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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비법 3 - 논리에 속지마라 , 2006년 9월, 삼성 SDS
어느 날 공자가 여행을 하는 도중 두 아이가 서로 다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묻게 되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저는 아침에는 해가 우리에게 가까이 있고, 낮이 되면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다고 말했어요”
또 한 아이가 말했다.
“ 저는 아침에는 해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낮에는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공자가 먼저 말한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 아침에는 해가 커 보이고 낮에는 해가 작아 보입니다. 가까운 것은 커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작아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니 아침에는 해가
가까이 있고 낮이 되면 멀리 떨어져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말한 아이가 아니라는 듯이 조금 흥분해서 말을 했다.
“아침에는 서늘하고 낮이 되면 더워집니다. 태양은 불덩이입니다. 뜨거운 것이 멀리 있으면 서늘해지는 것이고 가까이 있으면 더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
공자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둘 다 옳은 것 같아 답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두 아이가 깔깔 웃으며 공자를 놀려 댔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이 유식하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모르는 것이 있군요”
이 이야기는 ‘열자’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아주 단순화 시킨 것이다. 내가 아끼는 이야기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는 많다. 논리적으로 둘 다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 입장의 차이가 서로 다른 논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논리의 차이가 입장을 다르게 만들어 내어 두 편에 갈라서게 된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 무엇이 이 두 사람 혹은 두 집단이 논리와 이론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고 협력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일까 ? 두 길이 이론적으로 다 옳아 보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 이때는 실제로 하여금 이론을 증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분명하고 훌륭한 설득의 방법이다. 이론과 논리는 실험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실험 역시 훌륭한 설득이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그러나 종종 실험 역시 제한적 환경 속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하여 다양한 가설로 분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는 자신의 가설이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다른 이의 논리적 근거 역시 가능한 가설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론이 갈리면 먼저 실험하라. 그리고 증명하라. 그러나 증명되지 않는 기간 동안은 다른 사람의 논리적 가치 역시 인정하라.
이 이야기 속의 한 주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왜 아침이나 저녁 보다 태양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일까 ? 위 이야기에서 한 아이가 주장하고 있듯, ‘아침에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라는 가설은 배제된다. 왜냐하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아침과 낮 사이에 거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 설이 분분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차용되는 가설의 하나는 눈의 착시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가 떠 오를 때는 주변에 비교할 만한 것들이 있어 태양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지만 중천에 뜨면 광활한 하늘 한 가운데서 떠 있기 때문에 작게 보인다는 것이다. 비유컨대 같은 불건이라도 작은 것 옆에 있으면 크게 보이고 큰 것 옆에 있으면 작아 보인다는 가설이다. 아침 태양의 크기와 한 낮의 태양을 찍어 비교하면 그 크기가 비슷하다는 간단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거리착시라는 것인데 먼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큰 것으로 인식한다는 가설이다. 한 실험에 의하면 목성의 육안크기는 달의 1/30 정도이기 때문에 30배의 배율인 망원경으로 보면 달과 비슷한 크기로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같은 크기 임에도 달이 훨씬 크게 보이는 이유는 망원경 속의 목성 보다는 육안으로 보는 달이 훨씬 멀리 있는 물체처럼 보이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을 크게 인식하는 심리적 거리 착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설은 빛의 굴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기권이 볼록렌즈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렌즈를 통해 태양을 보게 되는데, 아침과 낮의 대기권의 굴절율이 다르기 때문에 아침에 더 크게 보인다는 설이다.
설도 많고 그 이론적 배경도 많다. 논리적 장벽이 커뮤니케이션의 벽이 될 때는, 그 가설 중 하나에 경도되어 배타적 열혈 지지자가 되기보다는 다양한 가설을 실험한다는 실험 정신이 유연한 정신과 열린 마음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공자는 그 시대 두 아이의 싸움에 대한 답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이 대목과 관련하여 훌륭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공자는 ‘논어’ 이인(里仁)편에서 다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군자는 하늘아래 일을 하면서 죽어도 이렇게 해야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일도 없고, 또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주장하는 법도 없다. 다만 그 마땅함을 따를 뿐이다”
공자 스스로는 어떤 고정관념이나 완성된 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강의할 때 교안을 만들어 두지도 않았다. 똑 같은 것을 물어도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리 대답해 준다. 성질이 급한 자에게는 용기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대답해주는가 하면, 늘 망설이는 자에게는 용기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장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는 스스로 “나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어떤 선입견도 없다” (無可, 無不可)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는 공자에게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배우자.
