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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9일 12시 19분 등록

 

미완성이다. 두 사람이 따로 작성을 하고 내가 표 하나로 만들었다. 출력해서 '오늘 무지하게 재미난 일을 했다'고 자랑을 하면서, 약간의 칭찬을 기대하면서 보여주었다. 이걸 다 손수 쳤냐 물어본다. 프린트 해서 교환한 기억은 있는데 파일을 준 기억이 없단다. 지하상가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여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저 이야기를 했었다결혼을 결정하기 전이었다. 그가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지 궁금했다. 또 그녀가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를 알려주어 그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는게 공정무역으로 여겨졌다. 그는 '49:51에서 51을 선택하면 된다'며 나의 기대치를 대폭 삭감하는 발언을 했었다. 내가 직접 산 유일한 혼수인 올리브그린 소파에 길게 누운 채로 종이를 들고 있는 그의 옆에서 나는 속으로 '그러니까요, 우리의 10년 후 미래의 10가지 풍경을 같이 의논해서 그려봐요'라는 말이 씹힐 만큼 차올랐지만 뱉지는 않고 입에 물고 있었다. "내가 니 학생이냐? 왜 가르치냐?"고 할까봐 무섭다산업재해로 취급도 안되면서 욕은 더럽게 많이 들어먹는 직업병을 콕 찝어서 아웃팅 당하는 느낌의 전기 충격물고 있던 걸 꿀떡 삼킨다.

 

쓸데없는 일에 집요한 면이 있으므로 조만간 못참고 이야기하게 될거다. 아마 그가 기분이 좋은 때일거다. 같이 보쌈에 부침개에 술을 한 잔 하고 난 뒤어머님을 기쁘게 해 드린 날 집에 와서산이든 극장이든 그가 기획한 이벤트에 내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날일거다나는 좀 경솔한 편이라 이런 걸 생각못하고 막 말해서 안 겪어도 좋을 저항을 만날 수도 있다. 이런 거 막 제안한다고 날 싫어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캔씩 잡념깡통을 따고, 머리에서 자라난 넝쿨을 잘라주어야 하는 나는 그냥 브레인스토밍 삼아 말을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언론의 자유가 있다그는 모두를 실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듯 하다. 남녀 차이인가아직 모르겠다.   

 

타이핑하면서 그의 장면이 훨씬 명확하고, 나는 '강령'같은 항목을 쓰고 있는 걸 알겠다. 나는 구체적인 장면을 더 상상해봐야 한다. 비슷한 점이 있어 반가웠다살고 싶은 집의 풍경이 그러하고, 아이의 부모가 되길 원하는 것이 그러하고,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살고 싶어한다누구나 원하는 거라고? 일요일에 멀리서 본 소설가 김영하씨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30대에 결정했다고 말했다엄마가 자꾸 말하니까 '그럼 엄마가 하나 더 낳으세요'라고 했단다. 그 후로는 어머니가 다시는 아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단다. 사회적인 일에 관심을 쬐금씩 가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이걸 공통의 풍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모르겠다이미지를 채집해서 붙여놓자고 생각을 했다풍광이 먼저 결정된 다음에 가능한 작업이다. 엄한 일을 벌렸나후회가 좀 된다. 이건 거짓말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책상 서랍 속에 만화책을 숨겨놓고 한 페이지씩 야금야금 읽듯, 치즈케잌을 한 포크씩 핥아 녹여먹듯 조금씩 해 가 보자. 안되겠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나는 그저 싸안고 있을거다. 이런 건 상대에게 말을 하면 결론이 후딱 난다.   

 

"우리는 서로 상대가 자기 자신이 되도록,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다는 걸로 결론낼까요?" 내가 물었다. 잠정적 결론이라도 내려놓고 싶은 불안 때문이다제일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내가 쓴 게 진정한 나의 욕망일까진정한 나의 재능에 기반한 것일까? 내가 육종하겠다고 쓴 것이 '유사욕망'이라는 잡초일 수 있다. 답답하고 끔찍한 시나리오다. 그의 풍광을 참구하고 다듬는 건 그의 몫이니 노 터치. 나는 그가 자신의 풍광을 이루는데 관심이 있다. 그러니 정확한 것을 내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나의 금과옥조로 돌아가겠다. '너나 잘하세요.' 이건 좀 천박하게 자극적이지만 나에게 미치는 약발은 괜찮다. 젊잖은 말로는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라' 쯤 되겠다.  

