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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4일 13시 31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4.4


덥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던 것 같다.

아예 봄을 생략하고 찾아온 여름소년은 고유가, 고물가와 더불어 3高를 기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힘겨움을 가져 다 주었다.

안 그래도 살이 많아 여름이 힘든 나에게도 폭염은 여전히 굵디굵은 땀방울을 선물로 주었고, 생각하기도 싫은 피서의 고통도 함께 보내 주었다.

그래도 났으니 살아야 하는 명제처럼 주어진 여름을 어찌해보지 못하고 그냥 사는 수밖에...


1. 졸업식


젊은 시절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뛰쳐나가느라 미처 졸업을 하지 못해 뒤늦게나마 학교 공부를 해야 했다.

그래서 남들 다 하는 졸업식 사진 한 장 없다.

마흔 넘어 시작한 늦공부가 꼬박 4년에 걸쳐 마치고 지난 8월 졸업식을 했다.

편입해서 2년, 다시 대학원 2년.

늦게 공부해야 하는 의무는 없었지만 이왕 시작한 공부라 대학원까지 하고 싶었나 보다.

졸업식장에 아내와 함께 갔다.

긴 시간동안 묵묵히 내조해 준 아내에게 고맙단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했지만 두 손 꼭 잡고 눈으로나마 감사를 보낸다.


2. 돌산도의 여름


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했는데 갑작스레 떠나자고 보채 길을 떠나고서야 행선지를 찾았다.

무작정 남쪽으로 방향을 정해 내려가다 여수에 있는 꽤 유명한 식당이 생각나 이왕 나선 김에 거기도 가볼 겸 돌산도 갓김치도 먹고 싶어 여름 휴가를 여수에서 보내기로 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여수는 조그마한 항구도시라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큰 남녁의 동네 같았다.

여순 사건, 돌산갓김치, 동백섬, 세계박람회 정도만이 여수와 내 의식사이를 연결해 주는 단어였다.

우리나라 4대 기도처의 하나라는 향일암에 올랐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암자에 앉아 내 꿈을 다시 새겨보았다.

듬직하게 큰 아들 녀석도 물끄럼이 바다를 바라보는 게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이 있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보성 녹차 밭을 들렀다.

펜션에서 하룻밤 몸을 누이고 새벽 일찍 아내와 함께 녹차 밭을 함께 걸었다.

아내는 이곳을 무척 오고 싶어 했다.

열여덟 소녀마냥 설레임과 기쁨에 가득 찬 그녀를 보면서 가끔 이곳에서 마음을 쉬었다 오리라 다짐해 본다.


3. book 2 - 식당공부


봄 북페어에서 연결된 출판사와 계약한 원고를 드디어 초안을 끝냈다.

7월에 많이 써 두었더라면 조금 편했을 텐데 놀다 보니 마감에 쫓겨 페이지부터 채우다 보니 엉망인 채로 일단 마무리했다.

제목은 ‘식당 공부’로 정했다.

내용은 지금 운영하고 있는 ‘한정식 마실’에 대한 기록을 중심으로 ‘공부하지 않는 식당의 미래는 없다’라는 주제로 편하게 잡았다.

한 마디로 ‘마실 이야기’인 셈이다.

9월 내내 수정하고 다시 고치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 추천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4. 마실


2년 전 이맘 때 쯤 마실 프랜차이즈 이야기를 꺼냈다가 선생님께 무지 혼난 적이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마 그 때 고집을 부렸다면 지금쯤 나는 물론이거니와 애꿎은 피해자들을 숱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원본이 부실한 카피보다 더한 죄악은 없다. 먼저 최고의 품질을 가진 원본을 확보하라고 하셨다. 차별적 원보, 즉 시장에서의 성공모델이 우선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이젠 그때 그 꿈을 다시 펼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한 번도 잊지 않았고, 완성되지 않은 맛과 서비스와 프로세스로 세상을 현혹하려 하지 않았다.


