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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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게으름이 우리를 지배할 때도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익숙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따분한 일이다. 쉬운 일이 주는 반복적 지루함은 모든 직장인들의 한 숨이기고 하고, 지루한 편안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도전보다는 불만족스러운 편안에 몸을 맡겨둔다. 그러다 문득 눈을 뜨고 인생이 좀 더 다이나믹하고 도전적이고 적당한 기대와 흥분 속에 놓일 수 없는 지 자문하게 된다. 그때 마다 우리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여행이다. 그저 배낭하나 달랑 매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언어조차 잘 통하지 않는 이국의 정서를 그리워 한다. 알수 없는 자유의 싱그러운 냄새와 누구도 나를 알아 주지 않는 달콤한 고독을 즐기고 싶어 한다. 그것이 누구나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여행이 일상의 가벼운 파괴와 도전이라는 점, 그리고 대부분 그 여행을 꿈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변화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 준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만큼 우리는 변화를 갈망한다. 어쩌면 미움이란 사랑하기 위한 안간힘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꼬마이야기를 알고 있다. 어느 날 성경학교 선생이 한 꼬마에게 '누가 너를 만들었니 ?' 라고 물었다. 꼬마가 대답하기를, '하나님이 조금 날 만들었어요 ' 선생은 '조금'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조금 만들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그러자 꼬마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날 만들 때 난 아주 작았어요. 내 동생 보다 더 조그맣지요. 난 그때 보다 더 커졌어요. 내가 나를 키운 것이죠"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맞다. 작은 몸이 자라듯 우리의 정신과 영혼 역시 자라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성장은 자기 책임이다. 그리고 성장은 가장 긍정적인 변화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10년이 지나면 대략 두 세 개의 직무를 접해 볼 기회가 있다, 물론 한 부서에서 계속 같은 일을 맡을 때도 있고, 순환 보직에 따라 더 많은 일을 접해 볼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 일을 맡아 할 때는 전임자에게 그 일을 배워야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은 우리를 긴장시킨다. 가벼운 흥분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 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처리한 일의 갯수가 많아 질수록 새로운 일에 익숙해 지고, 배우는 자의 긴장은 사라져 간다. 적당한 순간에 다시 우리는 익숙함이 주는 지루한 평화에 쌓이게 된다. 반복적인 바쁨이 매일을 강타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루함을 완화 시켜주지는 않는다. 그저 바쁠 뿐 어떤 지적 도전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소진되고 방전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지만 '내가 자라고 있다'는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 없다. 이때 우리는 무기력해진다. 성장을 멈춘 사람의 매너리즘과 무사안일에 휩싸이다 보면 종종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 진다. 승진과 보상을 두고 다투어야하는 조직 내에서는 늘 앞서 가는 사람에 대한 질투와 조잡한 이합집산의 정치가 횡행하기 마련이다. 대체로 가장 정체하고 낙후한 조직일수록 서로에게 배타적이고 조직 내 정치가 구조적 악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자신의 성장을 사다리의 칸으로 측정한다. 동료보다 더 빨리 사다리의 한 칸이라도 더 올라 갔다면 그것이 곧 자신의 성장의 의심할 바 없는 지표로 생각한다. 승진의 사다리를 성장 지표로 삼게 되면 오직 승진만이 목표가 된다. 그러나 승진이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이다. 그것은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라기 보다는 성장의 결과로 얻어지는 여러 가지 보상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건강한 인식이 절실하다. 우리는 종종 목표와 결과를 혼동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마음이 어지럽고 헷갈릴 때 마다 우리는 간단한 논리적 궤적을 따라 감으로 확실한 인과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축구를 예로 들자. 승리는 우리의 기쁨이고 열광이다.