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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6일 23시 09분 등록
미침에 대하여, 화승그룹, 2007년 4월 13일

한 때 무엇엔가 미치지 못하는 나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젊은 날이 있었다. 열정없는 그 시시한 삶에 실망한 때가 있었다. 무엇에 빠져들어 몰두하고 한숨짓고 잘해 보려고 애태우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였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나도 미친 듯 탐닉해 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그 즐거움에 빠져 지낸다. 미친다는 것의 정확한 표현은 몰입한다는 뜻이다. 그 일에 깊이 빠져들어 앉으나 서나 그 일만이 중요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장 쉽게 연상되는 것이 남녀간의 사랑이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가장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의 사랑은 가장 보편적인 몰입이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사랑타령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 빠져 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 듯 미지근한 성격과 기질 때문에 불처럼 타오르지 못하고 젖은 낙엽처럼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상이 아직 운명처럼 나타나지 않아서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조건이 되면 언제고 우리도 타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타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친 듯 타오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채워져야 한다. 하나는 땔감이고 또 하나는 쏘시게 불꽃이고 또 하나는 부지깽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오래 타올라 스스로를 소진해 낼 수가 없다.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태어 난 모든 것을 다 쓰고 사라지기를 바란다면 자신을 마른 장작처럼 태울 방법을 공들여 찾아야 한다.

미침의 첫 번째 조건은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나무는 잘 타지 않는다. 물론 생나무도 잘 타는 놈이 있다. 불을 때본 사람은 아마 알 것이다. 싸리나무와 향나무 가지와 솔가지는 불만 있으면 타오른다. 이것은 기질적으로 날 때부터 타오를 준비가 잘 되어 있는 놈들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생나무는 잘 타지 않는다. 젖어 있기 때문이다.

잘 타오르면 말라 있어야 한다. 자신을 마른 장작으로 만들어 두어야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모든 부분을 다 말려 둘 수 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일부를 인화성이 높은 쏘시게 가지로 만들어 두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부단히 질문하고 가능한 답을 찾아보고, 그 답을 확인해 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불을 만나면 즉시 타오르도록 준비해 두자. 이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

*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일까 ? 이것은 기질적인 질문이다. 예를 들어 서서히 타오르는 사람일까 ? 머리카락처럼 불만 대면 확 타오르는 사람일까 ? 자신이라는 땔감이 타오르는 패턴을 알아내는 질문이다. 이 기질적인 특징을 알아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질적으로 은근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모든 사랑은 화끈해야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자신의 감정이 그 사람에 대한 진짜 사랑인지 아닌 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빠져 드는 지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사랑에 목숨을 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대상이 나타날 때 놓치지 않는다. 그 결정적 순간에 실수가 없으려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확신이 서고 확신이 서야 올인 할 수 있다. 올인, 그것이 바로 미침이다.

둘째는 불을 만나는 것이다. 즉 나를 미치게 할 대상을 만나는 것이다. 좋아하는 여인이 나타나는 순간 내 속에 아직 이런 열정이 남아있었을까 느껴질 정도로 달아오르는 이유는 대상이 중요하기 때문임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어떤 운명적 만남이 있기 전 까지는 좀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할 수 없다.

자신의 재능이 발동할 수 있는 영역에 밀착될 때 비로소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나를 타오르게 할 매력적인 대상, 그것이 바로 불꽃이다. 이때 나는 점화된다. 그 매력적인 대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

* 나는 어떤 일로 유명해 질 수 있을까 ? 나는 어떤 경우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가 ? 이것은 내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을 만나 떠드는 것일까 ? 기억력일까 ? 감정이입일까 ? 어떤 색체감일까 ? 글쓰기일까 ? 무슨 일을 하면 그 일을 다른 사람 보다 더 잘해 낼 수 있을까 ?

셋째는 한 번 빠진 사랑에 금방 시들해 지지 않고 오래 동안 타오르기 위해서는 불이 잘 타도록 적당한 때에 뒤적여 줄 부지깽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처음에는 세상을 다 걸 듯이 뛰어들었다가 이내 시들해지거나 조그만 장애가 생겨날 때 겁을 먹고 움추려 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무에게나 빠지면 결국 바람둥이에 지나지 못하게 된다. 짧은 미침으로는 사랑의 열매를 맺기 어렵다.

오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지깽이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은 좋은 선생이기도 하고 좋은 환경이기도 하고 좋은 동료와 경쟁자이기도 하다.

좋은 선생이 반드시 하나여야 할 이유는 없다. 주위에 살아있는 목소리를 가진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더 이상 운이 좋을 수 없다. 스승은 언제나 훌륭한 영감을 주고, 지칠 때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최고의 행운 중의 하나다.

또 하나 좋은 선생은 책이다. 독서는 아주 싼 값에 세계 최고의 멘토들로 부터 사사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다. 그러므로 책을 읽지 않고는 깊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또 동료 역시 훌륭한 스승이다. 고 3때 혼자 공부하라 했다면 나자빠질 사람들 태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여서 함께 가는 길이어서 새벽부터 늦은 밤 까지 깨어 있었던 것이다.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 역시 훌륭한 선생이다.

자신에게 이제는 열정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 대신 먼저 이렇게 물어 보자.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알고 있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지 알고 있는가 ? 내게 그 일을 하게 하자. 필사적으로 그 일을 찾아보자.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넣는 모습을 즐겨 보자. 이때 인생은 곧 열정이었고, 삶은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할 수 있다.
IP *.128.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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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구
2007.05.17 13:25:32 *.90.26.2
내가 이 시간 이후 미쳐야 할 것, 그것을 실행하는데 좋은 선생님 멘토를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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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앰
2007.05.28 19:18:09 *.84.128.145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라!
지금 찾아 헤메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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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14:07:56 *.212.217.154

그래서 선생님 필명이 부지깽이신거죠???


늘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겠습니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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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09:45:33 *.84.110.43

내 안의 마른부분을 유지시키고,

활활 타 오를수 있는 불씨를 기다렸습니다.


참으로 다행히도 저에게 딱 알맞는 그 불을 만났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글로써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손맛지 찰 진 불소시개로 삼겠습니다.


그럴수 있게 좋은글로 밝혀주셔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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