디인지 '생명의 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 거의 없었다. 그저 소문에 소문을 듣고 물어 물어 찾아 갔다. 하지만, 세르프스는 그과정에서 믿기 힘든 무수한 일들을 겪는다. 예언자 스페로스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양귀비와 같은 묘한 식물이 사는 마을 - 일명 '잠의 도시(city of sleep)'-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마을에 사는 요괴 슬레퍼들을 만난다. 슬레퍼들은 사람을 잡아 먹거나 해를 가하는 무서운 존재는 아니지만 그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은 잘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양귀비와 비스무레 한  약초를 가지고 최면을 걸어 잠을 재운다. 세르푸스 그 마을에 들어가 잠들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400일이 넘어서야 마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수 많은 미인들이 사는 마을 '워머네스'  였다. 세르푸스는 사실 그 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유혹에 빠졌었다. 세르푸스는 섬기는 수 많은 미인들. 끊이지 않는 음주가무, 그의 말 한마디에 모조리 움직이는 여인들. 수 많은 여자들이 그를 왕으로 추대했고, 그를 따랐다. 순간이었지만 황홀경에 빠진 세르푸스였다. 하지만 하루이틀 지날 수록 점점 피골이 상접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력에 좋다는 것은 모두 먹었고, 별다른 일도 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점점 버거워지는 그 였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야반도주하듯 도망쳐 나오는 과정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가 도망치자 '워머네스'의 여인들은 일순간 마녀와 악녀로 돌변하였다. 그의 살점을 뜯어먹으려는 듯 혈안이 이었다. 생명에 대한 절박함이었을까. 세르푸스는 결국 '워머네스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게으름을 마을 '라지니아' , 돈의 마을 '모네이아' 등 수 많은 마을들을 지났지만 판도라에 도착하는 여정 중 가장 어려웠던 곳은 거울의 마을 '루나'였다. 수 많은 아름다운 거울들로 가득한 마을 '루나. 하지만, 거울의 마을은 들어가기는 쉬우나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마치 다이달로스의 미궁 라비린토스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안에서 수 많은 자신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추한 얼굴만 보여주는 거울, 자신의 웃는 얼굴만 보여주는 거울, 겉과는 다른 시커먼 속만 보여주는 거울...... 그동안 세르푸스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습들을 만는 것 같았다. 그곳은 지옥 그 자체 였다. 결국 모든 거울을 깨고 빠져 나온 그는 '판도라'에 도착하여 '생명의 서'가 있다는 동굴로 들어갔다. 

 

'생명의 서'가 있다는 동굴에는 수많은 서들이 있었다. 신화의 서, 지혜의 서, 그처럼 무언가를 찾아나선 모험의 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의 서'..... 수천 수만권의 책들이 쌓여 있었다. 그는 '생명의 서'를 찾아 읽기 시작 했다. '이건가?!' 이게 아니야. 그럼 이건가? 이것도 아니네... 도대체 생명의 서는 어디에 있는거야?!'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일년은 이년이 되고 이년은 삼년이 되고 삼년은 오년이 되고 오년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생명의 서'라는 책은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스페로스 이 영감탱이!!! 생명의 서가 어디있다고 이런 말을 한거야?!......'  

 

 

세르프스는 결국 1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을 첫 여정보다 수월했다. 그 마을들의 생리를 익히 알고 있기도 했고, 그가 읽은 수 많은 책들 안에 뜻밖의 지식과 지혜가 그의 여정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십수년만에 돌아온 집. 사랑하는 가족은 다행히 무사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아이는 장성했고, 늠름했으면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내의 주름은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집이었다. 사랑하는 그의 집이었다. 

 

자신이 일하는 채석장으로 갔다. 채석장은 여전히 활발히 움직였지만, 그가 떠난 동안 빈부의 격차에 화가 난 젊음이들이 채석장을 습격했고 수 많은 일꾼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 많은 사람이 죽고 수 많은 사람이 잡혀 갔지만, 그 빈자리는 다시 일부의 젊은이들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직업과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세르푸스는 그들이 가여웠다. 자연스레 그들과 이야기하게 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되었다. 생명의 서를 찾아간 것. 그 과정, 그리고 생명의 서를 찾는 여정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말해주었다.

