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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6일 14시 46분 등록
언제 회사를 떠나야 하나 ? - 자기진단기준

(아래 글은 '내가 직업이다' 속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2008년 7월 SBS 에서 '이직과 전직'에 대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자기진단 체크리스트를 좀 더 실용적으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떠남은 가혹한 것이다.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궁지에 몰리기 전에 꼼꼼히 준비할 수 있다. 이제 조금 분명하게 정리해 보자.

언제 떠나야하는가 ? ‘떠나라’는 말을 듣기 전에 떠나는 것이 좋다. 가장 훌륭한 답은 ‘떠날 준비가 돼있을 때’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럼 떠나지 말아야 하는가 ? 답은 ‘그렇다’ 다.
지금이 못 견디겠는데도 ?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 오는 것보다는 훨씬 젊잖은 일이다. 준비없이 떠난 사람들은 밖에서 오래 견디기 어렵다. 더 불만스러운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준비가 되어 떠난 사람이 얼마나 되나 ? 대략 10명 중 1 명 정도 될 것이다. 10명 중 9명은 보통 준비 없이 떠난다. 그들은 이미 떠나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궁지에 몰리게 되었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안 속에 자신을 방치하다가 결국 강제적 혹은 반강제적으로 떠밀려 떠날 수밖에 없다. 성공한 사람의 반은 준비가 된 1/10 중에서 나온다. 나머지 반은 준비 없이 궁지에 몰려 떠난 9/10 중에서 나오지만, 그들이 성공하기까지는 준비 부족에 따른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몸으로 겪은 다음에나 가능하다. 준비가 없던 사람들은 아주 비싼 수업료를 내야한다. 그들은 아주 많이 고생한다. 사전 준비는 실전에 따른 고통을 완화시키고 자리잡는 기간을 짧게 줄여준다.

언제부터 준비해야하는가 ? 회사를 버리기로 마음먹은 즉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언제 회사를 버려야 하는가 ?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가 발생하면 마음으로부터 즉시 버리고, 이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미련을 가지지 마라. 적극적인 버림이 중요하다.

첫째, 무기력과 무능함이 회사 전체를 감싸고 있을 때, 회사를 버려라. 어떤 회사든지 처음부터 무능한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무능해지기 시작한다. 로렌스 피터가 말한 피터의 법칙을 기억하라. 이론적으로 누구든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이를 때까지 승진한다. 그러나 어느 단계까지 승진하면 적절하게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력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조직 전체에 방해가 되고 만다. 그런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기업이 바로 무능력한 기업이다. 그대에게 기회가 오려면 대단한 개혁이 있어야한다. 그 개혁이 이루어 질 수 없는 곳에서는 기회도 없다.

반대로 당신에게 버거운 조직도 있다. 주위에 온통 유능한 상사와 동료로 가득하여, 그대에게 어떤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은 곳 역시 오래 있을 곳이 못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 함께 경쟁할 수 있는 곳, 그대에게 역시 기회가 주어지는 곳은 아주 좋은 서식처다. 그러나 상사와 동료가 나보다 훨씬 유능하여, 그대는 늘 조연과 조수의 역할밖에 할 수 없을 때, 자신이 나설 자리가 없을 때, 그리하여 열등감과 불만으로 가득차 생활이 스트레스로 메꿔 질 때는 바로 다른 기회를 준비할 때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그들이 당신을 코너로 몰아 넣고, 퇴직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유능함이란 늘 같은 것이 아니다. 배역에 따라 달라진다. 유능한 프로그래머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유능한 관리자가 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가수로서의 유능함이 주부로서의 유능함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유능함은 재능에서부터 온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에 너무 오래 있게되면 무기력해질 뿐이다. 자신이 유능해 질 수 있는 영역으로 빨리 나오는 것이 좋다.


둘째, 부패가 만연하여 관행이 되고, 더러운 관계에 연루된 사람들이 윗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 당신도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여겨질 때, 가능한 빨리 떠나는 것이 좋다. 감염되면 당신에게는 앞으로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결탁과 부패를 성공으로 가는 결속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칡처럼 엉켜 붙어 있어야 서로서로 안전하게 공생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런 태도가 바로 우리 사회의 부패의 고리가 그렇게 뿌리 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공의 고리로부터 부패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늘 문제를 만들어 내고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들이다. 부패 속에서 기회를 찾지 마라. 긴 인생을 망치는 첩경이다.


셋째, 기업문화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과 가치관의 차이가 심각할 때는 떠나는 것이 좋다. 객관적으로 좋은 기업이라는 브랜드 파워는 중요하지만, 나와의 궁합 역시 중요하다. 즐길 수 없으면 떠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소매업체 중의 하나인 노드스트럼의 경우, 개인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주며, 다른 백화점에서 일하는 것 보다 평균 두 배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노드스트롬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입사원 중에서 절반은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노드스트롬만의 기업문화 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텐포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인 제임스 콜린스(James C. Collins)와 제리 포라스 (Jerry I. Porras)는 이것을 마치 ‘사교(私敎)와 같은 기업문화’라고 부른다. 노드스트롬의 최대 목표는 탁월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단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규칙 1 모든 상황에서 당신의 현명한 판단력을 최대한 사용하십시오. 그 외에는 어떤 추가적 규칙도 없습니다.’ 이것은 아주 커다란 권한 위임이지만 동시에 고객서비스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을 요구하는 부담이기도 하다.