   

IP *.43.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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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18:24:25 *.91.142.58

콩두님의 10대 풍광 잘 읽었어요.

콩두님과 남편분의 풍광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네요.

빨리 개똥이 소식 들었으면 좋겠어요~^^*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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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0 06:49:10 *.153.23.18

꼼꼼히 읽어주셔서 가..가..감사합니다.^^;;; 하하하

영역

He

SHE

WE

(그녀가 만든 초안, 결재 올리기 전)

살고 싶은 집

 

이 집을 장만하려고 얼마나 찾고 찾았던가? 주위에 산이 있어 등산하며 산책할 수 있는 집, 마당이 있어 텃밭을 꾸리고, 옥상에서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거나 명상할 수 있는 집

나는 살고 싶어하던 집에 살고 있다. 따듯하고 볕이 잘 든다. 군더더기가 없고, 물건들이 제자리에 정돈되어 있고, 깨끗하고 쾌적하다. 텃밭과 정원이 있다. 평생 나를 동행한 엄마 채마밭의 정구지, 동북아 3성에서 보이는 꽃나무와 유실수가 있다. 나의 집은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소리가 보이는 인가에 있다. 주변에는 갈만한 도서관과 달릴만한 로드, 산책로가 있다. 그리고 밥이 식지 않을 거리에 지인이 살고 있어 나는 김치전을 부쳐놓고, 수제비가 먹을 만 하게 된 날 전화를 건다. 지인은 입은 옷 채로 온다.  

인가에 있는 따듯하고 밝은 집에는 텃밭과 정원이 있어 꽃과 나무, 채소와 유실수가 자란다. 주변에 도서관과 산으로 난 산책로가 있다. 지인이 가까이에 살고 있다.

이 집과 방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전셋집부터 내 집,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그 이름이 새겨진 판을 걸었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산지 10. 서로 40여 년을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결합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인생의 여정에서 어찌 좋은 일만 있으랴. 때로 오해하고 미워하고 시기, 질투 속에서 싫어하고 그러다 서로의 진심과 진실을 발견하며 다시 사랑하기를 반복했다. 흔히 말하는 미운정 고운정의 체험으로 우리들의 사랑은 더 성숙되어 지금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처음과는 다른 사랑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한다. 함께 산책을 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웃기고, 싸우고, 자고, 일상의 일을 치고, 장난을 치면서 놀 때 마음이 편하다. 그가 비맞은 어린 새가 되어 품을 찾아들 때 나는  나무가 되어 덥석 품어주고, 내가 기댈 대상이 필요할 때 그는 비빌 언덕, 굳건한 반석이 되어 준다. 우리는 자연스런 호흡처럼 만났다. 우리는 빛과 그늘, 후미진 오솔길과 깊은 어둠 속 절벽, 꽃길을 같이 걸었다. 우리의 사랑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따사롭게 했다.  

우리가 정답게 화목하게 사는 게 이 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재미다. 아름다운 가정 하나를 살뜰히 가꾼다.

매년 결혼기념일 즈음마다 주례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식사를 한다. 둘만의 여행을 가고, 매일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라고 주례사를 해주셨다. 여행에 대해서는 빠릿빠릿하고 계획적인 그가 주로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역할을 맡았다. 일상의 기록은 그녀가 주무를 담당했다. 사진은 카페를 만들어 올리고, 기록은 우리책’ 에다가 적었다. 그녀는 야근하고 돌아온 그를 위해 새 밥과 좋아하는 음식 1가지를 만들고 우리책에 일상과 오늘 만든 음식, ‘사랑합니다가 주요내용인 짧은 편지를 써서 상에 올려두었다. 그가 맛있게 먹고 기분좋게 잠든다.

