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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4일 13시 01분 등록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입구에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라고 새겨두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유대인 수용자들은 아침부터 밤 까지 일 밖에 한 것이 없지만 그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아우슈비츠는 사라졌지만, 수많은 직장인들은 좋든 싫든 '일에 매인 채' 노동의 포로가 되어 살고 있다. 심지어 일중독증에 빠진 직장인들도 제법 되는데, 놀라운 것은 이들 중의 일부는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 밖에 하지 않는 일벌레들과 일 밖에 모르는 일중독자들이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드 워크가 스마트 워크는 아니며, 인풋의 증가에 의한 아웃 풋 증가는 지식 사회 이전의 비창조적 프로세스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알콜 중독처럼 일중독은 분명한 중독이지만, 일밖에 생각하지 않고 그 일에 빠져드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 종종 바람직한 몰입과 열정으로 잘못 권장되기도 한다. 왜 그렇게 오도되었을까 ?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일은 좋은 것이며, 고된 노동으로 얻은 성공은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응원한다.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사회적 역할 모델로 젊은 세대로 유입되었다. 또 하나의 결정적 촉매제는 '경제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의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마지 못해 일중독이 된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기업의 경영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워커홀릭들에게 출세의 기회를 주어 왔다. 그들은 일주일에 60 시간 이상을 근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고 믿고 있다. 극심한 일벌레 들이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중독은 명료한 질병이다. 그것도 심각한 질병이다. 심리전문가들은 일중독자들은 열심히 움직여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존감이 결핍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삶에서 느끼는 공허감이나 불안을 일로 극복하려 하기 때문에 일은 도피처가 된다는 것이다. 더 열심히 일하면서 결국 자신과 타인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미친 듯이 일하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어떤 통제력도 발휘되지 않는다. 강박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인생을 견뎌낼 뿐이다. 그것은 진정한 삶을 잊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직접 처리해야할 삶의 문제점들을 외면함으로써 가정에서 몰려나고, 자식에게서 잊혀지며, 진정한 관계 속에서 격리되게 된다. 일 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패배자로 규정한다. 운전을 하거나 아이들과 놀고 있어도 일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돌고 상황이 좋아도 미래가 걱정된다. 미친 듯 경쟁심에 불타 그 일을 해 치워야한다. 그러니 종종 극심한 피로감과 탈진에 빠져들며, 짜증과 우울감에 젖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나친 공격성을 띄거나 함께 할 수 없는 냉담에 빠지기도 한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근무 성과는 저조하고, 고객및 동료 관계에서 정서적 측면은 사라지고 오직 합리적이고 형식적인 관계만 남게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벌어지고 증폭되는 고립 속에서 점점 더 일이라는 덫에 빠져드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놓이게 된다.

   일과 삶의 불화를 해결하고, 늘 생생히 타오르는 열정의 불길로 만성 피로감에 쌓인 관성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워크 하드를 넘어 워크 스마트의 단계로 우리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 하나의 원칙이 있다. 오직 하나의 원칙이다. 일을 즐기며, 삶 속에 창의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피로가 쌓인 사람은 소심한 바보가 되어 평범한 성과 밖에는 낼 수 없다. 일의 품질은 그 자체의 흥분에 의해 고양되고, 적절한 여가와 마음의 휴식, 그리고 절대적 자유 시간에 의해 창조력을 품게 된다. 그러니 오직 이 하나의 원칙을 고수하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이 조화의 문제를 들여다 보자.

   첫째, 현업 속에 열정과 격정의 순간을 선물하라. 이것을 중요한 집무 원칙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일상의 합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머리가 가슴을 통제하도록 허용해 왔다. 합리성은 감정을 희생하여 얻은 댓가다. 가슴의 요구는 늘 갇혀있었다. 하고 싶은 것, 열망하는 것들은 박제된 동물처럼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일 속에 잠재한다. 따라서 가슴의 욕망을 현업에 연결시킬 수 있는 통로를 개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업 중에서 적성에 잘 맞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테스크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라. 그 일 만큼은 회사에서 제일 잘해 내도록 근무 시간과 관심을 집중하라. 그리하여 그 일에 대해서만은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알아내라. 드디어 어렸을 때의 꿈의 한 쪽이 일상의 생활 속으로 초대되어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즐거움의 시작이다.

   둘째는 나만의 성소를 가져보라는 것이다. 작은 취미와 꿈의 한 조각은 그저 찾아 지지 않는다. 삶의 한 순간의 몰입이 가능한 자신 만의 성소 (聖所)를 확보할 때 가능하다. 성소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마음의 공간이다. 순례자의 길을 걸을 때, 정서적으로 고양 되듯이, 인간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성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신을 만나는 예배시간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 가서 정해진 일을 해야한다. 나에게도 나의 성소가 있다. 새벽 4시에 나는 책상 앞에서 늘 글을 쓴다. 나는 몰입한다. 모든 감정이 쏟아진다. 나는 엑스터시에 이른다. 나의 하루를 사는 힘은 이 새벽의 힘이다. 내 꿈은 이때 하루의 진척을 이루게 되고, 이때의 광휘는 하루 전체로 확장된다. 마치 램프의 빛이 방안의 어둠을 밀어내고 빛의 세계를 넓혀가듯이. 인생의 중반에서 나는 젊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자유로워졌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성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전문화되고, 차별화되고, 새로운 세계로 고양되었다.

