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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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시(詩)처럼 산다
시처럼 살고 싶다. 어느 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한 사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문득 의미를 발견하고 말할 수 없는 헌신으로 열중하고, 멀쩡하던 어느 여인이 문득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면의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 느닷없는 전환은 아름답다. 그것이 삶을 시처럼 사는 것이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새로운 정신세계로 진입함으로써 위대해진다. 나는 이 위대한 정신적 도약을 사진으로 찍어 보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나는 그 도약의 순간을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노려왔다. 이 책은 바로 그 도약의 순간 혹은 질주의 전과정을 포착한 기록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삶이 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갈림길 앞에서,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음으로, 그들의 운명은 한 길로 나아 갈 수 밖에 없다. 그 길 이후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니 갈림길 마다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리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비범한 분야 하나쯤은 푸른 하늘처럼 가슴에 품고 있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평범한 사람의 도약 과정이야말로 삶의 절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 부분이 시가 된다. 나는 그 시적 장면을 낚는다.
힘껏 벌린 활처럼 가슴 가득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쓰고 가는 인생으로 빠져든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삶들은 어떤 조건에서 깨어나게 되었을까 ? 평범함 속에 존재하는 비범함은 언제 어떻게 작동하게 되었던 것일까 ? 나는 그 매혹적인 작동원리를 인생의 코너를 도는 일곱 개의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한다. 나는 이 아이디어에 흥분한다. 나의 피는 다시 붉어진다. 싱싱한 젊음으로 충만해져 나는 흥미진진한 프로젝트에 빠져든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 그 자체로서의 그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역사적 인물로서의 간디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대신 인생의 어느 변곡점에서 도약을 하게 될 때 그가 다다른 정신적 경지에 나는 빨려든다. 마리츠버그의 역사에서 하루 밤을 지새는 동안 간디는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무엇을 보게 되었을까 ? 간디의 삶은 그 날 하룻밤에 의해 어설픈 변호사에서부터 위대한 지도자의 길로 도약한다. 마리츠버그의 그 밤, 나는 오직 그 밤이 그에게 준 것들을 찾아보려 했다. 나는 그가 겪었을 정신적 경지에 접속하기 위해 먼저 그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나는 그가 된다. 그가 살았던 그 시대 그 상황으로 들어간다. 시간 여행의 여행자가 되어 그의 옷 속으로 기어들고 그의 피부로 파고 들어가 그의 내장을 안고 그 자리에 그가 되어 서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되어 느껴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이야기는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시작된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였기에. 우리는 분리되지 않는 영혼이고, 내 속에선 인류 전체가 녹아들어 있음을 믿기에. 글을 쓰면서 나는 이 황홀한 전도와 이입을 맛보았다.
춤을 출 때 나는 어떤 힘이, 그래, 영적인 어떤 힘이 내 안으로 깃드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내 영혼은 더 할 나위 없이 고양된다. 나는 우주와 하나가 된다. 별도 되고 달도 된다.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가 하면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 승리자가 되는가하면 무언가에 정복당한 존재가 된다. 노래하는 존재이자 그가 부르는 노래 자체가 된다. 이해하는 사람이면서 이해 받는 자가 되곤하는 것이다. - 마이클 잭슨
위대한 인물이 아직 평범하기 그지없을 때 맞닥들인 바로 그 장면에 나를 대입하여 내가 그가 되고 그가 내가 되는 합체의 황홀이 지나가면 나는 깨어난다. 그리고 묻는다. 마리츠버그 역에서 겪게 된 우연한 사건이 간디의 운명을 송두리 채 바꾸어 놓았듯이 다른 위대한 사람들도 비슷한 전환을 겪었을까 ? 그렇다. 많은 위대한 인물들 역시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건너뛰는 과정에서 간디의 마리츠버그와 유사한 우연을 겪게 된다. 마리츠버그역의 우연은 간디 한 사람에게만 찾아 온 것이 아니라 우주가 준비가 된 사람에게 자신의 운명을 알려주는 신비한 고지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연이 운명이 되는 이야기는 그동안 문학이 다루어 온 흔하고도 멋진 만남의 방식이었듯이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운명적 우연을 겪게 된다. 우리는 그 우연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홀연 깨닫게 된다. 이런 우연들은 거듭된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높이 뛰어 오르게 된다. 우연이 그저 우연으로 끝나고 마는 무수한 버림의 과정을 지나 우연이 운명이 될 때의 조건은 단 하나, '바로 때가 무르익어 감이 떨어지듯' 우연은 필연이 된다.