아이

 

개똥이와 개똥이 동생이 또 사고를 쳤다. 요놈들이 마당에 심어놓은 야채들을 솎아 놓는다고 상추와 치커리들을 망쳐버린 것이다. 아이구 아직 어린 녀석들에게 좀 어려운 걸 가르치려 했던 내 잘못이 크다. 이번 달 삼겹살 파티는 패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나는 올해 1학년 담임이고 학교도 입학식이라 오늘 출근한다우리 아이의 입학식에는 아빠와 할머니가 가실 예정이다. 두려움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학교에 올 장애학생들과 엄마들을 생각하며 휴가를 내지 않았다. 나는 새벽기도 일과를 마치고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편지는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그림과 글로 쓴 육아일기의 일부다. 옆에는 할머니가 선물한 운동화, 새로 산 책가방과 그 아이의 입학을 준비하며 내가 한 달 동안 바느질한 필통이 있다.

인삼을 심기 전 3년에 걸쳐 지력을 돋우듯 우리는 몸과 마음을 준비했다. 기도해서 잉태하고 태교에 정성을 들였다.  3년 엄마가 직장을 쉬고 최우선 순위로 삼아 아이에게 함께 있어 주는 시간, 부족하지만 나를 주었다. 3살 생일날 이후에는 배우자 1순위, 부모님 2순위, 아이 3순위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3세계 한 아이와 결연을 맺어서 그 아이가 함께 자라도록 했다. 우리 둥지에 아이가 있을 동안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부모 밑에서,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는 건강한 젊은 새로 준비되도록 한다. 나는 날마다 기도하는 뒷모습을 가진 엄마였다. 언제나 가족의 최우선 순위는 부부관계에 있음을 실천했다.  

아이의 이름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담아두었다. 그는 산, 사람에 대한 예의, , 삼겹살, , 주황색, 비, 여행, 사람, 친구, 쇼핑, 지구와 우주의 평화를 위해 출동하는 스파이더맨과 슈퍼맨 배트맨을 좋아했고, 그녀는 노을, , 나무, 풀꽃, green-blue, 하늘, 고요한 새벽, , 옛날 이야기, 평화로움을 좋아했다. 함께 좋아하는 것으로 꼽은 건 비와 평화였다.   

 

부부가 합쳐서 여든다섯살에 결혼을 했으므로 두 사람이 60살이 거의 다 되어 은퇴할 때 젊은 식구들은 고등학생일 것이다. 10년 후의 일이다. 부부 명의의 집은 마련이 될 것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도 마련이 될 것이고, 젊은 식구들의 대학교 등록금이 저축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어린 시절에 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리 이런 것을 말해주었다. 품을 때 품고, 날개를 펴고 날아야 할 때를 살펴 날려보낼 것임을 다짐한다.  

수행

올해로 3000 5번째다. 절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3000배는 아직도 나에겐 너무 버겁다. 그러나 나를 세우고 단련하는 일로써 일년에 한 번 3000배로 다짐을 한다. 절과의 인연은 10년 전 사회운동하는 후배가 투표시간 연장하라는 캠페인으로 국회 앞에서 108배를 할 때 한 번 하였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참 그 후배의 108배 캠페인 투쟁으로 지금의 투표시간은 24시간이 되었다. 땡큐 진성~

내가 새벽푸른빛 속에 건설한 안전기지가 이제는 굳건하고 견고한 성이 되었다. 나는 어린 때부터 아침형 인간이었다. 나의 정체성을 살리는 일과를 새벽, 가장 나답고 창조적인 시간에 배치하고 날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태에서든 그 일을 했다. 먼저 모닝페이지를 하고 새벽기도를 하고 쓰고 읽었다. 그것은 모두 나답게 사는 일이었고, 실행함으로써 내 영혼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나를 행복하고 기쁘고 부유하게 했다. 남몰래 매일 새벽하다.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뒤 러너스 하이에 젖어 출근하는 느낌이다. 나는 누가 나의 동행인지를 알고 있다. 대륙과 인종을 달리 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침 6, 부부는 나란히 방석을 놓고 108배와 10분 명상을 막 끝냈다. 면으로 된 절 바지와 그의 하늘색/겨자색 윗옷은 전체가, 그녀의 퍼플/민트색 윗옷은 겨드랑이만 땀에 젖었다둘은 서로를 향해 '성불하십시오' 지극한 절을 드린다. 그 순간은 한 생명 대 생명으로, 한 인간 대 인간으로 독대하며 상대의 행복과 자유를 기원한다. 포옹한다. 우리가 도반으로 매일 갖는 의례다그가 그녀의 옆에서 108배를 같이 하게 된 건 그녀 혼자 5시 원칙을 지킨 6년 후의 일이다. 그 다음에는 한 사람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다른 사람은 청소를 한다. 아이들과 할머니, 온 가족이 둥근 두레반에 둘러 앉아 식사한다. 할머니는 텃밭을 둘러보고, 화분에 심긴 식물들에게 알뜰히 물을 주고 오신 길이다. 가족의 아침식사는 길 조심하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끝맺는다.

