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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5일 10시 15분 등록


   이런 상상을 해보자. 순전히 재미로 말이다. 직장인에게 부서도 없고 직위도 없고 직책도 없다고 해보자. 매일 출근할 필요도 없다. 직장을 가지고 있으나 하는 일이 항상 같지는 않은 자유로운 프리랜서다. 이 사람이 일을 찾는 방법은 이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회사의 인트라넷에 올려둔다. 상사가 시키는 일 말고 정말로 자기가 한번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말이다. 만일 이 일을 함께 해보고 싶은 서너명의 동조자를 얻게 되면, 그때 회사에 알리고 그들과 한 팀이 되어 일한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으면 회사로부터 특별한 보너스를 받는다. 따라서 이 직원의 수입은 일정한 수준의 정규적 기본급에 스스로 하고 싶어 한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른 보상을 더한 것이다. 결국 회사 내부에 자신을 팔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동지를 끌어 모을 수 있고, 프로젝트의 성공률을 높이고,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에 자주 초대를 받을 수 있어야 유능한 직원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이런 아이디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저 좀 지루하기는 하지만 시키는 일을 하며 매일 만나는 같은 사람들과 지지고 볶다가 인생의 중반에서 퇴직을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아니면 이들 프리랜서 직업인들처럼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스스로 동지를 모으고 그 일에 빠져 열정을 다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 받기를 원하는가 ?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기존의 고정된 부서단위 직무 수행 방식으로는 직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해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기업들은 실제로 이런 내부 프리랜서 개념을 이미 실험해 오고 있다.

머크사의 연구개발부는 오래전부터 개별 연구원이 어떤 프로젝트를 맡을 것인지를 선택할 자유를 주어왔다. 프로젝트 리더는 회사로부터 별도의 예산이나 장려금을 받지 않는다. 스스로 팀원을 모집하여 팀 리더가 된 다음 프로젝트에 필요한 장비나 자원을 각자 가져오도록 한다. 다른 직원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얻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는다. 휴렛팩커드는 조금 더 발전된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HP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누구나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있으면 고위 임원위원회 카페에 상정할 수 있다. 이 위원회는 벤처캐피털 투자회사처럼 유망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투자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가 내부 네트워크에 돌게 되고 누구든 관심을 가진 사람은 프로젝트 리더와 접촉한다. 논의를 거쳐 프로젝트팀이 짜여진다. 좋은 아이디어가 조직의 구석구석을 돌고, 합당한 관심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지원을 통해 가장 열정적인 팀을 구성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젝트라고 여기면 관리자의 승인여부에 관계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어떤 프로젝트가 그 개인에게 적합한지를 적절히 피드백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자금 지원을 받은 리더가 만일 어떤 특정인이 꼭 참여 해 주기를 바란다면 지원 받은 자금을 써서 그 사람을 초빙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경우 이 사람의 몸값은 높아지게 된다. 반대로 어떤 직원이 관심을 가진 프로젝트에 신청했지만 뽑히지 않는다면 자신의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스스로를 적절하게 마케팅하지 못한 셈이 된다. 각 프로젝트 팀은 사실상 이익단위가 되어 팀의 성과를 극대화시키려고 한다. 년말이 되면 성과에 따라 명예와 보상이 뒤따른다. 누구나 조직에 가장 가치있는 일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을 통해 기업은 조직을 개편하지 않고도 그때그때 필요한 역량을 계속 확보해 갈 수 있다.

홀푸드(Whole Food)사가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방식도 유별나다. 정규직원이 되려면 모든 구직자는 농산물, 빵, 조제식품등 여러 매장에서 근무하며 일정 기간 인턴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다음 부서원들은 투표로 이 구직자의 채용여부를 결정한다. 팀원들은 월간근무평가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새로 선택한 신입사원이 자신의 급여에 당장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신규채용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 방법이 바로 투표인 것이다.

이런 실험들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가장 좋은 것은 실패를 동반한 실험을 통해 찾아진다'는 믿음이다. 민주주의는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모두 채택된 모델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체제 중에서 결합과 자유를 가장 잘 배합시킨 모델인 것이다. 기업 역시 민주주의적 개념을 경영에 도입하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경영을 모색할 때 위대한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일보/ 대구 매일신문을 위한 기고문, 2010년 12월 6일)

IP *.16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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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7:07:26 *.212.217.154

민주적 경제조직. 

투명한 의사결정.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일을, 해야만 하는 수동적 행위가 아닌

즐길 수 있는 능동적 놀이로써의 진보. 혁명!

이런 요소들이21세기에 조직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적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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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4 21:33:03 *.212.217.154

이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공유합니다.

https://brunch.co.kr/@younghakjang/15

수평적 조직문화와 수직적 조직구조.

이 두가지가 함께할때

민주적 실험이 성공할 수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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