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인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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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년의 회고“ 2020년에 돌아 본 10년
1.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되었다.
정남향이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게 아주 그만이다. 마루에서 책을 읽고 자질구레한 일을 한다. 나물을 다듬고 말리기도 했다. 흙먼지에 양말이 금새 더럽혀지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어릴 적 툇마루에 앉아서 도란도란 놀던 기억, 그 정겨운 순간으로 돌아가는 데 거반 40년이 걸렸다.
2. 씩씩한 사람들과 만났다.
자전거 멤버다. 대부분이 여자들이다. 우리는 팀을 만들어 여행을 했고 많은 언덕을 올라갔다. 높은 언덕에선 자전거를 팽개치고 가쁜 호흡을 토해냈다. 자는 곳은 풍경이 멋진 호텔이 아니라 자전거가 겨우 멈추는 지점의 어느 곳에서 머물렀다. 씩씩한 여자들은 든든하다. 말은 안 해도 진득한 우정이 배어있다. 그들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3. 책을 썼다. 시집, 외식관련,
몇 권인가의 책을 냈다. 외식경영에 관한 책은 공저이다. 외식업에 대한 강력한 호기심이 책으로 나왔다. 즐거운 작업이었으며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또 하나의 책은 시집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 유치하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사랑이란 어떤 시절에도 불황이 없는 테마가 아니던가? 한 때의 열정을 그렇게 몇 개의 시엔가 붙잡아둔 기억이 있다. 나는 그것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계속 쓸 작정이다.
4.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음은 되는 데 그토록 파가 안되던 여자. 혹독한 연습 끝에 자유로이 숨쉬기를 하며 수영을 즐기게 되었다. 수영장에서는 물론 한강에서도 시도하더니 드디어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어여쁜 물개처럼 헤엄을 친 것이다. 너무 기뻤다. 수영복? 아 물론 원피스 입었다^^
5.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다.
서울에서 전국으로, 그러다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 대륙으로…..드디어 로키 산맥 주변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다. 아주 천천히 달린다. 눈을 감으면 고꾸라 질듯하니 살짝 실눈을 뜨고 음미한다. 이 정도면 제대로 산 인생이야. 음..
6. 매년 낯선 곳에서 삶을 보냈다
가보고 싶었던 도시나, 지역에서 아주 잠시이지만 한달 이상씩 살아보았다. 사는 방식은 서울에서처럼 밥을 지어먹고 운동도 하며 자전거도 타고하는 일상을 누리는 것이다.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고 생각보다 꽤 즐거웠다. 대체적으로 주변 사람들은 친절했고 특별히 무서울 일도 없었다. 역시 생각 있다면 한 번 질러 볼 일이다. 도대체 사람이 꼭 한 군데서만 살아야 하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7.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었다.
몇 명의 주변인들로부터 나의 공감 능력에 관해 좋은 평판을 받았다. 그들은 나를 멘토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의논 상대가 되어주길 부탁해온다. 누군가가 나를 그들의 정신적인 동료로 생각해준다는 것은 아주 기쁘며 또 흐뭇한 일이다. 앞으로 인간관계에서 더욱 더 상대를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 아니던가?
8. 식물에 관한 책을 50권 이상 읽었다.
이제 난 웬만한 풀의 이름은 알고 있다. 어느 것이 햇볕을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지, 또 집 안에서 키워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나는 식물에 관해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늦게 시작한 자연에의 사랑이 있다. 어느 산에 들어가더라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을 분별할 수 있다. 갑자기 세상에 기근이 닥쳐온다 해도 굶어 죽지 않으리..
9. 나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다.
체중을 그대로 유지한 덕에 10년 전의 옷을 지금도 입고 있다. 옷값이 안 들어 돈 쓸 일도 없다. 게다가 디스크나 관절의 문제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는데 더 심해지지 않았던 것은 운동덕택이다. 비록 쇠심줄 같이 질겨진 근육이지만 그래도 구석구석에 있는 놈들에게 콜을 하면 사라졌다가도 금새 다시 나타나준다. 녀석들이 끝까지 의리를 지켜주리라 믿고 있다.
10. 고양이 테리, 매스컴 타다. 눈도 안보이면서 25년 이상을 살고 있는 장수 고양이로..
우리 테리 매스컴에 세 번째 나오다. 첫 번째 SBS에 주인 옆에서 꼽싸리로, 그러다 두 번째 어쩌다 EBS에 졸고 있는 게 딱 걸렸었다, 그리고 이번엔 MBC에 주인공으로 등장!!!!
사람들은 “어휴 고양이가 주인을 잘 만나서….”라고 들 말하는 데…..녀석에게 물어보면 반응이 사뭇 다르다. “뭔 말씀을? 그나마 내가 있어 저 여자 사고 안 치고 여즉까지 살고 있는거여…”이러시며 옆으로 눕는다. 그 여자, 이제 완전 할아버지 되신 테리님께 꽥꽥 댄다. “그래 얌마. 너 잘났다. 잘났어.” 이왕 여기까지 산 거, 부탁이니 나보다 오래 살다 죽으라고…!!!”꽥꽥 대면 뭐하나…테리님은 한번 주무시면 업어가도 모르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