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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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홀로 다닌다. 자유다. 홀로 자유를 지킬 만한 힘과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꼬리를 치켜들어 위엄을 보이고, 포효로 존재를 과시한다. 그래서 가장 강하고 신령한 동물이 되었다. 용, 현무, 주작과 더불어 사신 (四神)중에서 유일하게 실존하는 동물이다. 호랑이는 인물 중의 인물로 표상되어 왔다. 가장 선호되는 인재상으로 호랑이만한 것이 없다. 호랑이의 몇 가지 특징을 빌어 21세기 인재의 조건을 규정해 보자.
첫째는 자유롭게 개별적 독특함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21세기 최고의 인재의 조건으로 으뜸가는 것은 창의성이다. 세상을 바꿀만한 새로운 생각을 해 낼 수 있는 창의성이 위대함의 결정적 조건이 된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많은 학자들이 창의성의 본질에 대하여 연구해 왔고, 어떻게 그 창의성을 발현 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 왔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는 창의성은 개별성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존중되고 그 의견이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곳에서만 창의성은 서식한다. 조직의 질서가 지나치게 개인을 구속하고, 수직적 구조가 지시와 관리로 직원을 통제하려 하는 곳에서는 창의성은 질식한다는 주장이다. 개인이 자유로운 곳에서만 창의성은 발현된다. 호랑이는 정신적 고립을 극복한 동물이다. 홀로 자유로이 지낼 수 있는 동물이다.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개인은 세상의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이질성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힘이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고독, 이질성의 불편을 견딜 때 호랑이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빠름을 강함의 첫째로 쓴다. 21세기의 가장 큰 또 하나의 특징은 속도다.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으며, 눈 앞을 지날 때 조차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어느 것도 오래가지 않으며, 수없이 형태의 변이를 거친다. 호랑이는 한번 도약하면 10 미터를 뛰어 넘기도 한다고 한다. 짧은 거리를 질주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동시에 새끼 물소를 끌고 500미터를 이동할 힘을 지니고 있다. 빠름을 익혀 순간적 힘을 발휘하려면 시대와 함께 갈 줄 알아야 한다. 빠름은 아니러니컬하게도 멀리서부터 주시할 수 있는 힘으로부터 온다. 예측한 것은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기습에는 대항하기 어렵다. 따라서 빠름을 강점으로 활용하려면 미래를 멀리서 주시하여 그 물결을 감지해야한다.
그 물결을 타고 민활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미래에 먼저 다다를 수 있다. 현재가 움직여 가는 방향을 알지 못하면 시중팔구 미래를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미래의 인재는 50년의 메가트랜드에 주목하고, 그곳에서 파생되어 흐르는 미래의 바람을 간과하지 않는다. 호랑이는 바람을 등지지 않는다. 늘 바람을 마주한다. 먹이의 냄새, 미래의 기회에 주목한다. 기다린다. 그 커다란 몸을 숨기고 토끼처럼 작은 기회에도 조용히 신중하게 기다린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수없는 반복과 수련을 통해 멀리보고 오래 기다리고 순식간에 급습하는 사냥에 통달해 진다.
셋째는 자유롭되 창조적 소수를 얻어 깊고 멀리 가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호랑이는 종종 밤에 산 속에서 다른 호랑이를 만나면 머리를 맞대고 비벼 인사를 나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21세기의 인재들은 개별적이되 적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을 죽고 죽이는 경쟁적인 레드 오션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전투에서 승리가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조함으로써 불루오션을 창조한다. 그들의 힘은 고객에 대한 공헌력의 크기로 표시된다. 고객에게 공헌함으로써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경쟁 상대와 싸워 그들을 무찌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은 자유롭되 서로 연대하고 보완함으로써 홀로 할 수 없는 것을 해 낼 수 있는 관계의 깊이를 추구한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워 둘 다 죽어 가죽을 벗긴 사례들 또한 많다. 경계할 일이다.
넷째는 자신의 힘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 중 인시(寅時)는 호랑이의 시간이다.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를 가리킨다. 아직 어둡다. 그러나 어둠의 밑에 빛의 세계가 이미 힘을 응축하고 있는 시기다. 비유컨대 빛의 르네상스의 시작을 상징한다. 21세기의 인재는 새벽과 같은 존재다. 자신의 내면에 이른 새벽의 빛을 끊임없이 갈무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철학자 니체는 시인이다. 늘 잠언 같은 찬란한 언어를 쏟아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한번 들어 보자.
언젠가 많은 것을 가르쳐야하는 사람은
말없이 많은 것을 가슴에 쌓아둔다.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
오랫동안 뜬구름으로 살았던 니체는 정말 호랑이처럼 외로웠고, 어두웠다. 그렇기 때문에 번개와 천둥 같은 통찰로 번득였다. 새벽의 호안(虎眼)처럼.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오랫동안의 빛의 축적을 통해 새벽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생 배우지 않으면 인재라 할 수 없다. 새벽을 잠으로 채우지 마라. 호랑이의 시간에 일어나 빛을 모으라.
동양에서는 새해가 늘 의미로 다가온다. 그 동물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상징으로 한 해가 시작된다. 나는 이 아름다운 전통 속에서 모든 이들이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 자신을 재 창조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자, 새해는 커다란 호랑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