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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3일 18시 06분 등록
[이헌익의 인물 오디세이] '자기변혁 전도사' 구본형씨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습관이 바뀌면 마침내 운명이 바뀐다.’ 이 아름다운 금언이 지금,시대적 토네이도가 되어 ‘돈 바람(money or crazy wind)으로 몰아치고 있다.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은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뒤쳐진 사람들은 망연자실 분열적 정체성 상실에 시달리는 세상이다.볼 만한 황금광시대요,가히 맹목적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바꿔버려! 아주 싸그리 확 바꿔버리자’는 이‘싸그리의 열풍’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안바꿀 것인지 ‘문득 한 번 웃고 고개를 돌려 바라볼’(據然一笑回首立-성철선사 열반게)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컨대 인터넷시대에 거기 무관심하면 그는 바보요,초등학생이 휴대전화기를 들고 다니거나 빚잡혀 주식사는 것 또한 바보같은 세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답은 간단하다.우리 각자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변화한 시대에 맞춰 ‘나’를 철학적,실용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변화경영전문가' 를 자임하는 구본형(47)씨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몇 년 전 문득 자신을 절박하게 들여다보고 '변화의 전도사' 로 나선 보통인물이다.

1997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란 꽤 도발적인 제목의 변화지침서를 펴내면서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이 책과 함께 99년 낸 그의 두번째 책 '낯선 곳에서의 아침' 은 각각 10만부 이상 나가 변화를 구하는 많은 사람들과 그를 동지적 유대로 묶었다.

그를 통해 그가 왜, 어떻게 변했는가를 들어보는 것도 변화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법해 그를 초대했다.

구씨는 80년 IBM에 입사해 경영혁신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올해 3월 '변화경영연구소' 라는 일종의 1인 컨설팅회사를 차렸다.

"나는 누구인가" 철저한 自問

남이 보기에 잘난 것도 조금, 못난 것도 조금인 그에게 '자기 혁명' 의 계기가 촉발된 것은 40대 중반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육체적 변화 때문이었다. 눈은 침침해지고, 머리도 벗어지는 97년 그 때 "야,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늙어가는 너는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놓았단 말인가" 라는 깊은 상실감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밥먹고 잠자는 일상 방식부터 확 뜯어고쳐보자는 매우 과격한 선택을 감행했다. 한달간 휴가를 내 단식원을 찾아갔고 거기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총정리해봤다.

그 사유의 결과를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뜻에서 펴낸 것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었다. 한 내성적인 직장인의 평범하지만 절실한 고민과 불안이 뜻깊은 사회적 위치로 변화한 셈이다.

-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흔히 홀로 산에 가거나 여행을 하는데 한달간 단식원 생활은 좀 격하지 않은가.

"익숙해진 일상을 완전히 폐기하고 싶었다. 단식은 투쟁이 아니라 상징적 행동이었다. 그만큼 불안에 떠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문이 절실했다."

- 그래서 단식하며 앞으로 자신의 행동지침이랄까 스스로를 어떻게 정리했나.

"다섯가지 정도로 정리가 됐다. 첫째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 였다. 늦은 나이니까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 진짜 열정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했다. 직장업무를 발전시켜 '변화연구전문가' 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둘째는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 로 나의 타고난 특장은 뭔가를 파고들었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을 글로 옮기는데 편하고 재미있었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한 셈이다. 책을 낼 용기도 그래서 생겼다. "

그가 정리한 나머지 세가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것을 어떻게 생업과 연결할 것인가▶24시간인 하루를 '나에겐 22시간뿐' 이라는 임의의 시간개념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변화경영전문가' 라고 스스로 이름붙인 자신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나가겠다는 것이다.

그 다짐으로 그는 첫번째 책을 낸 후 IBM 경영혁신팀장이라는 명함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전문적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 '변화경영전문가' 라는 명함을 하나 더 만들어 남에게 주곤 했다.

- 하루가 22시간이라는 건 고정된 질서를 거부하는 착상인데 나머지 두시간은 어떻게 했나.

