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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10시 39분 등록

5 8년 전 회사를 나온 후에도 한동안 나는 여전히 월급쟁이였다. 평일 낮에 거리를 어슬렁거리면 알 수 없는 곳에서 화살이 날아드는 듯 불안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나는 여전히 품삯에 길들여진 직장인이었다. 내 정신은 야성을 잃어버렸다. 우리를 나왔지만 홀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짐승 같았다. 내 속에 있는 숨어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끄집어 내는 나만의 의식이 절박했다.

 

6 커다란 베낭을 메고 하루 25킬로미터 이상을 걸었다. 걷는 것과 바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다였다. 종종 바람 속에서 그곳을 스쳐간 크고 작은 사람들의 자취를 냄새 맡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한 조각을 찾아보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목적이었다. 그저 이리처럼 떠돌 수 있는 지를 시험했다. 턱수염이 산적처럼 길어졌을 때 여행에서 돌아왔다. 그 후에는 대낮에 거리를 걸을 때 어딘가로부터 나를 꿸 듯 날아들며 불안하게 하던 화살들이 사라졌다. 나는 비로소 낮술을 마실 수 있는 건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6 그 때 나는 나에게 외쳤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올 때는 새로운 마음으로 나와야 한다. 새로운 세상의 두려움을 미리 과장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읽어야 한다. 좀 배고프면 어떠냐 평생에 한 번 찾은 이 일의 불알을 꽉 쥐고 놓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천복이니 이 길이 내 길이다. 엎어지고 뒹굴어도 이 길 위에서 죽으리라. 때마다 주어지는 밥이 사슬이지 않더냐. 굶주림을 두려워하면 들판의 이리가 되지 못한다. 이런 마음이 나를 지배할 때까지 나는 매일 걸었다. 

 

8 이 책의 그 장소들이 목줄이 풀린 내가 이리저리 떠돌던 바로 그곳이었다. 마흔여섯 살에 매일 아침 짐을 꾸려 여관문을 나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날마다 두려움 속을 걸었던 그곳들이었다. 미래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도록 미리 두려움 속을 걸어두게 한 그 장소들이다. 그렇게 매일 걷지 않았더라면 다리가 꺽여 이미 주저 앉았을 지도 모른다. 그 공간 속에서 비범하게 살았던 그 인물들의 외로운 숨결을 느끼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지 못했을 거다. 영광 있으라. 외로움들이여.

 

숲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시냇물에는 멈춰 선 물결이 없다. (곽박동진의 시인)

 

88 위대한 정신은 세속의 명리와 기준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세속을 떠나 홀로 고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생을 가엾게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 도움이 되려 한다. 우리는 더 나아짐으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 날 깨달음으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이다. 역시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한테 덤벼드는 것과 같으니,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한 번 걸고 뚫어보면 몸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통쾌한 말이다. 모름지기 달라지려는 사람은 단 하나의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다산은 이 곳에서 뒷짐을지고 서서 바다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가는 것이 좋다. 눈을 감고 그 저 바람이 되어 보이지 않는 물결로 떠돈다.

 

104 어둠이 내려앉는 초당의 마당에 서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걸어보았다. 총명하고 심지가 바른 선비 하나가 역시 이 시간에 이 곳을 거닐었을 것이다. 정밀하고 치밀한 사고들이 이러한 산책을 통해 정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책에심서라고 제목을 지으며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의 서문을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심서라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백성을 다스릴 마음은 있지만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지은 것이다.”

 

121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그날로서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 일이 닥쳐서야 어쩔 줄 몰라 하다 모욕을 당하는 일만큼은 피해라. 충무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하였다. 거북선을 만들고 선박을 축조한 것은 그가 전장에서 용감히 싸우다 죽는 것만을 최선으로 아는 일개 무장이 아니라 미래를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개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확실한 승리는 없다. 그는 왜적과의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어느 나라의 전사에도 이런 기록은 찾기 어렵다. 아마 없을 것이다.   

