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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 오피니언 (1999년 9월 3일 - 12월 24일)
1회 - 인문학적 감수성에 대하여 (9월 3일, 1999)
돈은 사회적 성공의 거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사업가가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는 말할 것도 없고 화가의 성공도 그림의 값으로 평가된다. 학자의 대중 강연도 그의 지명도에 따라 강의료가 결정된다.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값의 크기가 곧 사회적 인정의 수준이다. 돈의 위대함이다. 가치척도의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가 역시 국부를 키우기 위해 이곳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경제적 변화는 늘 사회적 영향을 가져온다. 공공 정책의 핵심은 그러므로 어떻게 국가 전체의 부를 극대화시키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만일 경제정책이 경제행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면 잘못된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 경제 정책은 존재 이유가 없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고, 자유 무역을 조장하고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는 등 일련의 행위들이 만일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이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
어려운 2년을 겪는 동안, 기업은 많은 직원을 감원했다. 인사정책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인사 정책이다. 지금 조직이 죽어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감원의 탓이라면 그 인사 정책은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불가피한 것은 없다. 경영은 경영자의 선택이다. 지금 물어 보아야한다. 지난 2년간 취해왔던 인사정책은 조직의 생명력을 복원시키기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이 간단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한다. 답할 수 없다면 해결책도 없다.
중요한 질문들은 간단하다. 그리고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그것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위하여 그 정책을 세우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이 정책의 목적이 될 때 그 정책은 목적에 기여한다. 그러나 국민이 정책의 대상이 되면 그 정책은 국민의 이해에 위배되는 정책이 된다. 예를 들어 세금이 국민을 위해 쓰려고 걷어 지면 국민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국민이 세금원(稅金源)에 불과한 정책은 결국 국민을 위해 쓰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직원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은 조직의 생명력을 증진시키지만 직원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정책은 그들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그들의 잠재력과 정신을 경영자와 직원 모두의 공동목표에 몰입시킬 수 없다.
시장 경제의 틀 속에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고객이다. 경영자와 직원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경영자도 고객에 대해 오만할 수 없다. 그 순간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직원을 가지지 못하고는 고객을 매료시킬 수 없다. 조직의 생명력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출과 성장과 이익은 경영의 결과일 뿐이다. 그것이 목적이 될 때 고객과 시장은 외면 당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반드시 그렇다. 운동 경기에서 우승은 기록 또는 스코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선수가 점수에 집착하면 경기에 몰두할 수 없다. 결과가 목적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돈이 목적인 화가, 돈이 목적인 학자가 그림과 지적 탐구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처럼 돈이 목적인 기업 역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몰입하지 못함으로 결국 그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선택받지 못함으로 도태되는 것이다. 곧 그 기업의 종말을 의미한다.
수단과 목적이 도치되고, 결과와 원인이 혼동되며, 주체와 대상이 전도되는 이유는 핵심적인 질문을 놓치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그 핵심적인 질문을 자기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없다. 학교에서 선생이 낸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란 사회 어디에도 없다. 정확한 질문이 곧 해답에 이르는 유일한 과정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가 ? '질문을 품고 살면 언젠가 그 질문의 해답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한 내가 믿고 있는 인문학적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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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인문학적 감수성에 대하여 (9월 3일, 1999)
돈은 사회적 성공의 거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사업가가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는 말할 것도 없고 화가의 성공도 그림의 값으로 평가된다. 학자의 대중 강연도 그의 지명도에 따라 강의료가 결정된다.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값의 크기가 곧 사회적 인정의 수준이다. 돈의 위대함이다. 가치척도의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가 역시 국부를 키우기 위해 이곳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경제적 변화는 늘 사회적 영향을 가져온다. 공공 정책의 핵심은 그러므로 어떻게 국가 전체의 부를 극대화시키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만일 경제정책이 경제행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면 잘못된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 경제 정책은 존재 이유가 없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고, 자유 무역을 조장하고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는 등 일련의 행위들이 만일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이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
어려운 2년을 겪는 동안, 기업은 많은 직원을 감원했다. 인사정책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인사 정책이다. 지금 조직이 죽어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감원의 탓이라면 그 인사 정책은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불가피한 것은 없다. 경영은 경영자의 선택이다. 지금 물어 보아야한다. 지난 2년간 취해왔던 인사정책은 조직의 생명력을 복원시키기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이 간단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한다. 답할 수 없다면 해결책도 없다.
중요한 질문들은 간단하다. 그리고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그것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위하여 그 정책을 세우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이 정책의 목적이 될 때 그 정책은 목적에 기여한다. 그러나 국민이 정책의 대상이 되면 그 정책은 국민의 이해에 위배되는 정책이 된다. 예를 들어 세금이 국민을 위해 쓰려고 걷어 지면 국민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국민이 세금원(稅金源)에 불과한 정책은 결국 국민을 위해 쓰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직원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은 조직의 생명력을 증진시키지만 직원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정책은 그들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그들의 잠재력과 정신을 경영자와 직원 모두의 공동목표에 몰입시킬 수 없다.
시장 경제의 틀 속에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고객이다. 경영자와 직원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경영자도 고객에 대해 오만할 수 없다. 그 순간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직원을 가지지 못하고는 고객을 매료시킬 수 없다. 조직의 생명력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출과 성장과 이익은 경영의 결과일 뿐이다. 그것이 목적이 될 때 고객과 시장은 외면 당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반드시 그렇다. 운동 경기에서 우승은 기록 또는 스코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선수가 점수에 집착하면 경기에 몰두할 수 없다. 결과가 목적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돈이 목적인 화가, 돈이 목적인 학자가 그림과 지적 탐구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처럼 돈이 목적인 기업 역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몰입하지 못함으로 결국 그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선택받지 못함으로 도태되는 것이다. 곧 그 기업의 종말을 의미한다.
수단과 목적이 도치되고, 결과와 원인이 혼동되며, 주체와 대상이 전도되는 이유는 핵심적인 질문을 놓치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그 핵심적인 질문을 자기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없다. 학교에서 선생이 낸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란 사회 어디에도 없다. 정확한 질문이 곧 해답에 이르는 유일한 과정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가 ? '질문을 품고 살면 언젠가 그 질문의 해답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한 내가 믿고 있는 인문학적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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