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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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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6일 10시 19분 등록

이리저리 아무리 애를 써 보지만 풀리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그 곤란함의 강도는 사안에 따라 다르고, 그런 일이 찾아오는 빈도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그런 일은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문제로 왕왕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들인데 도무지 피해지지가 않는 그런 일들이 누구에게나 꼭 있습니다.

 

사람과 경우에 따라 돈이나 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랑의 문제일 수도 있지요. 내 몸이나 마음과 관련한 문제일 수도 있고 나와 연결된 인연과 관련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지나온 날 만난 어떤 경험이 가져오는 문제일 수도 있고 다가올 날 겪게 될 것 같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오직 생존과 관련한 문제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지향과 관련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형이하학적인 문제냐 형이상학적인 문제냐 구분할 수는 있지만 그 곤란함은 늘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과거와 관련된 문제냐 아니면 미래와 관련된 문제냐 구분해 볼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늘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냐 그렇지 못한 문제냐 나누어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내가 마주하고 해소해야 할 문제라는 점이 또한 본질입니다.

 

당연히 내게도 그런 문제가 여럿 있습니다. 찾아왔다가 사라지거나 해결된 문제도 있지만 도무지 사라지거나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문제도 여전히 내 앞에 놓여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맞서본 적도 많습니다. 장렬히 패배한 경험도 있고 작은 승리를 맞이한 때도 있습니다. 물론 승률은 낮았습니다. 패배가 내게 수동공격성을 선택하게 한 경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그러저러한 방법을 다 선택해 보았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있습니다.

 

결국 나는 그런 문제를 대하는 원칙을 하나 정하게 되었습니다. 원칙을 세워두면 혼란과 통증을 다루기가 쉽다는 것을 알게 된 때문이지요. 중요한 것은 원칙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내가 세운 원칙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언제고 원칙은 수정되고 보완할 수 있는 ‘말랑한 상태’로 열어두었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나는 제일 먼저 ‘직면의 시간을 갖는다’는 원칙을 세워두었습니다.

 

직면한다는 것은 생채기가 난 자리를 열어젖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괴로움과 곤란함의 진원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더 넓은 부위나 기관으로 감염되고 옮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픔의 진원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아프거나 두려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어야 알아챌 수 있고, 알아내야 자가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문제가 나 자신에게서 연유한 것인지 아니면 내 외부로부터 연유하는 것인지, 그것이 내 과거에서 비롯한 것인지 아니면 미래와 연결되어 있어 곤란한 문제인지, 그것이 나 하나의 변화나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결코 나 하나의 결심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지, 내 힘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아니면 우주의 운행이 개입되어야 해결될 수 있을지...

 

매번 직면은 나를 아프게 합니다. 정말 아픈 시간입니다. 하지만 직면이야말로 곤란함을 넘어서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그렇게 직면의 과정을 거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나에게 찾아온 문제들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냐구요? 대부분 나와 나란히 걷고 있습니다.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나란히 걷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 이해하실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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