 

153 바라건데 기회가 있으면 이미 해가 져서 큰 길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할 때쯤 천관사를 한번 걸어 내려와 보라. 내려오다 좌측에 있는 천관산으로 오르는 오솔길 옆 등산로 표지판 아래를 조금 지나면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 보일 것이다.

 

154 몇 시간이고 바다를 보고 있어도 여전히 바다가 그립다. 내 가슴 어디엔가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나 보다.

 

162 숨겨놓고 혼자 즐긴다는 의미를 아는가? 벽장에 숨겨놓은 꿀단지여도 좋고 바쁜 날 잠시 겨를을 내어 찾아가는 찻집이어도 좋다. 혹은 서가에 꽂혀 있는 소년 시절의 감명 깊었던 책 한 권이어도 좋다. 마담이 괜찮은 술집이어도 좋다. 아주 어릴 적 왠지 모르게 울고 싶을 때 저녁이 되어 어머니가 찾아 나설 때까지 숨어 있던 자기만이 아는 작은 비밀 장소처럼 그런 치유의 은밀한 장소와 시간 없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겠는가?

 

208 아름다운 예송리 갯돌 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자갈밭 위에 누웠다. 따뜻했지만 바람이 불어 가져온 옷 하나를 꺼내 걸쳤다. 그리고 작은 수건을 꺼내 얼굴을 덮었다. 수건 밖으로 해가 이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수건 위가 환하다. 창호지를 통해 햇빛이 비치는 것을 보듯 환한 명랑함에 즐거워진다.

 

210 완도에 가게 되면 꼬들꼬들 마른 생선도 좀 사서 부쳐야겠다. 뭘 사야 하나. 우럭, 민어 장어처는 이곳 바다를 주방에서 풀어볼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내가 남쪽 바다를 거쳐 갔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가벼운 그리움으로 그녀의 손끝이 조금 떨릴 것이다.

 

242 늑대는 사악한 짐승이라고 알려져 있어 늑대를 모조리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미국의 한 젊은 산림청 직원은 평화로운 늑대 가족에게 라이플을 쏘아대었다. 늙은 늑대가 쓰러지자 가까이 다가간 그는 늑대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늑대의 눈 속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것, 즉 산과 늑대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후에도 그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결구 알도 리오폴드라는 이름의 그는 미국 환경 보호 운동의 주창자가 되었다.  

 

246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문화는 우리의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짧게 끊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텔레비전 시청, 노래방, 그리고 짧은 여행은 향락적인 소비문화일 수 밖에 없다. 자유시간이 턱없이 짧기 때문에 클라이맥스는 빨리 맛보아야 한다. 뜸을 들일 시간이 없다. 짧은 시간에 농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진해야 하고, 따라서 야만적이며 과격한 몸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의 휴식은 또 다른 노동이 되고 만다.

 

246 문화는 쉽게 말해 잘 노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부족하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266 천촌리 산길을 오르며 면암을 생각한다. 그도 아침 일찍 산책을 나와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길은 그와 닮아 있을 것이다. 가슴에 핀 꽃이 붉어 남의 나라 대마도에서 굶어죽었을 것이다. 가슴 속에 굵은 소나무 기둥이 있어 나라라 무너진 그때 의병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266 인생은 길이다.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 그 자체이다. 마음이 모질고 팍팍하여 한 구루의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천촌리의 길처럼 솔잎이 깔려 있고 동백나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일 수도 있다. 나도 인생의 어느 부분인가에 솔잎이 깔리고 주위에 꽃이 가득한 그런 부드럽고 포근한 길이고 싶다. 돌밖에 없는 길, 한 그루의 나무도 없어 뜨거운 햇빛에 머리가 벗겨질 것 같은 황막한 길, 파이고 강팍한 길, 그런 길이고 싶지는 않다. 아름다운 나무 가득하고 옆으로 작은 시내 하나 흐르는 그런 길이고 싶다.