‘일하기 좋은 미국의 100대 기업’ 속에 포함된 노드스트롬 관련 자료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만약 당신이 모든 사람들이 부산을 떨며 분주하게 일하는 분위기를 싫어한다면, 노드스트롬은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장입니다” 실제로 노드스트롬에서 11 개월 간 일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백화점으로 옮긴 후 승승장구하게 된 로버트라는 직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드스트럼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내게 맞지 않았어요. 내 친구들 몇 명도 그곳에서 아주 잘하고 있답니다. 그들은 정말 노드스트롬을 사랑하고요.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노드스트롬은 정말 대단한 회사지요. 그러나 나에게는 이곳이 더 어울립니다” 어울리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진정한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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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12가지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그리고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점수를 줘보자.

그렇다  (0점)     그저그렇다 (5점)     아니다 (10점)



1.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은
내 기질과 능력에 잘 어울리는 것인가 ?

2.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조직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3.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가 ?

4,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내 능력 전부를 다 바치고 있는가 ?

관계

5. 나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친구처럼 믿고 존중할 수 있는가 ?

6. 내 상사는 나의 미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6개월 이내에 이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

7. 나의 의견이 상사나 동료에 의해
비중 있게 반영되는가 ?

8. 지난 1주일간 나는 누군가에 의해
직장 내에서 아주 즐거워진 적이 있었는가 ?
(칭찬, 인정, 격려, 대화, 보람등)

기회

9. 지난 1년간 나는 이 직장에서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가 ?

10. 지금의 직무를 통해 앞으로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겠는가 ?

11. 지난 1년 간 나는 이 직장에서 이 일을 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

12. 조직 내에서 3년 후의 내 모습이
매력적으로 그려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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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단한 자기 진단에서 30 점 미만을 받은 사람은 자신을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직장에 남아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성장하고, 인정받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경력계발이 이루어지고 조직 내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조직에게나 개인에게나 서로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이 사람들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펼치는 것이 좋다. 지옥처럼 열심히 일하고, 조직이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앞장서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좋다.

40점 미만의 경우도 일단 이만한 직장을 다시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본인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직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이 직장 안에서 훌륭한 자기 실현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는 수입이 조금 좋은 곳으로 옮겨 보겠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동료와 관심을 가져주는 상사, 취향과 재능에 맞는 직무,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이 조직 안에서 공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미래 등은 결코 돈과 맞바꿀 수 없는 훌륭한 조건들이다.

단지 이때 조심해야할 것은 가능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헤드헌터사가 2002년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회사원중 반 수 이상이 스스로를 ‘회사가 꼭 필요로 하는 핵심인력’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이 생각하고 있는 핵심인력의 기준은 매우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이미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게 된 사회에서 채용과 해고는 수시로 이루어지는 일상적 일이 되었다. 이 와중에서 기업은 핵심인력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들을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회사마다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직원 중에 핵심인력으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5% 정도에 불과한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1990년 대 중반부터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핵심 직원들을 선발하여 비밀리에 특별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 수는 대체로 5% 내외로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핵심인력이라는 인식과 회사가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핵심인력의 평가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한다.

40점 이상 80점 미만의 경우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대단히 모호한 상태다. 실행이라는 측면에서 보아 가장 나쁜 자리가 바로 이 분포지역이다.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모든 결심이 유보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권장될 수 있는 대응책이 바로 ‘서서히 그러나 단호한 준비’ 과정이다.

그러나 80점 이상을 맞았다면 전직과 이직 그리고 창업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 좋다. 90점 이상을 받았다면 지금 당장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만간 스스로 못 견뎌 떠나가게 되든지, 조직이 강제로 그대를 떠나도록 할 것이다. 나는 이 90 점 대를 ‘서로 숨길 수 없는 지점’이라고 부른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공존을 모색하기 힘든 결별의 지점이다. 서로 헤어지지 못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결별이 이루어지는 플랫홈이다.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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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
2008.09.06 08:40:43 *.231.19.143
선생님...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일종의 패배감 비슷한 자괴감을 느꼈는데...선생님의 이글로 모든 것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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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ofeel
2008.09.07 22:28:26 *.77.113.22
좋은 글 조금 담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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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용
2008.11.30 18:19:50 *.191.120.134
우연히 선생님의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이 순탄치않아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힘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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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4 00:32:12 *.212.217.154

떠나야 할 때, 용기를 내야 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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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1 10:42:29 *.212.217.154

떠나야할 때 떠나지 않는것은

마치

6학년을 마친 초등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하기를 거부하는것 같을것이에요.


머물러 있는 순간에도

떠날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더 용기있는 조직생활을 할 수 있을거에요.


마치 죽음을 염두해두고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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