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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30일 13시 34분 등록
이런 책 이렇게 2 - 한국경제, 2002년 12월

독서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내키는 책을 골라, 보고 싶은 방식으로 보면 좋다. 예를 들어 무협지는 누워서 뒹굴 거리면서 보면 지루하고 긴 여름 낮 한때를 즐길 수 있고, 고민의 깊이가 꽤 있는 묵직한 책은 책상에 앉아 줄을 치며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진 듯하여 지적 허기를 채워 볼 수 있다.

좋은 독서가 되려면 우선 좋은 책을 골라야 한다. 좋은 책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는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재미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용하다는 것이다. 재미와 유용성 역시 취향에 따라 다르고 어떤 목적으로 책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 추천하라면 새해를 시작하며 다음 다섯 권의 책을 즐겨보라 말하고 싶다.

가타리와 들뢰즈가 쓴 '천의 고원'은 20세기에 출간된 가장 위대한 책 중의 하나라고 정평이 나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책이라는데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끔찍한 책이어서 직장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구두와 타이를 메고 고원에 오르는 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러나 새로운 유목 경제 속에 있는 우리들에게 노마디즘 ( 그리스어 nomos에서 유래한 것인데 원래의 뜻은 '목초지에서 풀을 뜯다 ' 혹은 '목초지에 데려가서 그곳에 풀어놓다'의 뜻이라고한다)은 그 대강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 점에서 철학자들의 전문성을 빌 수 있다. 마침 이진경씨가 4년 동안 진행한 강의록을 모아 '천의 고원'에 대한 주해서를 만들어 주었다. '노마디즘'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두 권인데다 아직도 여전히 무거워서 쉽게 읽히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올 한해 동안 쉬엄쉬엄 읽어 가며 즐길만하다. 이 시대의 정신적 위치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책이다. 조금 더 쉽게 노마디즘의 일상적 개념 정도를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은 사람들은 '프랑크프루트 알게마이너 차이퉁'의 주필을 지낸 바 있는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가 쓴 훨씬 얇은 책 '잡노마드 사회' 를 읽어도 좋다 .

올해는 아마 여느 해 보다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 일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미국과 유럽이 성장의 물결을 쉽게 타지 못하게 되면, 우리 역시 작년보다 어려워 질 전망이다. 개인에게도 고용의 안정성이 심화된 위협으로 다가오게 될 수 있다.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은 이런 위기가 불안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 볼 때 읽어 볼 만하다. 개인의 관점에서 개인과 기업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따뜻한 통찰로 가득한 부드럽고 자상한 책이다. 거대한 기업 '코끼리'의 한 조직원으로 살기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벼룩'이 되어 살아가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벼룩은 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격이다.

벼룩들은 스스로의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 부른다. 그들의 하루는 돈을 받고 하는 일, 자원 봉사, 공부, 부부가 함께 하는 요리 청소 세탁 같은 가사등으로 채워진다. 저자는 1996년에 이미 영국 회사의 2/3 가 1 인 기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미 하나의 분명한 현실이 된 '벼룩 시대'의 자유를 만끽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흘러가 버린 과거의 세상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코끼리로 상징되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의심스러운 안전보다는 무소속의 자유를 준비하라고 주장한다. 남자들이 코끼리의 보호를 벗어난다는 것은 외롭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격려한다.

인재의 시대에 전문가의 길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위한 두 권의 좋은 책이 있다. 둘 다 갤럽의 연구원들이 쓴 책들이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Now, Discover Your Strengths) 과 'FIRST, Break all the RULES" (한글 번역판 제목임) 가 그것이다. 둘 다 '내 속에 숨은 잠재력'으로서의 재능의 발견과 계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재능이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느낌, 생각, 행동'으로 정의된다. 모두 타고난 강점에 의지하지 않고는 전문가로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앞의 책이 개인의 입장에서 강점을 찾아내고 계발하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라면, 뒷 책은 조직과 관리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조직 구성원의 재능을 활용함으로써 최고의 조직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많이 읽으면 좋다. 그러나 저자들과 정신적 파도타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1년에 10 권 정도만 좋은 책을 골라 읽어도 모자라지 않다. 유유한 산책이 되려면 한 권에 한 달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IP *.229.1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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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0 12:02:33 *.212.217.154

요즘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통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당장

책을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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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09:38:53 *.70.59.25

새해의 다짐중 '독서'가 사라진지가 언제인지...

이 글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이 듭니다.


몇일전 단골 고객이 책을 출간하셨다고

선물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이 글을 접하니 

더욱 그러한 생각입니다.


오늘, 스마트폰을 줄이고 책을 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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