 

268 나는 좋은 길이 되고 싶다. 사람들로 하여금 천천히 걷게 하는 길이 되고 싶다. 평평하고 예쁜 바위가 몇 개 있어 좋은 날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그런 길이고 싶다. 깊은 정취가 있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하면 감탄하는 그런 길이고 싶다. , 언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나를 좋아한다. 내가 아직 젊은 탓일까?

 

298 비극은 늘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미국 흑인의 비극은 그들을 해방시킨 링컨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에서 연유하나. 해방 후 우리 민족의 비극은 우리의 힘으로 해방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국토는 나뉘었다. 일제의 경찰이 미군정 경찰로 옷을 바꾸어 입고, 친일파는 반공주의자가 되어 득세했다.

 

297 김통정의 삼별초가 여몽연합군에 의해 붉은 오름에서 전멸당한 지 7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제주의 중간산은 다시 미군과 국군토벌대에 의해 온통 핏빛으로 물든다. 제주 중간상은 매우 모호한 지명으로 해변에서 5킬러미터를 벗어난 한라산 중턱쯤을 가리키는 말이다. 1948년 제주도 4.3사건이 일어난 후, 그해 11월부터 약 4개월간에 걸쳐 중간산마을은 초토화되었다. 그동안 중간산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빨갱이가 되어 젖먹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49 4월 미군정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3월까지 약 1 5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80퍼센트 이상이 토벌대의 손에 사살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1954 9월 한라산에 대한 금족령이 해제될 때가지 6 6개월 동안 죽은 사람들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무장 봉기대의 공격이 있으면 다시 토벌대의 더욱 잔인한 보복이 뒤따랐을 것이다. 잔인성은 이렇게 재생산되었을 것이다. 중간산 일대의 평화로운 정적 뒤에는 기막힌 어리석음과 보복, 통곡과 억울함이 조용히 도사리고 있다.

 

298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힘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비극적이다. 그는 종속적이며 누군가가 시킨 일만 할 뿐이다. 하수인이 된다는 것은 몸은 몸대로 고되고 남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증오하게 되고 이를 견디기 위해 세속화된다. 그의 내면 어디에도 스스로를 위한 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친몽파든 친일파든 친미파든 외부에서 힘을 빌어오는 경우에는 늘 외부에 종속된다. 그런 경우는 자기일 수 없다. 외부의 힘에 따르고 적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모르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적응은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을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그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자기로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 허락한 대로

 

306 산행의 즐거움은 산을 즐기는데 있다. 산은 음악과 같다. 조용해야 들을 수 있다. 한적해야 피어있는 들꽃을 만날 수 있다. 호젓하지 않으면 온몸의 피부가 그 정적을 감지할 수 없다.

 

308 제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장소의 이동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간격이 너무 짧아서였다. 한달 반 동안의 일탈은 그에 상응하는 귀환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상징성을 벗어날 수 없다. 변화는 상징과 함께 나타난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만드는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며 장례식은 삶과 죽음의 화해이고 이승에서의 이별이다.

 

309 바다는 내 삶이 추구하는 상징이다. 아이들의 이름 속에 모두 바다를 넣은 것처럼 바다는 나의 미래이다. 그리고 꿈이다. 바다는 늘 늦은 곳을 선택하는 물의 승리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도 오직 하나의 색, 푸른빛을 유지하고 있다. 똥과 오줌, 신다 버린 신발, 동물의 시체, 어부인 남편을 잃은 부인의 눈물, 절망한 사람이 먹다 버린 소주병, 부정직한 인간이 밤에 몰래 방류한 폐수, 탐욕스러운 인간이 밤새 퍼먹다 토한 오물을 다 쓸어안고도 푸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바다는 가끔 밑바닥을 뒤집어엎어 스스로를 정화한다. 태풍과 풍랑과 해일과 파도는 바다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도구들이다. 바다가 바다일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때문이다. 어찌 배우고 닮고 싶지 않겠는가?  

