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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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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일 00시 04분 등록

몇 주 전에 고 2 아들과 외식을 했다. 그런데 녀석은 머리카락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손으로 위에서, 옆에서 머리를 누르는 동작을 반복했다. 신경이 쓰여 물으니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보기 싫다고 하면서 아빠를 닮아 반 곱슬머리에 돼지 털 같이 거칠어 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 잘 생겼는데 뭘? “ 하고 말했지만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같은 반 여자친구와 커플이 된 이후로 더 외모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70대 중반인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차례 거실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신다. 그럴 때 마다 눈금 바늘이 심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식사를 하루에 2회하며 체중관리를 하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다. 지난 주 어느 무더운 날, 어머니는 화장을 곱게 하고 외출 준비를 하셨다.  어디 가세요라고 물으니 집 앞의 한의원에 침 맞으러 가신다고 하셨다. 속으로 바로 앞인데 뭘 그리 더운데 번거롭게 화장을 하고 나가세요?” 반문하고 싶은 걸 참았다. 예전에 한번 어머니한테 들은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자란다. “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 여자는 몸 관리하고 항상 정결하게 단장을 해야 돼  

 

남의 기준에 맞추어 몸을 치장하고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케이블 티브이 방송에서 가슴과 힙을 올려준다는 기능성 속옷 광고를 우연히 본적이 있다. 쇼호스트는 자신도 광고 중인 그 옷을 입었다고 하면서 한껏 부풀어 오른 모양을 뽐냈다. 그러면서 한마디 말한다. “여러분, 그 동안 고민 많이 하셨죠? 이제 누굴 만나든 자신 있게 당당해 지세요”. 물론 만나는 대상은 아마도 연인이거나 불특정의 사람일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 자신이 속한 조직, 그리고 친구 등 타인이 묵시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자신을 맞추어 가며 살아간다. 어쩌면 사회 생활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떠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말과 행동이 조금씩 달라진다. 친절하고 상냥한 어투에서 퉁명하고 쌀쌀한 어투로, 공손한 자세에서 갑자기 고압적인 자세로 자기도 모르게 변화를 한다. 간소한 음식에서 값비싼 만찬으로 갑자기 입이 호강하게 된다. 자신의 원래의 모습은 숨어버리고 가짜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만약에 상대방이 원하는 기대치가 100인데 자신은 70밖에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였던 칼 융은 이렇게 외부가 요구하는 대로 보여주는 모습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면서 이것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자신의 진짜 본성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내는 가면 같은 것이라고 한다.  항상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가면서 그 가면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즉 외부나 타인이 만들어 낸 기준을 맞추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두려워한다. 융은 자아가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신경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자아가 페르소나를 통해 외부세계와 균형 잡힌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균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기준을 낮추든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자신의 자아를 그 기준에 맞게 높이는 것이다. 자신이 높게 맞출 수 없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자신의 자아와 맞는 새로운 외부 기준을 찾으면 될 것이다.

 

외부의 기준이 계속 높아만 갈 경우, 자아가 그것에 맞게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냥 자신이 맞는 기준을 찾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남한테 나를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쓴다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잃어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IP *.50.9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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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21:44:56 *.108.69.102

잘 지내지요, 재용씨? 

그럼, 이제껏 거의 페르소나를 써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인간은 어찌 되는 것인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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