자연

심봤다. 정기적으로 산에 간다. 등산만 다니는 것도 좋지만 봄에는 두릅, 고사리, 곰치 등 자연산 산나물을 채취하고 가을에는 송이, 능이 등 버섯을 채취하는데 야생 채취 10년 만에 드디어 산삼을 발견했다. 크고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맛볼 정도는 되어 조금씩 나누며 가족애를 과시했다.

저녁 7. 집에 있으면서도 집이 그리워지는 귀소본능에 들썩이는 시간. 나는 길 위에 있다. 나는 거의 매일 노을을 보러 지평선이 보이는 데로 나갔다. 나는 어린 왕자처럼 수우족 인디언 노랑종달새처럼 노을을 좋아했다. 노을은 하늘이 내게 준 일종의 힌트다. 첫 태양의 사원에 참예하는 20, 낮이 밤으로 변하는 20분의 사원에 참예하는 일이 왜 나에게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에너지를 주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저녁에 퇴근해서 잠자리에 드는 저녁의례 중 하나다. 이건 새벽일정을 시작하는 용기를 내기 위한 용도다. 또 국가대표 선수가 아침저녁으로 훈련하는 것, 산사 스님이 새벽기도와 저녁기도를 하는 것과 똑 같은 원리다. 나는 산책하거나 달리고, 그리고 일기를 쓰고 그렸다. 이건 하루를 살고 죽는 나팔꽃이나 채송화의 하루 마감과 같다.

우리는 서울과 인천이 직장이어서 당분간 서울을 근거지로 살기로 했다. 여기 사는 동안 남산공원과 북한산국립공원을 들이파기로 했다. 마흔 살 이후에 본격적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여행

여행, 지친 삶을 재충전해주는 보약 시간을 만들고 계획하여 나, 가족, 지인들과 여행을 즐기고 있다. 분기별로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여행을 간다. 일년에 한 번은 나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한 번은 친구들과 한다. 일 년에 한 번 가족여행을 한다. (1년차엔 우리집 가족, 2년차엔 처가집 가족, 3년차에는 양쪽집 가족)

금요일 오후, 나는 칼퇴근을 해서 아티스트데이트 중이다. 오늘은 남편이 휴무일이라 집안에서 아이와 있어준다. 매우 힘든 한 주였다.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과의 2시간 아티스트 데이트를 10년간, 일 년 52주 중에 45주 이상 시행하고 있다. 아티스트 데이트 전에는,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전에는 내 인생에 진정한 의미의 여행은 없었다. 시끄럽고 피곤한 떼거리 수학여행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여행은 몽글몽글하고 눈부신 단어였다. 초보인 나는 동네를, 살고 있는 도시를 즐기는 두 시간 여행을 했다. 카페 투어를 했고, 영화를 보고 작가 강연회에 다녔다. 이건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골목 투어는 어울려서 했다. 또 한강고수부지를 달리는 마라톤을 완주한 후 미리 싸들고간 도시락을 까먹으며 돗자리 위에서 낮잠을 잤다. 유유자적 카페에서 밤에 한강을 따라 걷는 것에 참여했다.

4월 초다. 올해는 10번째 둘만의 봄여행 중이다. 우린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때론 차를 가지고 가고, 때로는 산에서 비박을 했다. 결혼기념일 즈음의 봄에는 봄꽃을 보러 갔다. 지리산 쌍계사 벚꽃, 산수유 마을, 선운사 동백꽃, 다압리 매화마을, 섬진강가, 도다리쑥국이 맛있는 통영, 친구가 장사를 하는 여수, 목이 빠져라 말린 생선을 목포로 유학보낸 아들에게 이어다 주던 여인이 살던 마진도에 갔고, 둘이서 지리산을 종주했다. 문경에 가는 길을 여행길로 삼았다. 그 곳에 살 때는 주변 산들을 종주하지 못했는데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가족행사를 여행길로 만들어 해보았다. 동해안 울진에서 화진포까지 쨍하게 푸른 바닷가로 난 해변도로를 달리며 파도소리가 들리는 민박에서 잤다.