 

314 공자는 보수와 권위와 구태의연이 아닌 적극성의 상징이다. 그의 본질은 뜻을 세워 공부하고 배운 바를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노자와 상자는 마음의 평화이다. 물러나 곧 자연이 되어 문화적, 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반문화적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314 공자와 노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서로 보완하는 한 사람으로 인식될 때, 우리는 세상에 나가서도 자신으로 돌아와서도 자유롭다. 나아가 세상을 바꾸고 돌아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자유가 아닐까?

 

315 긴 여행을 통해가슴 속에 역력했던 산과 강, 바다와 구름, 바람 들은 속세에서 얻은 경험, 유용한 분별력 들과 갈등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속세를 떠난 스님이 아니다. 혹은 사회적 가치에서 자유로운 탈속한 인물도 아니다. 잘 구워진 생선 한 접시에 코를 박고 술 한 병에 취한다. 책이 잘 팔리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아이들의 일로 즐거워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가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나는 나아질 것이고 스스로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다른 사람들로부터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불운과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변화라는 주제 속에 내가 담아내고 싶은 인생이다.     

 

321 나는 앞으로 휴식의 일환으로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서 걸을 것이고 쉬기 위해서 걸을 것이다. 버리기 위해서 떠날 것이고, 힘과 정열을 얻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위대한 정신들을 만날 것이다.

 

318 21세기의 화두는자연과 사람들이다.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어떠한 변화도 나는 거부하겠다. 기술이든 돈이든 이데올로기든 그 무엇 때문이든 간에 변화를 통해 자연이 황폐해지고 인간이 서로에게 소외된다면 그것은 부정적 변화다. 삶은 기술이 아니다. 삶은 돈이 아니다. 삶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안다. 삶은 그 자체로서 중요하다.

 

319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내면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체제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무관심에 의해 사회적 죄악이 방조되고 만들어진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야말로 위대한 사회다. 이런 사회는 나아질 수 있다. 올바른 변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때 휴식과 성찰은 소비가 아니라 창조로 인식될 것이다. 지식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지식은 곧 사람을 의미한다.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그 지식을 오직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용하려는 가치관과의지를 가진 사람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람은 쉬고 있을 때와 자신의 내면과 만날 때, 가장 자유로운 정신력을 가지게 된다. 그때 비로소 작은 이해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321 한 민족이 자신의 역사 속에서 위인을 인식하고 발견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장점을 보고 배울 일이다.

 

322 한국의 산수 속에서 한국의 인물을 보고, 그 인물 속에서 그를 길러낸 한국 산수의 힘을 느끼는 것, 이것이 내가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휴식을 통해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휴식을 통해 정신의 지평을 넓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322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긍정적인 변화인 것이다.

 

324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곧 경영과 자기계발의 핵심이다 간절한 욕망만 남기고 나머지를 거세시켜 시간을 더하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필요한 것은 지루한 반복과 연마 그리고 변화의 이유를 지켜야 하는 당위의 힘이다.

 

328 후학의 이점은 선학의 발자국을 더듬어 참고하는 연유다. 설사 틀리더라도 손해볼일은 없다. 이것저것 보는 동안 방향은 더욱 선명해질 테니. 희망을 말하는 이는 허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28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출발하면 되돌릴 수 없어 나아간다. 나간 길은 다음이 궁금해 끝을 보게 된다. 인간 구본형의 치밀한 여행 가이드는 이래서 모두에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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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08:29:02 *.50.21.20

떠남과 만남은 다른 책에 비해 여행을 떠난듯한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88 위대한 정신은 세속의 명리와 기준에 묶이지 않는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세속을 떠나 홀로 고고하지 않다는 것이다.중생을 가엾게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 도움이 되려 한다우리는 더 나아짐으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우리는 어느 날 깨달음으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이다. 역시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246 문화는 쉽게 말해 잘 노는 것이다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부족하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322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가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바쁜 사람은 바보다….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것이 바로 긍정적인 변화인 것이다.


328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한번 출발하면 되돌릴 수 없어 나아간다나간 길은 다음이 궁금해 끝을 보게 된다인간 구본형의 치밀한 여행 가이드는 이래서 모두에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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