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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하루 밤 사이에 피고 버드나무는 하루 밤 사이에 푸르러 진다
2007년 2월 20일
나는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었다. 혈기 왕성한 젊음도 그곳에서 보냈고, 완숙할 대로 완숙한 중년의 시작도 그곳에서 맞았다. 그래서 나는 직장인이 무엇인지 골수까지 알고 있다. 이제 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 직장 생활인지를 묻는다면 마치 20 년 동안 그것을 알기 위해 해매다 문득 그 이치를 깨닫게 된 사람처럼 세 가지로 정리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바닥에서 힘껏 배워야 좋은 솜씨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이것이 첫 번째 조언이다. 그래서 며칠 전 큰 딸 아이가 첫 출근을 할 때 이렇게 문자를 보내 두었다.
“딸아, 바닥에서 박박 기어 확실하게 배워라.”
좀 더 부드러운 말을 할까 잠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처음 만나는 현장은 그렇게 소프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장은 바닥이다. 젊어서 바닥을 모르면 커서 발을 디딜 곳을 찾기 어렵다. 바닥이 좋아서가 아니라 바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딛고 일어날 곳이 있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딛고 일어날 바탕이 바로 바닥이다. 부드럽고 좋은 선배나 상사를 만나는 것은 직장생활 최고의 행운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일을 처음 시작하는 부족한 사람이 처음부터 잘해서 칭찬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일을 배울 때 가혹하게 배우면 오래 남아 잊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옛날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아들의 나이가 일곱 살이 되면 아버지가 자신의 밭의 경계를 걷게 한다고 한다. 그때 종아리를 때려 그 경계를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초보가 되어 일을 배울 때는 모욕을 받을 때도 있고, 오해를 살 때도 있고, 일이 힘들어 지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머리로 겨우 이해하던 것을 마음으로 깨닫게 되고, 손이 모르던 것을 익혀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면 기쁨도 큰 것이다. 그것이 배움의 즐거움이다.
두 번 째는 많이 웃는 것이다. 역시 나는 내 딸 아이에게 “많이 웃도록 해라. 웃음이 많은 날이 좋은 날이다. ” 라고 말해 주었다. 어려움 속에서 자기를 지탱하게 하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은 ‘지금은 지나가는 것이다. 지금을 느끼고 지금을 즐기고 지금 배워라’는 자기 약속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웃을 수 있다. 웃음이 많은 하루가 좋은 하루다. 웃음은 마음을 살려 준다, 마음이 살아나면 다시 인생이 붉어진다. 붉은 마음은 전진하게 하고, 이윽고 자신이 바라던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박봉에 얼굴을 찌푸리지 마라. 돈 받고 일을 배우는 것이니 즐겁지 아니하냐. 언젠가 그 일을 아주 잘하게 되면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게 될 것이다. 브랜드란 곧 돈의 크기를 결정한다. 잘하면 많이 받게 되어 있다. 이것이 지식 사회의 기본 경기 규칙이다.
세 번 째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도록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책을 읽다 오래전 어떤 선승이 지었다는 짧은 시를 보게 되었다. 봄이 몰려오는 시절이라 그런지 마음 속에 들어와 나가지 않는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나섰지만
봄은 보이지 않고
신발이 다 닳도록
고개마루 구름 사이를 휘돌았다네.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매화를 휘어잡고 향기 맡으니
봄이 가지 끝에 머문 지 이미 오래 되었네.
나 역시 인생의 봄을 찾아 헤맸다. 봄은 겨울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겨우내 잘 준비해 두었다 봄이 되면 일시에 활짝 피어난다. 그래서 마치 하루 밤 사이에 만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하나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 일생에 한 번은 제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겨우내 잘 준비한 사람은 봄이 오면 마치 하루 밤에 만개하듯 눈부시게 꽃을 터뜨린다. 그러나 자신을 잘 준비해 두지 못한 가지는 봄이 와도 피기 전에 시들고 만다. 봄은 준비된 꽃망울들만을 위해 자연스럽게 주어진 기회일 뿐이다.
직장인들을 가장 주요한 독자층으로 책을 쓰고 있는 나에게 2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보물과 같은 경험이다. 현장의 바닥에서 마치 지금은 그것이 전부인 듯이 전념을 다하여 배우면 그 회사에서 그 일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신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지루한 반복과 박봉과 인간적 갈등들을 잘 풀어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많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갈등을 해소할 왕성한 소화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야할 길을 즐겁게 가게 해준다. 꾸준하다는 것은 내 경험으로 보아 ‘인내하거나 버틴다’는 뜻보다는 ‘즐긴다’는 개념을 훨씬 더 많이 닮아 있다. 즐길 줄 알면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그만두지 않은 꾸준한 사람은 결국 끝까지 제 길을 갈 수 있다. 스스로를 이렇게 준비해 가면서 초조하지 말 일이다. 인생의 봄이 되어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 준비된 역량을 발휘하여 스스로를 빛내고 회사를 빛내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나는 이것이 직업인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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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0일
나는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었다. 혈기 왕성한 젊음도 그곳에서 보냈고, 완숙할 대로 완숙한 중년의 시작도 그곳에서 맞았다. 그래서 나는 직장인이 무엇인지 골수까지 알고 있다. 이제 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 직장 생활인지를 묻는다면 마치 20 년 동안 그것을 알기 위해 해매다 문득 그 이치를 깨닫게 된 사람처럼 세 가지로 정리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바닥에서 힘껏 배워야 좋은 솜씨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이것이 첫 번째 조언이다. 그래서 며칠 전 큰 딸 아이가 첫 출근을 할 때 이렇게 문자를 보내 두었다.