가족여행

올해 세 번째 가족 해외여행으로 태국에 왔다. 다행히 어머님은 아직도 건강하셔서 일 년에 한 번은 동생네와 함께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닌다. 애들이 아주 어릴 때는 가족 전체 여행 가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좀 커서 여유가 생겼다. 어머님의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우리들의 가족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시댁식구들과 태국에 왔다. 식구가 모두 9명이었다.

 

올해는 친정엄마 칠순을 맞이해서 친정 식구들과 태국으로 34일로 여행을 왔다. 내가 일곱살 때 가자던 여행은 기차여행이었지만 비슷한 돈으로 동남아를 갈 수 있었다.  소를 두고 갈 수 없다고 했지만 이웃에서 하루 봐주기로 했다. 대식구였다. 부모님, 첫째동생네 가족 넷, 우리식구 넷, 둘째네 셋, 막내네 다섯, 모두 열여덟이었다. 바다를 보러 가고, 숙소에서 쉬기도 했다. 칠순잔치도 했다. 평생 한 동네에서 살았던 분들이라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10년 가족 해외여행에 대한 꿈을 그가 말하자 마자 우리는 달려가 적금을 들었다. 5년 동안에는 각자 가족을 이루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일로 바빴다. 그래도 자주 얼굴을 보고여름여행을 같이 다니는 틀을 유지했다. 송추계곡,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근처의 팬션, , 어머님의 친정 나들이, 그리고 모여서 고기 굽는 것 

(1)

지하철도 많이 변했다. 공사의 경영은 전면공영제에 따라 시에서 관리하고 시, 노동조합, 시민사회에서 1/3씩 이사를 선임하여 경영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계속 요구하고, 시민들을 설득하여 이루어낸 결실이다. 시민을 설득하기 위해 조합도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의 안전과 서비스의 확대를 모색하고 공공시설에 걸맞는 조합활동을 함으로써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성과다. 이제는 복수노조라는 파도를 넘고 안정을 찾았다. 나도 조합일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퇴직 이후를 고민 중이다.

나는 천안에 가고 있다. 방학이다. 국립특수교육원 1정연수 강사를 하러 간다. 3년 이상의 현직경력을 가진 특수교사들의 재교육시간이다. 내가 강의를 청탁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나는 이것을 마흔살 때 필살기를 기르기로 하면서 선택해 육종했다. 내가 좋아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이 분야의 일을 생각했다. 첫째는 현장연구를 하는 교사가 되기로 했다. 현장에 머무는 동안 매년 1편씩의 현장연구논문을 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10년간 한 해도 빼지 않고 지켰다. 매년 자신의 관심을 끄는 주제의 사례연구를 했다. 어떤 것은 한 학교에 머무는 4~5년 동안 줄기차게 실행한 연구였다. 나의 관심은 특수학생 개인보다는 가족구조, 지역사회에 있었다. 그건 가족치료의 영역이기도 했고, 학교 졸업 후 지역사회에 현존하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하는 영역이기도 했다. 나는 공교육 체계 안에서 교사들이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육종하는 것에 대해 전문성이 있다.

둘째는 나는 학교 교실에서 나의 취향과 창조성이 드러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학교를 옮길 때는 이사 가는 사람들처럼 이 모든 살림살이를 싸들고 갔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직장을 나는 나답게 만들었다. 거기는 제 2의 내 집이었다. 콩두샘의 무지개교실(무지개학교)은 움직이는 대안학교이며 브랜드다. 특수학급은 일반학교 안의 작은 특수학교처럼 교사 개인에게 많은 책임과 자율성이 주어진다. 내가 가는 곳의 프로그램은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학교보다 교사 개인의 프로그램과 시스템 장악력, 소프트웨어가 탁월하다.