5. 아침 공부


세상에 가장 어려운 것이 습관과의 싸움이 아닐까?

매일 아침 책읽기와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해 놓고서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고쳐도 고쳐도 쉽게 되지 않는다.

언제나 마음만 있을 뿐 ...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다.

연구원 생활 때 반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휴~.


6. 사람과 사람사이


접대라는 것이 어려워 애지중지 키웠던 기업마저 팔았는데 지금도 사람관계가 쉽지 않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순간적으로 격해지고 감정을 앞세우는 짧은 성격이 항상 문제다.

돌아서면 후회할 것을 왜 그다지도 그 순간에는 그것이 전부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스스로 자중하고 마음 내공을 더 쌓아야 할 일이다.

가슴 아픈 일이 올 여름에 몇 건이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을 것이고 나 때문에 상처받은 이들도 있다.

그들 모두에게 나는 필요한 존재일까?


7. 가을을 기다리며


어김없이 아침이면 배드민턴 클럽으로 간다.

지난 8개월 동안 새벽을 함께 했던 운동이다.

온 몸을 흠뻑 적시는 땀과 함께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네트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신경이 곤두서 오르는 순간을 기억한다.

여름 내 흘렸던 땀방울을 뒤로 하고 가을 하늘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공부와 운동 그리고 장사. 이 모든 것들이 열정의 시간을 뒤로 하고 결실의 계절 속으로 묻혀 들어간다.

후회와 아쉬움, 격정과 분노, 사랑과 기쁨 모두를 잘 영글어볼 수 있도록.



 

IP *.145.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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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민
2008.09.08 12:35:59 *.142.163.170
정말 멋지십니다. ^^ 그 감동으로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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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2008.09.08 13:14:18 *.104.25.46
형님, 이효정입니다.

'마실' 경영하며 대학원 공부하기
쉽지않았을 터인데, 드디어 해내셨군요.
참으로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축드리옵니다.
거기에 두번째 책까지 준비하시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삶의 모습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풍성한 가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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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9.10 08:16:30 *.36.210.44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은 대게가 팔자가 세다. ㅋㅋㅋ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믿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알기도 한다. 많은 일을 하다보면 더러 구설도 생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하지 나서기 좋아하니까 하지 등등으로 쉽게 말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사실 뒤치닥거리 하는 사람은 실제로 뛰면서 마음을 쓰는 사람밖에는 없다. 그대는 어디서나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아 더러 서운 하거나 마음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멀리 사니 늘 베풀어도 있어 베푸는 줄 아는 이기심들도 많을 것이다. 마치 의당 해야 하는 것이기나 한 것처럼. 그만큼 잘 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더 크고 기실 잘 해나가는 면이 많기 때문에 기대하며 그로인해 예상치 않는 부대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영웅은 여러 종류가 있고 할 수 있는 일도 다 다르다. 그대 또한 보기 드문 성실한 사람이고 정 많은 따스한 사람이더라. 그리고 아직 그대가 할 일들은 많다. 삶이 깊은 사람에게는 누구나가 배움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그대 또한 좋은 스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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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9.10 14:26:33 *.46.147.2
자로,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하네!

언젠가 내게 물었을 때...
내가 괜스리 프랜차이즈 일 좀 해봤다고 교육사업 쉽지 않다고 기를 꺽어놓지 않았나싶네.
자네같은 정직한 사람이 프랜차이즈 사업할려면 영업뿐아니라 교육과 관리에 사람이 많이 필요할걸세...

전문성이 없는 프랜차이즈들은 그 수명이 보통10년도 안되고 5년도 안 되는게 허다하네
나는 자네가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 자식의 대에 물려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프랜차이즈를 하시길 기대하네
충분한 능력이 있지 않나!

다시 한 번 졸업 그리고 번성하는 사업 가족들의 평안을 축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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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8 00:49:04 *.41.62.212
그마음, 잘 알것 같아 하루쯤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축하드려요.
선배님 가신길을 가고 있는 후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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