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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30일 09시 59분 등록
먼저 믿게한 다음에야 설득할 수 있다
success, 8월. 2005


신뢰는 설득의 기본이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따르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경영의 첫째는 사람이고 사람은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일함의 바탕은 믿음이다. 믿음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4가지 장면을 음미해보자.

(장면 1 ) 옛날에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비가 하도 와서 담이 무너져 내렸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 잠시 후에 이웃집 사람도 다시 똑 같은 말을 했다.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 그 날 밤에 정말 도둑이 들어 많은 재물을 잃어 버렸다.

부자는 자기 아들의 선견지명을 크게 칭찬했다. 그러나 이웃집 사람은 의심했다. 같은 말이지만 누가 했는가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장면 2 ) 은나라의 시조인 탕왕은 성인이다. 우리가 보통 중국의 성왕으로 요,순,우,탕을 꼽는 바로 그 탕왕이다. 그를 도와 천하를 은나라로 만든 이윤(伊尹)은 가장 지혜로운 재상의 상징이었다. 최고의 지자(智子)가 최고의 성인을 설득하여 자기의 의견을 실행하고자 했기 때문에 단번에 헌책이 채택되어 쓰일 만도 한데 그러지 못했다. 이윤이 70 번이나 탕왕을 설득하려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윤은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 왕에게 가까이 갔다. 이윤이 어진 것을 안 다음에야 탕왕은 비로소 이윤의 말을 듣고 그를 중용했다고 전해진다.

(장면 3 ) 미자하라는 사람이 있었다. 왕의 총애를 받았다. 어느 날 밤에 미자하의 어머니가 몹씨 아팠다. 어떤 사람이 이 사실을 궁궐에 있는 미자하에게 알렸다. 미자하는 왕의 명령이라고 속이고 왕의 수레를 타고 대궐 문을 빠져나갔다. 당시 왕의 수레를 타면 다리를 자르는 형벌이 국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후에 이 사실을 전해들은 왕은 미자하를 어질다고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미를 위해 다리가 잘리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또 언젠가는 왕과 함께 과수원에 갔다가 복숭아를 먹어 보니 맛이 달았다. 미자하가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또 이렇게 말했다.
“나를 끔찍이 위하는구나. 제가 먹던 것임도 잊고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는 왕의 총애를 잃고 죄를 짓게 되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이자는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고, 먹던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꽤심한 놈이다”

마자하의 행위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다를바가 없었다. 다만 총애를 받을 때는 칭찬받은 일이 총애를 잃게 되니 죄가 되었을 뿐이다.


(장면 4)
그는 자메이커 이민 2세로 1937년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났다. 미국처럼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에서 합참의장을 거쳐 택사스 카우보이 부시 정권의 국무장관이 되었다. 언젠가 미국 대통령 후보로 한 번쯤 나올 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콜린 파월(Colin Powell)이다.

파월이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직후 지인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다음과 같은 것이 공개되었다.

“모두 내가 국무부 조직의 판을 다시 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들이 내편이 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들이 나의 리더십을 믿을 때 까지 재조직을 감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변화를 시도할 때는 먼저 듣고 배우고 사람들을 참여시키는데 엄청난 시간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단지 기반을 조성하는데 성실하다는 뜻이다. 때가 되면 그는 변화의 앞에 설 준비가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따르게 하기 위해 먼저 많이 투자하고 그 신뢰 위에서 변화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믿게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뉴 유나이티드 모터 매뉴팩츄어링 ( NUMMI, 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 ) 이라는 아주 긴 이름을 가진 기업이 있다. 지금은 미국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며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공장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 공장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때 GM의 캘리포니아 공장이었다.

당시 이 공장은 GM 사업장 가운데 생산성과 품질면에서 최하위였다. 직원들의 고의적 결근율은 20%에 달했고, 태업 파업, 사보타지가 만연했다. 마약중독자와 알콜 문제를 가진 직원도 상당수였다. 회사측과 노조원들의 대립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총기를 휴대해야할 정도였다.

그것은 전쟁 상태였고, 노조는 ‘투쟁을 통해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기본 가정과 전제로 여겼다. 결국 1982년 공장은 폐쇄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GM과 토요타는 합작 투자를 통해 NUMMI 라는 이름으로 이 공장을 다시 가동 시켰다. 토요타가 경영을 맡았다.

GM에서 해고된 대부분의 직원이 다시 복직되었고, 당시의 노사협상위원회도 그대로 유지 되었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에 동의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GM 시절 노사 협약서는 1천 4백 페이지로 8권에 달했지만 NUMMI 의 협약서는 100 페이지에 불과 했다. 노사 협약서의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새로운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혁신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고 전통적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신뢰와 신의의 정신을 목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귀지만 그 정신이 달라졌다. 예를들어 과거의 협약서에는 회사측는 24시간 이전에 통고하여 직원을 정리해고 시킬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NUMMI는 기본적으로 무해고 원칙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기업의 장기적 미래가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누구도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실제로 노사 협약에는 정리해고를 실시하려면 반드시 먼저 외주 계약을 철회하고 고위 경영간부 65명의 연봉을 삭감하는 조치를 먼저 실시한 후 그래도 부득이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후 NUMMI 는 4번의 위기를 겪었다.