셋째 나는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는 특수교육 안에서는 거점학교나 학교기업 관련해 쓸모가 있었고 일반학교 안에서도 쓸모가 있었다. 나의 역할은 학교 밖의 전문가와 학교를 연결시키는 일이다.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며, 학생과 가정의 삶의 질을 높이는 우선순위를 분별하는 일이다. 나는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모두에서 이 분야의 현직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 가정을 안착시키고, 과제를 푼 후, 아이들이 만 13세가 넘으면 대학원을 다니며 전공을 할 것이다. 정년퇴직을 한 후에는 나는 이 전문성을 가지고 제3세계의 어린이를 돕는 국제구호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살 집과 부부의 최소한의 생활비는 연금과 인세로 마련이 되니 우리 집의 젊은 식구들은 스스로 살 궁리를 해야 함을 알고 있다.

 

(2)

! 오늘 바비큐 파티에 농민운동하는 후배가 한우를 가져오셨다. 한 달에 한번 가족, 친구, 직장동료, 사회활동 동지 들과 번갈아 가며 우리집 옥상에 초대해 마당에 심어 놓은 야채를 곁들여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 이번에는 농민운동하는 후배가 농민한우를 가져오셔서 소주를 곁들이며 한우를 취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달엔 청량고추도 잘됐고, 상추도 맛있어서 한우 맛이 배가 된다.

나는 매일 쓴다. 그래서 나는 작가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출발한 후 매일 썼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가지고 실험한 것들을 써냈다. 마흔살 갈림길에서 길을 찾는 내용인 <천일간의 자기사랑><마흔살 여자의 발로 책읽기>는 연구원 전후의 탐색을 담은 것이고, <나를 찾아온 12인의 여자들>은자기 신화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녀는 3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기르는 동안에는 육아연수라고 생각하고 육아에 대한 책을 썼다.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의 것과 잉태와 태교, 출산과 만 3년 육아과정을 관찰하여 <개똥이네 집>을 썼다. 그림과 글이 곁들여진 책이다. 꿈모음장을 그리고 쓰고 꿈이 주는 의미를 찾아가는 10년 이상의 탐색을 <콩두의 드리밍 웨이>로 냈다. 2008 6 29일에 나를 찾아온 은총 모닝페이지와 동행한 과정을 다룬 것이 2권 있다. 하나는 아티스트 데이트로 일상을 여행, 예술로 즐긴 것이며 하나는 자기 탐색에 대한 것이다. 또 다른 책은 <콩두샘의 무지개교실>이다. 특수학교의 일상을 적었다. 그녀는 특수학교 선생이었다가 동화작가가 된 오카슈조나 자신의 일상을 그림일기로 있는 그대로 그리는 데니 그레고리의 전수자다.

 

사회

 

만세! 만세! 만세! 드디어 통일이다. 아 감격스런 통일이다. 한반도의 염원인 통일로 오늘은 개성에서 냉면을 먹구 왔다. 이게 꿈인지 자꾸만 허벅지를 꼬집어본다. 올해는 백두산 등반과 내년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유럽에 가리라.

나는 정토회 만일 결사자이다. 결사체 정토회를 지지하며 30년 함께 간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의 신념을 실천하면서 나는 특히맑은 마음에 관심이 있었다. 그건 나를 치유해 가는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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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4 얽매이지 않는다. [3] 백산 2010.01.24 2494
2083 컬럼2-2: 나의 야심(野心) file [5] 희산 2010.04.25 2494
2082 감성플러스(+) 27호 - 내일을 향해 써라 file [5] 자산 오병곤 2010.11.01 2494
2081 퐁네프다리 위에 서서 [8] 효인 2013.07.11 2496
2080 [05] 중년, 죽음 그리고 새로운 여행 [8] 거암 2008.05.04 2498
2079 단상(斷想) 88 - 너 무엇 하러 여기 왔느냐? file [2] 書元 2011.12.17 2498
2078 우리 순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3] 교정 한정화 2007.07.30 2499
2077 연구원 졸업을 위한 책 구상 [1] 현운 이희석 2007.11.12 2499
2076 궁형을 감수하고 [11] 앨리스 2014.06.01 2499
2075 N번째 선 후기 [7] 레몬 2014.07.07 2500
2074 장난감, 사줘 말어? file [8] 양갱 2012.05.29 2501
2073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1] 불씨 2020.09.07 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