   셋째는 자신의 꼴 맛을 맛보라는 것이다. 월드컵의 꼴 맛이 우리를 환호하게 했다. 붉은 옷을 입고, 거리로 운동경기장으로 호프집으로 몰려든다. 모든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이변이 속출하면서 우리는 합리성이 지배하지 않는 또 다른 우연의 세계에 열광한다. 축제의 맛이다. 우리가 흥분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떨어지고 난 다음의 월드컵은 김빠진 맥주다. 누구도 자신이 빠진 축제에 열광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멋진 꼴 만으로는 내 인생이 채워질 수 없다. 따라서 남의 꼴에 환호하지 말고, 내 꼴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승리야 말로 우리가 그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모든 업적의 밑에는 땀이 있다. 땀은 고된 것이다. 이 땀에 즐거움과 자긍심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꼴 맛이다. 꼴 맛을 봐야 정신은 위축을 떨치고 그라운드를 펄펄 날게 된다. 마찬가지다. 자신의 꿈에서 작은 승리들을 만들어 갈 때, 우리는 자신의 삶에 열광하게 되고,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고, 늘 생기와 관용으로 자신을 채워 넣을 수 있다. 바로 이 에너지가 인생 전반을 지배하게 될 때, 자긍심과 자신감으로 일에 임할 수 있다. 화목한 가정의 힘이 회사로 흘러들고 건강한 관계로 이어지고, 삶의 통제력을 확보한 정신이 건강한 에너지를 조직 안으로 불러들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라. 목적지 리스트를 필사적으로 채우는 또 하나의 전투로서의 여행 말고, 목적지가 없는 방랑자의 마음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라.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는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아라. 만나는 모든 사물에 마음을 열고 빠져들어 보라. 가슴을 잠궈 놓은 단추를 풀고, 모르는 바다의 바람이 가슴을 스치게 해라. 세상을 돌아다니다 지치면 내면의 세계를 탐험하라. 니체는 늘 깊은 내면에 숨겨둔 자신을 찾아 방랑했다. 휴식하라. 모든 마음의 스위치를 끄고 고요함 속에 잠들어라. 히말라야의 숲 속 나무 밑 바람 같은 마음의 평화와 염화시중의 미소로 모든 인간적 작은 성취들을 잊어 버려라. 모든 쓸데없는 허접한 쓰레기들을 말이다. 내가 넣은 모든 꼴들의 가치를 일축하라. 내가 집착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영광 속에 ' 1 그램의 자기 경멸'을 떨어뜨려라. 그 순간 마음이 놀랄 만큼 차분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깨의 근육이 풀리고, 악착같던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늘 또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는 것은 지금 까지 다다른 곳에 대한 부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곳, 인간의 여행은 그렇게 늘 다른 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다. 길 위에서의 인생, 바로 그 순간들이 왜 일을 해야하는 지 알려 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일과 삶이 통합되고 일치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조화와 균형은 삶의 딜렘마와 패러독스를 우리 안에 껴안는 것이다. 일과 여가, 합리와 열정, 회사와 가정, 현실과 이상 그리고 개인과 조직은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으니 모두 끌어안고 고뇌할 수 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인간이란 모순과 갈등을 모두 담아 절묘하게 비비고 발효시킬 수 있는 훌륭한 항아리라는 점이다.

우리의 지난 성공이 하드 워크와 인풋의 증가에 힘입었다하여 계속 성공의 원칙으로 고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은 새로운 차원을 요구하고 있다. 창조와 열정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요구함으로써 일은 예술의 경지를 지향한다. 이제 진정한 일꾼은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를 알아주고 받아 주는 세상을 위해 일하자. 그러나 때때로 물러나 나의 자유를 사랑하자. 그리하여 어제 보다 아름다워 지자.

( CJ를 위한 원고, 2010년 6월)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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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24 18:05:14 *.30.254.28
합리성은 감정을 희생하여 얻은 댓가..
열정과 격정의 순간...모르는 바다의 바람....
인간은 훌륭한 항아리.....아~.

스승님, 들리시나요?
간신히 1% 남아있던 합리성 마저,
무장해제되고, 터져 나오는 환호와 감탄의 탄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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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2010.06.24 22:56:01 *.121.159.138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길에 오르겠습니다. 판을 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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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8:33:17 *.134.56.1
조화와 균형
저만의 성소를 만들고 제 꼴을 맛보고자 애쓸 때
늘 저의 발목을 부여잡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과 생활의 균형 그리고 조화인 것 같습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처리해나가고 싶은데,.
현실앞에 자주 타협하는 저를 보게 됩니다.

창조와 열정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진정한 일꾼이 되기 위해
진화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더운 여름 건강조심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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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8 11:28:29 *.212.217.154

노동이 아닌 자아실현으로써의 일.

1. 집중력

2. 나만의 장소와 시간에 의식을 가지기.

3. 스스로의 작은 성공을 즐기기.

4. 열린마음의 여행을 떠나기.


일 중독이 아닌, 자기일을 사랑하기.

진심으로 즐기는 것이 최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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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1 22:38:28 *.212.217.154

타인의 일을 이행하는 직업인.

그들을 어떻게 조직이 향하는 곳으로 이끌것인가?

모든 리더들이 고민하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런데,

물을 마시기 싫어하는 노세에게 물을 억지로 먹이듯이.

그러한 사람들을 반드시 이끌고 가야할지.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기업의 유명한 사훈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돕니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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