예를들어 1998년 매출 감소로 생산량을 40% 정도 줄여야했다. 회사는 조업을 단축하고 휴가를 적극 권장했다. 그리고 생산 팀워크 문제해결등의 재교육을 실시하고 특별 개선 프로젝트를 만들어 직원들이 참여하게 했다. 위기는 지나갔고 누구도 해고되지 않았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직원 80% 이상이 NUMMI의 최고의 장점이 일자리를 보장해 준다는 회사의 방침이라고 응답했다.

이 회사에서도 노사관계는 늘 밀월의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긴장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늘 마음을 터놓고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이 노사 양측의 기본 입장이며 자세다. 관리자들은 기본적으로 직원을 존중해 주며, 그들이 자율적으로 건강한 현장 당당자로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과거 GM 시절 처럼 철저한 감독과 보상을 통해 통제하려고 하는 대신, 공동의 목표를 가진 공동 운명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직원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해 주었다. 1년을 근무한 후 원한다면 다른 팀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직원들은 몇 명의 팀으로 나뉘어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관리해 나가며 목표를 달성해 간다.

그렇다면 GM의 다른 공장이나 다른 기업들은 왜 이런 성과를 낼 수 없었을까 ? 시스템과 하드웨어 뿐 아니라 모방이 불가능한 근본적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인간에 대한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GM의 경영자들에게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열심히 일하기 싫어하고, 책임지지 않으려하고, 노력을 회피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나 NUMMI 가 되면서 이 가정은 달라졌고 신뢰는 회복되었다. 한때 과격한 노조원이었던 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나는 지금 56 살이다. GM에서 31년 간 근무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일을 제대로 하는 재미를 느꼈다. 정말 일하는 맛이 난다. ...이제는 할 일이나 방법을 우리스스로 결정한다. 팀장은 작업장에 1주일에 1번 30분 정도 둘러볼 뿐이다, 나는 팀워크가 기업 성공의 제 1의 요소 라도 생각한다. 팀워크만 맞으면 관리자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

실제로 NUMMI에서는 근무 시간에 늦게 오거나, 해야할 필수 과정을 빼먹거나, 함께 지켜야할 규칙을 어기게 되면 팀장에게 불려가 야단을 맞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한 번도 그냥 넘어 가지 않는다. 누군가 근무 시간에 늦으면 동료가 나서서 부탁한다. ‘급한 일이라면 사전에 말하라. 그러면 우리가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말없이 늦으면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지 말아라.’ 이런 부탁을 동료에게서 받으면 누구도 늦을 수 없다. 이들은 서로 부탁한다. 그고 실수가 생기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준다.

과거 GM에서 근무했던 똑 같은 이 사람들이 어떻게 NUMMI 에서는 이렇게 다르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을까 ? NUMMI의 경영진들은 성공의 비결을 3 가지 원칙으로 정리한다.

* 회사와 노조 양측은 공동운명체다. 공유목표를 위해 협력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직원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을 공정하게 대우한다는 약속을 지킨다.

*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협동정신과 상호 신뢰및 존중에 바탕을 둔다.

평범한 원칙이다. 그러나 그 원칙을 만든 정신이 구현되고 실천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뢰와 믿음은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이는
얻을 수 없는 보물이다.


IP *.229.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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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
2005.09.20 10:38:46 *.216.228.228
구본형소장님 신간은 언제 나오는지요?
한국성 경영에 관한 책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은데 ..
아시는데 덧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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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5.10.01 19:16:43 *.229.146.45
아마 11월 말이나 12월 초 쯤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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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4:56:15 *.150.248.46

요즘 읽고있는 '소셜 애니멀'이란 책에 이와 비슷한 작가의 주장이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가 가정하는 인간에 대한 '합리적 모델' 에 매우 큰 오류가 있다고 가정하면서,

로봇처럼 냉철한 인간이 아닌,

사회안에서 다양한 층위를 가진 살아있는 인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과 사회에 대한 틀 위에서 

작가는 지금까지의 조직문화, 정치적 경제적 정책들이 좌파와 우파를 막논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지요.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하나의 부속으로 취급하는 경제요소로써의 '노동'이 아닌,

사회라는 좀 더 넓은 시야로써 노동과 노동자, 노동의 가치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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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10:30:10 *.10.131.30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 믿음 가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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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17:56:17 *.212.217.154

노사의 관계는 늘 돌보지 않으면 탈이나는 어린아이 같아요,

항상 서로가 힘 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쉽게 어그러지지요.


직원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지 않는 고용자도 분명 

창의적 조직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고용인, 노동조합 또한

새로운 형태의 '적패'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해묶은 관습을 한번에 혁파하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릅니다.

부디 현명한 생각과 용기있는 행동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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