세르푸스의 입은 진심을 말했다. 젊은이들을 향한 말들이었다. 세르푸스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자신의 생각을 뛰어 넘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눈은 반짝 반짝 빛났고, 세르프스의 심장도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마치 깊은 심연에 있었던 물을 끌어 올기위해 힘차게 펌프질 하듯, 세르푸스의 심장도 쿵쾅쿵쾅 쿨럭쿨럭 펌프질해대기 시작했다. 

 

세르프스의 입담은 이 마을 저 마을로 번지기 시작했으며, 많은 사람이 그에게 묻고 듣기 위해, 과거 세르프스가 스페로스는 찾아갔던 것처럼 그들도 자신의 미래를 알기 위해 찾아오게 되었다. 세르푸스는 그의 여정을 이야기해주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세르푸스처럼 삶을 위해 '생명의 서'를 찾기 시작했다.  

 

세르푸스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수 많은 젊음이 자신으로 인해 다시금 박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르푸스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을 찾게 되었다 . 그는 깨달았다. 판도라는 생명의 서가 없었음을...... '생명의 서'는 그 자신 안에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 세르푸스가 죽자, 가족들은 그를 땅에 묻었다. 그리고 그가 묻힌 자리에서는 나무가 자라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 나무를 찾고 나무에 귀기울인다. 그러면 나무는 무어라 말한다. 그들은 나무에서 위안을 얻게 된다. 

훗날 그를 따랐던 수 많은 젊은이들도 죽게 되었고, 그들이  묻힌 자리에서도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명 한명이 죽음을 맞이하고, 그 자리에서 한그루 두그루의 나무들이 자라났다. 세르프스의 마을 waste land는 더 이상 waste land ( 황무지)가 아니었다. 그는 나무의 정령이 되었고 황무지 같은 세상을 푸른 나무들로  가득차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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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4 14:21:44 *.50.65.2

김대성 작가의 소설 속 이름들이 돋보인다네.

인물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 창의적 발상. 본받고 싶다. ^---^


김~~~김이 모락모락 나는 중이야. 쌀씻고 밥 앉히고 이제 끊기 시작했어.  
대~~ '대성' 작가가 되는 일, 지금 스타트를 시작으로 잘 달려가고 있어
수~~~수련과정을 제대로 마치면 그대가 생각한것보다 

           10년안에 다섯권이상의 책을 낼 수 있으니, 그대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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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4 22:21:02 *.65.152.64
생명의 서는 자신에게 있었음을! 멋져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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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3:46:39 *.58.97.22

세르푸스씨....

ㅎㅎㅎ.. 양쪽 귀에 꽃 꽂았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

내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걸린다.

 

얼굴도 뽀얀 꽃미남, 땟쑤 나무...

언젠가 부터 슬그머니 땟쑤 이름에 나무가 들어가 있더구나.

땟쑤+나무=세르푸스..

 

내가 실력만 된다면

세르푸스 남신의 모습을

신화그림 비스무리하게 그려보고 싶은 충동이...

ㅋㅋ 재미있겠다.

 

땟수나무야...

나는 네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계절 바뀌는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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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4:09:50 *.94.41.89

역시 댓수형은 나무가 되야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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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8:32:58 *.91.142.58

계속 땟쑤나무의 컨셉을 쭈~욱 일관성 있게 이어가고 있는 대성작가!

넌 분명 멀지 않은 미래에 대성할 멋진 이야기꾼 대성작가임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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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 22:55:45 *.222.10.111

질문: 슬레퍼들이 사는 마을 이름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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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7 15:57:55 *.91.142.58

일명 잠의 도시 'City of Sleep'이라는데여? 아닌가???
응답하라~세르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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