IP *.116.34.174
어느 날 공자가 여행을 하는 도중 두 아이가 서로 다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묻게 되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저는 아침에는 해가 우리에게 가까이 있고, 낮이 되면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다고 말했어요”
또 한 아이가 말했다.
“ 저는 아침에는 해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낮에는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공자가 먼저 말한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 아침에는 해가 커 보이고 낮에는 해가 작아 보입니다. 가까운 것은 커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작아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니 아침에는 해가
가까이 있고 낮이 되면 멀리 떨어져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말한 아이가 아니라는 듯이 조금 흥분해서 말을 했다.
“아침에는 서늘하고 낮이 되면 더워집니다. 태양은 불덩이입니다. 뜨거운 것이 멀리 있으면 서늘해지는 것이고 가까이 있으면 더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
공자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둘 다 옳은 것 같아 답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두 아이가 깔깔 웃으며 공자를 놀려 댔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이 유식하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모르는 것이 있군요”
이 이야기는 ‘열자’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아주 단순화 시킨 것이다. 내가 아끼는 이야기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는 많다. 논리적으로 둘 다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 입장의 차이가 서로 다른 논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논리의 차이가 입장을 다르게 만들어 내어 두 편에 갈라서게 된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 무엇이 이 두 사람 혹은 두 집단이 논리와 이론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고 협력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일까 ? 두 길이 이론적으로 다 옳아 보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 이때는 실제로 하여금 이론을 증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분명하고 훌륭한 설득의 방법이다. 이론과 논리는 실험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실험 역시 훌륭한 설득이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그러나 종종 실험 역시 제한적 환경 속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하여 다양한 가설로 분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는 자신의 가설이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다른 이의 논리적 근거 역시 가능한 가설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론이 갈리면 먼저 실험하라. 그리고 증명하라. 그러나 증명되지 않는 기간 동안은 다른 사람의 논리적 가치 역시 인정하라.
이 이야기 속의 한 주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왜 아침이나 저녁 보다 태양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일까 ? 위 이야기에서 한 아이가 주장하고 있듯, ‘아침에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라는 가설은 배제된다. 왜냐하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아침과 낮 사이에 거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 설이 분분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차용되는 가설의 하나는 눈의 착시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가 떠 오를 때는 주변에 비교할 만한 것들이 있어 태양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지만 중천에 뜨면 광활한 하늘 한 가운데서 떠 있기 때문에 작게 보인다는 것이다. 비유컨대 같은 불건이라도 작은 것 옆에 있으면 크게 보이고 큰 것 옆에 있으면 작아 보인다는 가설이다. 아침 태양의 크기와 한 낮의 태양을 찍어 비교하면 그 크기가 비슷하다는 간단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거리착시라는 것인데 먼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큰 것으로 인식한다는 가설이다. 한 실험에 의하면 목성의 육안크기는 달의 1/30 정도이기 때문에 30배의 배율인 망원경으로 보면 달과 비슷한 크기로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같은 크기 임에도 달이 훨씬 크게 보이는 이유는 망원경 속의 목성 보다는 육안으로 보는 달이 훨씬 멀리 있는 물체처럼 보이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을 크게 인식하는 심리적 거리 착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설은 빛의 굴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기권이 볼록렌즈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렌즈를 통해 태양을 보게 되는데, 아침과 낮의 대기권의 굴절율이 다르기 때문에 아침에 더 크게 보인다는 설이다.
설도 많고 그 이론적 배경도 많다. 논리적 장벽이 커뮤니케이션의 벽이 될 때는, 그 가설 중 하나에 경도되어 배타적 열혈 지지자가 되기보다는 다양한 가설을 실험한다는 실험 정신이 유연한 정신과 열린 마음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공자는 그 시대 두 아이의 싸움에 대한 답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이 대목과 관련하여 훌륭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공자는 ‘논어’ 이인(里仁)편에서 다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군자는 하늘아래 일을 하면서 죽어도 이렇게 해야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일도 없고, 또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주장하는 법도 없다. 다만 그 마땅함을 따를 뿐이다”
공자 스스로는 어떤 고정관념이나 완성된 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강의할 때 교안을 만들어 두지도 않았다. 똑 같은 것을 물어도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리 대답해 준다. 성질이 급한 자에게는 용기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대답해주는가 하면, 늘 망설이는 자에게는 용기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장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는 스스로 “나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어떤 선입견도 없다” (無可, 無不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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