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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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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6일 01시 10분 등록

범계역 먹자골목은 여자친구 집 근처의 꽤 큰 식당가이다. 여자친구와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서 범계역으로 갔다.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는 아주 조금 노을이 지려고 하고 있었다. 바람은 조금 더 시원해졌고, 구름이 정말 멋있었다. 엄청난 양의 스테이크를 먹고 기분좋은 포만감이 찾아왔다. 소화도 시킬 켬 산책을 했다. 팔짱을 끼고 이것저것 시덥지 않는 농담을 하다가, 문득 지금 우리가 외국 여행을 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질질 끌고 있는 슬리퍼가 갑자기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거리는 신비롭고,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유럽은 유럽대로 아시아는 아시아 대로 그 나라만의 고유한 거리의 풍경이라는 게 있었고, 거기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현지인들은 이미 익숙해서 무표정 했지만, 낯선 거리의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이국적인 그 풍경 속에 빠져들다 보면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었다. 낯선 곳의 풍경과 거리는 설레임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설레임을 외국이 아니라 한국, 그리고 내 주위의 동네에서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다. 그것에 대해 나름 진지한 토론을 했지만 마일리지가 십만점을 곧 돌파하는 여자친구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건 그곳의 공기, 느낌, 분위기를 느끼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하긴 몽골을 다녀왔지만 몽골의 드넓은 초원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나로서는 소심하게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쉬웠다. 죽음의 수용소를 극복했던 유태인들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곳 대한민국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외국에 나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범계역은 최근 롯데백화점이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다. 사거리 하나를 두고 백화점이 세개나 되다보니 인구밀도가 높다. 또 여기에 있는 먹자골목은 시장통처럼 무질서한 한국의 상권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다. 큰 소리로 틀어놓은 상점앞 스피커의 노래소리와 현란한 간판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왔다.

평소같으면 싫었을 이 거리의 모습을 오늘은 이해해보고 싶었다.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도전이였다. “난 지금 여행중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고가 많았어.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말을 맞이하여 난 이곳에 여행을 와있다. 평소 보지못했던 새로운 것, 나에게 자극을 줄 새로운 것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설레임을 느껴보려고 했다.

하지만 도전은 아쉽게 실패했다. 지나가는 늘씬한 아가씨들을 구경하는 것 말고, 수백번을 넘게 보았던 이 거리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외국여행처럼 단순히 주위 풍경 자체만으로 설레임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였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에어콘을 끄고 창밖의 공기를 느껴보았다. 처서가 지났다고 하더니 과연 날씨가 선선했다. 몽골의 높고 푸른 하늘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하늘 역시 맑았다. 푸른 가로수와 번화가 근처의 많은 사람들의 풍부한 표정도 좋았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려는 작은 노력들이 내 시야를 넓혀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은 여행처럼. 아둥바둥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도 중요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 가서 쉬는 것. 어쩌면 우리는 먼 곳을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는 노력을 자꾸 해봐야 겠다.

IP *.251.229.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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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6 13:39:47 *.58.97.140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찍으면

내 일상이 여행처럼 낯설게 또는 멋지게, 소중하게 다시 다가오는 것 같아.

나도 일상을 여행처럼 하고 싶다, 준영아...^^

 

 

북 리뷰 없는 덕분에

토, 일요일 10시간 꼬박 동영상 편집 툴인 프리미어를 다시 배웠다.

컴퓨터 메카니즘에 익숙치 않아 일전에 배웠어도 또 모르고  또 모르고.....ㅋㅋㅋ

 

예전에 찍어놓았던

동영상을 편집해 볼 작은 바람을 갖는다.

하지만 칼 융이 우선 순위...... -.-!

 

준영아

결혼준비로 많이 바쁘고 심적으로 혼란스럽지?

힘내라... 그리고 궁금하거나 도와줄 일 있으면 언제든지 9기 형님 누님을 찾아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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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7:03:32 *.43.131.14

일상예술화, 일상여행화 

멋진 도전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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