“딸아, 바닥에서 박박 기어 확실하게 배워라.”
좀 더 부드러운 말을 할까 잠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처음 만나는 현장은 그렇게 소프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장은 바닥이다. 젊어서 바닥을 모르면 커서 발을 디딜 곳을 찾기 어렵다. 바닥이 좋아서가 아니라 바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딛고 일어날 곳이 있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딛고 일어날 바탕이 바로 바닥이다. 부드럽고 좋은 선배나 상사를 만나는 것은 직장생활 최고의 행운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일을 처음 시작하는 부족한 사람이 처음부터 잘해서 칭찬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일을 배울 때 가혹하게 배우면 오래 남아 잊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옛날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아들의 나이가 일곱 살이 되면 아버지가 자신의 밭의 경계를 걷게 한다고 한다. 그때 종아리를 때려 그 경계를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초보가 되어 일을 배울 때는 모욕을 받을 때도 있고, 오해를 살 때도 있고, 일이 힘들어 지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머리로 겨우 이해하던 것을 마음으로 깨닫게 되고, 손이 모르던 것을 익혀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면 기쁨도 큰 것이다. 그것이 배움의 즐거움이다.
두 번 째는 많이 웃는 것이다. 역시 나는 내 딸 아이에게 “많이 웃도록 해라. 웃음이 많은 날이 좋은 날이다. ” 라고 말해 주었다. 어려움 속에서 자기를 지탱하게 하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은 ‘지금은 지나가는 것이다. 지금을 느끼고 지금을 즐기고 지금 배워라’는 자기 약속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웃을 수 있다. 웃음이 많은 하루가 좋은 하루다. 웃음은 마음을 살려 준다, 마음이 살아나면 다시 인생이 붉어진다. 붉은 마음은 전진하게 하고, 이윽고 자신이 바라던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박봉에 얼굴을 찌푸리지 마라. 돈 받고 일을 배우는 것이니 즐겁지 아니하냐. 언젠가 그 일을 아주 잘하게 되면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게 될 것이다. 브랜드란 곧 돈의 크기를 결정한다. 잘하면 많이 받게 되어 있다. 이것이 지식 사회의 기본 경기 규칙이다.
세 번 째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도록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책을 읽다 오래전 어떤 선승이 지었다는 짧은 시를 보게 되었다. 봄이 몰려오는 시절이라 그런지 마음 속에 들어와 나가지 않는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나섰지만
봄은 보이지 않고
신발이 다 닳도록
고개마루 구름 사이를 휘돌았다네.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매화를 휘어잡고 향기 맡으니
봄이 가지 끝에 머문 지 이미 오래 되었네.
나 역시 인생의 봄을 찾아 헤맸다. 봄은 겨울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겨우내 잘 준비해 두었다 봄이 되면 일시에 활짝 피어난다. 그래서 마치 하루 밤 사이에 만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하나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 일생에 한 번은 제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겨우내 잘 준비한 사람은 봄이 오면 마치 하루 밤에 만개하듯 눈부시게 꽃을 터뜨린다. 그러나 자신을 잘 준비해 두지 못한 가지는 봄이 와도 피기 전에 시들고 만다. 봄은 준비된 꽃망울들만을 위해 자연스럽게 주어진 기회일 뿐이다.
직장인들을 가장 주요한 독자층으로 책을 쓰고 있는 나에게 2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보물과 같은 경험이다. 현장의 바닥에서 마치 지금은 그것이 전부인 듯이 전념을 다하여 배우면 그 회사에서 그 일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신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지루한 반복과 박봉과 인간적 갈등들을 잘 풀어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많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갈등을 해소할 왕성한 소화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야할 길을 즐겁게 가게 해준다. 꾸준하다는 것은 내 경험으로 보아 ‘인내하거나 버틴다’는 뜻보다는 ‘즐긴다’는 개념을 훨씬 더 많이 닮아 있다. 즐길 줄 알면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그만두지 않은 꾸준한 사람은 결국 끝까지 제 길을 갈 수 있다. 스스로를 이렇게 준비해 가면서 초조하지 말 일이다. 인생의 봄이 되어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 준비된 역량을 발휘하여 스스로를 빛내고 회사를 빛내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나는 이것이 직업인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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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년 전의 글이 되었네요,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대한 고민,
'열심'히 하는것이 물론 매우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그 '노력' 만큼의 '방향성'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른곳(회사) 에서 바른 노력(재능, 내면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이 요원하다면,
스스로만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그것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요즘 세상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그 사태의 주요 인물들도
그들 나름이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겠지요.
조직에 충성, 위계질서를 위해서 등등...
그들이 그런 '노력'만큼이나 스스로 행한 일들이 올바른것이었는지,
'방향성'에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 봅니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 본성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악의 평범성'
우리가 행하는 그 '노력'이
혹시 세상을 불행하게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VR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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