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스코어다. 만일 우리가 그 전날 경기를 보지 못했다면 그것을 본 사람에게 물어 본다. 대개 물어 보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이겼어 ? ' 이것이 최초의 관심사다.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뻔 하다. "몇대 몇으로 ? " 그리고 나서 세 번 째 질문이 이어진다. "누가 넣었는데 ? " 그리고 나서는 전날 게임의 전황이 친구의 입에서 다시보기처럼 재중계된다. 우리는 스코어가 게임의 결과라는 것을 종종 잊고 산다. 마치 그것이 게임의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게임의 목표은 승리일 수 있지만 그 승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경기 그 자체인 것이다. 좋은 경기가 좋은 스코어를 만들고 결국 승리를 가져온다. 그러나 선수가 스코어에 집착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경기 자체에 몰입할 때 가장 훌륭한 게임을 해 낼 수 있고, 그 결과는 좋은 스코어로 이어진다. 승리는 스코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경기가 만들어 낸다. 따라서 좋은 경기를 활성화하는 올바른 지표를 만들어 자신의 성장을 경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승진은 직장인들에게 승리의 가장 확실한 지표처럼 보인다. 그러나 승진이란 성장의 결과로 나타난 스코어에 불과하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결과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건강한 인과관계다. 직장인들의 불행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인식 위에서 자신의 성장에 대한 명확한 성장지표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다시말해 좋은 스코어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경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태도와 기술들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절한 측정 지표를 설정하여 자신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직장인들은 매일 반복되고 있는 무성장의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성장을 가시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건강한 성장지표는 무엇일까 ?
참고로 나는 늘 하는 일을 몇 가지 성장 동력과 지표로 만들어 두었다. 지표의 종류는 3-5 개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많으면 너무 많은 촛점처럼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전체가 조망되고 자연스럽게 습관화 되면 한 종류 속에 2-5개의 하위 연동 지표를 만들어 두면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어 오히려 효과적이다.
1. 독서와 연구를 통해 한 해에 20% 수준의 지식을 확장하고 심화하라
* 전문성 지표: 1년 3 주제 1책
1년 동안 하나의 뿌리 주제 root-theme 를 가진 세 개의 소주제 sub-theme 에 동시에 접근하고,
특히 한 소주제에 밀착, 그 결과를 책으로 출간하여 최신 지식으로 부각하게 한다
2. 성장을 위해 철저하게 ‘시간 R &D’ 를 확보한다.
* 창조 지표 : 매일 10% 의 시간은 글을 써라 .
* 연구/독서 지표 : 1 주일 대비 50 시간 30% 를 써라
3. ‘창조적 소수’와 휴먼네트워크를 형성한다
* 확장 지표: 휴먼 네트워크의 신규 추가 1년 40 명을 유지하고, 언제나 네트워크를 열어두라
* 깊이 지표: 공저 프로젝트 진행률 매월 2개 정도를 병존시켜, 언제나 함께 연구하라
4. 가슴 속에 두 개의 영혼을 공존 시킨다
* 자유 지표 ; 일주일에 이틀은 스스로 흘러 넘치게 하라. 나를 사랑하라
* 사랑 지표 ; 일주일에 이틀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통 같이 지내라.
현재의 사랑에서 멀어지면 지금의 삶에서도 멀어진 것이다.
* 건강 지표 : 일주일 3번은 가벼운 산행을 해라. 가슴 근육은 유지하고 배는 들여 보내라.
단명한 육체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 경제 지표 ; 강연은 1년에 백 개를 넘지마라. 탐욕에 근신하라
직장안에 있을 때는 그 속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난리인데, 밖에서 보면 무언가 더 큰 관점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있기는 합니다.
작년 학교 리포트때문에 몇명 인터뷰를 해봤죠.
자신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되고 있는데, 그래서 뭘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냥 영어공부 좀 하고 있다..정도.
그리고 농담삼아 승진을 거꾸로 할 수도 있냐..고 하기도 하구요. 일찍 승진해봤자 회사
밖으로 나가는 시기만 더 빨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조금씩 많아지고 있답니다.
최근에도 임원승진하는데 필수요건인 어학시험을 고의적(?)으로 누락하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세상이 조금씩 사회적인 가치관으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