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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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 가듯 직장에 출근할 수 있을까 ? 아마 꿈 속에서나 있는 일이라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기업이 실제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이다. 구글의 경영자와 임원은 스스로 파티의 주인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지배하는 문화는 "나는 할 수 있다"이다. 이런 자신감 속에서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의 팀이 만들어 지고 그들은 상사의 통제를 받는 대신 스스로 관리한다. 이 작은 팀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결정한다' 라는 규범을 준수한다.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이 협력의 힘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창의적이지만 놀이 정신을 잊은 직장인들은 인간의 특성과 능력의 일부만 활용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출근하여 일하지만 직장인의 85%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보다 적게 몰입하고 있다. 능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시대에는 단순히 복종적이고 근면한 사람들 보다는 커다란 부가가치 즉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하여 성과를 내는 '더 인간다운 경영방식'을 재발명해 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시키는 일을 하면 돈을 주는' 관료적 방식을 버리고, '재능을 발휘한 댓가로 보상하는' 커뮤니티의 정신으로 무장된 경영방식을 찾아내야한다. 그것은 '자유로운 협력'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사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범용적 협력의 원칙을 찾아보자.
고어 W.L Gore & Associates는 듀폰의 직원이었던 윌버트 고어가 창립했고, 아들 로버트 고어에 승계된 기업이다. 이 회사는 관리계층도 없고 조직도도 없다. 직함도 귀하고 보스도 없다. 따라서 사다리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상사가 아니라 동료에게 봉사한다. 그대신 스스로 관리하는 소규모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은 보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 책임을 진다. 공통의 목표는 "재미있게 일하고 돈을 벌자"이다. 웃음이 날 만큼 소박하다. 신입 사원들은 몇 달 동안 여러 기술을 전전하며 자신의 적성을 테스트 한다. 이때 보스 대신 후견인이 있어 도와준다. 직원이란 쥐고 흔드는 군림의 대상이 아니라 조언하고 후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일주일에 반나절 '장난 시간'이 있어 사람들은 창의적 주제를 위해 모인다. 아이디어에는 소유권이 주어진다. 고어의 케이스를 통해 어떻게 이런 자유로운 협력이 가능한지 그 협력의 원칙과 기술을 추려보자.
첫째, 명령은 없다. 오지 헌신이 있을 뿐이다.
모든 헌신은 스스로 우러나온다. 자유인이라는 뜻이다. 바로 이 자기주도성이 리더라는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리더는 임명되지 않고 오히려 동료들이 필요한 경우 리더를 선출한다. 따라서 거듭 성과를 이뤄낸 사람은 추종자를 모을 수 있고, 리더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이 아이디어를 걸고 모임을 소집했을 때,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리더가 된다. 결국 누군가가 임명한 사람이 아니라, 헌신하여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리더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개인은 팀의 성공에 따라 평가되고 보상 받는다.
개인이 개인의 성과로 평가 받지 않는다. 팀에 공헌한 기여도에 따라 평가 받는다. 예를 들어 고어에서는 1년에 한 번 종합평가를 받는다. 20명의 동료에게서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대상자와 같은 분야에서 뽑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보상위원회가 이 자료를 공유한다. 압력은 보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팀 동료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자주 얼굴을 보고 만나라. 접촉에 촛점을 두어 자주 만나야 함께 일할 수 있다.
이메일은 사절이다. 얼굴보고 이야기해라. 어쩌면 사회적 추세와 반대된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다. 종종 우리는 사회의 흐름의 반대쪽에 있는 잊혀진 본질을 되찾아 옴으로써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빠른 시대에 느림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조화다. 패스트푸드가 이 빠른 시대를 대변한다면, 슬로푸드는 그 반대를 지향하며 삶의 숨겨진 핵심을 복원한다. 딜레마와 패러독스는 삶의 본질이며, 따라서 우리는 이 대목에서 대극적 가치의 양 극단을 모두 받아들여 삶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어의 경우 접촉을 권장하고 한 곳에 200 명 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제한한다. 조직이 너무 커지면, 중요한 결정에서 개인이 얻는 몫이 적어지고, '우리가 결정한다' 에서, '그들이 결정한다'로 바뀌기 때문이다. 큰 것이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관료주의도 덩달아 커진다. 내면적 동기는 떨어뜨리고, 인간관계는 방해받는다.
협력이란 나를 희생해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서로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회적 방식이며, 그 과정에서 서로 이익을 얻는 가장 바람직한 행동 양식인 것이다. 협력은 누구의 희생도 요구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각자의 차별적 필살기로 공헌함으로써 서로의 성공을 지원하고 함께 승리자가 되는 방법이다. 만일 이 과정에서 누군가 팀원을 희생시켰다면 그것은 협력이 아니다. 경쟁이 나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이 편향되어 있는 시각이라면, 협력은 우리의 성공을 겨냥하며, '함께 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헌신은 있으나 희생은 없다. 공헌은 있으나 경쟁은 없다. 그렇다. 가장 훌륭한 리더십이란 바로 '우리가 함께 해냈구나' 라고 모두 외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헌신과 공헌인 것이다.
이제 질문해 보자. 동료들은 나를 늘 훌륭한 팀원으로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할까 ? 만일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되돌아온다면, 내가 팀을 위해 나를 헌신한 적이 언제인지 물어 보자.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숙한 '내'가 되기 위해서 나를 다 던져 넣을 수 있는 헌신의 방법을 찾아보자. 그러면 매일 만나는 똑같은 바로 그 사람들이 '그들'에서부터 '우리'가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윤선생 기고문 2010.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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