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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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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2일 18시 03분 등록

"투자할 돈이 어디 있어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 라고 하던 사람들이 엔젤투자를 권하니 어디서 돈을 구했는지 계좌에 속속 입금이 된다. "적은 돈만 투자해 큰 이익을 얻기를 꿈꾸는 기대감은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다. 도박으로 이끌리는 인간 본성은 끊임없이 대중으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꼬드긴다. 무지한 개인은 물론 왕자, 귀족, 정치인, 법률가, 물리학자, 성직자, 철학자, 시인 등 지위고하와 남녀를 막론하고 근거 없는 대박의 기회에 자기 재산을 투자한다."

-토머스 투크(Thomas Tooke <물가의 역사 A History of Prices, 1838>)- 이 사람의 말은 맞다. 투자현장에 있는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기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이 우리의 권유에 응했다. 잘 알려진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투자자들도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많다. 전문가들의 분석자료도 넘쳐난다. 미 공개된 정보가 자리할 구석이 많지 않다. 반면 잘 모르는 회사, 공개되지 않은 회사의 경우에는 미공개라는 요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끌어당기는 모양이다.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기질과 맞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개되지 않은 매력은 기대를 한껏 부풀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아직 많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다는 것도 선택기준이 된다. 무엇보다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나에게는 세 번의 엔젤투자경험이 있다. 코스닥투자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 이동통신회사와 바이오회사이다. 첫번째는 아무런 생각 없이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냥 동참했고 두 번째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산업의 특성상 로또 사는 기분으로 투자했다. 두 번의 경험은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마지막은 태양광업체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기업을 탐방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산업의 전망에 따라 성장성을 따져본 후 시작했다. 투자를 업으로 하던 때라 많은 이들의 돈이 함께했다. 이것저것을 챙긴 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패했을 경우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생각해야 하는 투자였다.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투자인 셈이다. 권유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금액으로 투자하자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의미 있는 금액이 투자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투자란 신경을 많이 쓴다고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는 회사였다.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해당분야의 전문기술을 겸비한 엔지니어가 CEO였고 신정권(MB)의 청사진에 "신재생에너지의 기대되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정부관료와 국책은행이 기업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었다. 매출계약 공시가 속속 발표되고 상장일정도 구체화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세상에 이렇게 완벽한 회사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완벽하니 의심을 해 봤어야 했다. 구체적인 준비와 완벽한 시나리오의 회사에서 우리는 실패했다. 무엇이 우리를 뜨겁게 만든 것일까. 모를 수록 뜨거워진다는 인간의 감정에 기대어 선택 한 것이 아니었는데....

 

처음 두 번의 투자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첫경험이었고 기대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복권 사는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마지막의 경우는 다르다. 전문가의 분석에 근거한 투자였고 타인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입장에서 함께한 투자이다. 전문가는 그들이 사용하는 분석TOOL이 있다. ,,입 따로 떼어 놓으면 괜챦은데 이들의 조합으로 얼굴을 그려보면 어딘가 어색한 사람이 있듯이 기업도 재무제표, CEO, 성장성 등 모든 것이 훌륭한 기업인데 석연챦은 구석이 있는 경우가 있다. 우회상장하고 주식의 흐름이 지지부진하는 동안 나는 그 회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음을 직감한다. 다른 전문가의 도움으로 막연히 나마 우리가 기대했던 회사가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회사는 좋아지고 있다는데 구체적인 수치는 나아지지 않고 주가는 힘이 없었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은 투자자들의 돈은 현금화했다. 기대가 큰 고객들은 어쩌지 못했다. 구체화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매도를 권유할 만큼 자신감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맞다. 결국 오래 투자한 고객들이 제일 큰 실패를 했다. 상장에서 정리매매까지 일년의 시간 동안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일들이 벌어졌다. 지금은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고스란히 휴지만 남았다. 왜 그랬을까? 왜 고스란히 실패했을까? 충분히 발을 뺄 기회가 있었는데…

 

1.       가볍게 시작하면 기대도 크지 않다. 기대가 없으면 마음의 갈등을 일으킬 일도 생기지 않는다. 마음이 가벼우니 판단도 명쾌하다. 들고나는 일에 고민할 시간도 별로 필요치 않다.

 

2.       반면  기대가 크면 미련도 많고 서운함의 크기도 기대에 비례한다. 아는 것이 많으면 생각도 많아진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한 일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나오기 쉽다. 충분한 고민 끝에 결정한 일을 뒤집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주식의 손절매(손실을 보고 파는 것)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3.       좋은 학벌의 CEO, 새로운 권력에 대한 기대, 국책은행의 언론플레이. 신 산업에 대한 핑크빛 전망, 큰 돈을 벌 수 있는 행운을 놓칠 것 같은 불안감.

 

여러 요인들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가끔 특별한 근거 없이 한 두 가지를 근거로 모든 것에 무한신뢰를 갖는가 하면, 전문가의 분석자료와 자기판단에 근거하여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스스로 자신의 판단을 철회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없게 만든다. 모를수록 뜨거워지는 인간본성이나 자신의 생각에 붙들려 통찰이 없는 거나 실패를 하고 나면 똑같다. 꼭 체험을 해봐야 생기는 통찰. 이제 이런 통찰은 그만 체험하고 싶다.

IP *.175.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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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3 14:40:09 *.43.131.14

제목을 읽고 후끈 달아올라서 들어왔습니다. ^^

엔젤투자가 뭔지 모르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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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3 20:25:44 *.244.220.253

나중에 만나뵈면, 투자경험을 들어야겠네요...

올바른 투자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최근에 영화 [인사이드 잡]과 [자본주의,러브스토리]라는 영화를 봤는데...

선진금융기법 운운하는 월스트리트가 모두 쓰레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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