"회사 일을 비롯해 이것저것 하면 하루가 그냥 빨리 지나갔다. 그래서 아예 두시간은 떼어내 내 시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게 술먹자는 사람도 없고 가족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4시부터 6시까지였다. 그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이건 남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일찍 일어나려면 전날 밤의 시간 낭비가 자연히 줄어든다. "

-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니까 실제로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

"세가지다. 첫째,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내가 시키는 내 일을 하는 건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다. 둘째, 인생을 해석하는 관점에 통일성을 갖게 됐다. '변화' 라는 키워드로 나와 남을 보게 됐다. 셋째, 이같은 지식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

끝의 말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할 의사도 있지만 어떻게 할지 체계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점의 통일성은 구씨처럼 변화를 연구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든 한가지 일에 매진해 어떤 수준에 이르면 얻게 되는 철학적 성취다.

- 우리 사회는 변하지 말아야 할 어떤 가치는 그냥 폐기처분하고 별 것 아닌 풍조에도 휩쓸려 돌아가는 습성이 있는데 변화하라고 지나치게 선동하는 건 문제 아닌가.

"물론이다. 진보는 변화와 질서 사이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환경파괴 시대에 환경보존을 외치는 것은 그 자체가 변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이 필요하다. 만일 쇼핑 행태가 전부 사이버로 간다면 물건을 구매할 때 여인과 데이트,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 등은 사라질 것이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내가 변하자는 것은 고정된 질서, 낡은 기득권 따위에 안주하거나 자신을 비하하거나 과장하는 그런 현재성을 떨쳐내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
현실 직시할때 좋은 手 나와

- 사람에 따라 능력과 조건이 다른데 '저 사람이 저렇게 변하니까 너도 그렇게 변해라' 라고 강요하면 괜한 사람을 망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둑을 둘 때 그냥 가장 좋은 수가 뭐냐는 말은 성립이 안된다. 어떤 국면에서 가장 좋은 수가 뭐냐고 할 때 말이 된다. 누구든 자신의 구체적인 현실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살피는 게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된다.

사실 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는 것은 초보적 변화다. 차원높은 변화는 자기를 창조하는 게임에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남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과정 바로 그것이다. "

이헌익 본지 편집위원

<구본형 약력>
▶ 1954년 공주 출생
▶ 1980년 서강대 역사과졸, IBM 입사
▶ 1991~96년 IBM 말콤 볼드리지 모델 국제평가관
▶ 1999년 IBM 경영혁신팀장
▶ '익숙한 것과의 결별' , 전문가 선정 90년대 책 가운데 경제.경영분야 8권 중 하나로 뽑힘
▶ 1999년 '낯선 곳에서의 아침'
▶ 2000년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출간
▶ 2000년 변화경영연구소 설립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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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웅
2006.12.30 07:58:40 *.117.23.244
소장님을 처음 뵈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느 독서모임에 초청된 소장님의 모습... 저에겐 파격이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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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연
2008.07.02 21:30:13 *.80.103.5
안녕하세요, 소장님~ 책과 지인을 통해 소장님을 알게 되었고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컬럼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철학적 실체와 부딪히고 나서 삶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새벽4시에 일어나서 5시까지 사무실에 출근하고 묵상을 하며 공부를 하고 업무를 시작합니다. 소장님 말씀대로 비유하자면, 하루의 기본단위를 20시간으로 사용하고 4시간을 저 자신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인생 사는 맛이 무엇인지 맛보고 느끼며 전율하며 살고 있습니다.
변화란 "자기를 창조하는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말씀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습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전 "재창조의 주권이 세상에서 나로 넘어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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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2009.10.14 11:36:34 *.45.1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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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0 18:05:52 *.212.217.154

하루를 내것으로 만들기,

다시한번 되세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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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4 11:14:25 *.10.131.30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자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부터 시작되지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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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18:40:45 *.212.217.154

나의 자취를

스펙으로 적으면

어떤 언어가 될까?


문득 기사 말미의

선생님 이력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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