이윽고 나는 결정적인 질문에 이르게 된다. 그 사람과 내가 하나가 되는 이입의 과정을 지나고, 유사한 패턴이 다른 영웅들에게도 나타난다면 이와 유사한 우연이 나에게도 발생했을까 ? 나에게도 간디의 마리츠버그 역이 존재했을까 ? 내 인생의 마리츠버그는 어디였을까 ? 내 인생이 하나의 시로, 작은 노래로 바뀌어 푸른 하늘로 새처럼 솟아오르던 그곳은 어디였을까 ? 나는 그 터닝 포인트에서 어떤 정신적 도약을 하게 되었을까 ? 평범한 사람인 나에게는 아직 간디의 마리츠버그역은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일까 ? 나는 내 역사를 뒤져 이 질문에 대답한다.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어도 좋다. 나는 기다린다. 그러나 그저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준비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직 땅에 속한 어린 새가 바람을 타고 떠오르듯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도약의 지점 마다 삶의 하늘을 나는 날개를 얻게 되었으니 그 때 마다 위대함의 하늘로 조금씩 떠오르게 된다.
나는 일곱 개의 이야기를 통해 일곱 개의 언덕을 넘는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그들의 삶이 하나의 시였듯이 나의 삶 역시 하나의 시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 또한 시처럼 살고 싶다. 삶이 맑은 물 속의 작은 고기떼처럼 그 유쾌한 활력으로 가득 차기를 얼마나 바라왔던가. 삶이라는 대지 위를 내 인생은 여러 개의 시로 여울져 흐른다. 날쌘 고기처럼 도약하고, 깊고 푸른 물빛으로 잠복하고, 햇빛 쏟아지는 황홀로 새처럼 지저귀며 흐른다. 때로는 봄꽃을 실어 나르고, 때로는 폭우 뒤의 격동으로 몸부림친다. 이내 거울 같은 평화 위에 하늘과 나무 그림자를 실어 나르고 마침내 바다로 흘러들어 우주 속으로 사라진다. 그때 삶은 작은 강처럼 기쁨으로 흐르리라.
그리하여 나는 나를 위하여 시를 하나 지었다.
가득 고였던 젊음은 한 번도 젊은 적 없이 비어가고 인생을 다 뒤져도 나는 없어. 살아보지도 못하고 다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이 얇은 인생을 던져 버려야겠어. 속으로 깊이 들어가 숨막히는 불이 되었다 꽃으로 터지는 것을 보아야겠어.
어두운 숲 속 헤매다 문득 들판으로 나서니 햇빛이 꽝꽝 쏟아져 나를 덮치고 나의 황홀은 나비가 되었어. 온통 끝없는 꽃밭이었지. 우주에 한 걸음 다가서자 우주는 선뜻 내게 열 걸음 다가와 주었어. 나를 기다린거야,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그 깊은 그리움으로
(* 나는 이 시의 제목이 이 책의 제목이었으면 한다. 그러면 무엇이 되면 좋을까 ? )
제목, 아시다시피 너무 어렵잖아요.
일단 프롤로그 제목은 보편적인 강렬한 제목은 아닌 것 같구요.
그 이상을 원하시기에 여기에 이 글을 올리셨겠죠.
인쇄전까지는 걸쭉한 거 하나 말씀 드릴께요.
영남권 모임을 동행하면서 사부님이 나 성당에서 영세받게 생겼다라고 하셨는데 전 그때 사실 깜짝 놀랐어요.
덥썩 물릴 사부님이 아닌데 어찌 그렇게 됐을까, 나이 드시면 종교에 가까워지는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는 사부님과 뭔가 영적인 빛이 교감한다는 느낌이랄까...
저도 올해 뜻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세속의 기준으로 볼 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데 대학교에 들어가서 부정의 부정을 겪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후로 교회는 거의 안다니고 있지만
요즘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과 만나면 이 노래를 나도 모르게 부릅니다.
역시 본향은 거기에 있었나봅니다.
엠마오 마을로 가는 두 제자
절망과 공포에 잠겨 있을 때
주 예수 우리들에게 나타나시사
참되신 소망을 보여 주셨네
이 세상 사는 길 엠마오의 길
끝없는 슬픔이 앞길을 막으나
주 예수 우리들엑게 나타나시사
새로운 희망주심을 믿사옵니다.
이 노래가 종교적인 느낌보다 왠지 사부님의 책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제 종교인, 아니 신앙인으로 거듭날 사부님을 위해 이 크리스마스에 복음성가 하나 소개 올립니다.ㅎㅎ
삶
꽃을 피우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네
살기도 전에
죽어버린
심연의 숲으로
숨네
어두운 숲을 헤치고
태초의 광야로 나섰네
원시의 태양이 대자연을 비추고
황홀한 나비는 우주를 나네
우주는 꽃밭이었네
나래를 펼치니
대자연이 웃으며 반기네
오십 억 년을
기다린 꽃들의 품에
안기네
그리움이란 움막은
이리 포근한 것을
그 깊은 그리움으로
나는 다시 태어났다네
구본형 선생의 시에서 덧하여 써 봅니다
어느 스님은 세속의 삶이 스님의 삶보다 세 배는 어렵다고 했으며
모든 시인의 시는 세속의 삶을 통찰하고 얻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작 시의 주인공인 시인들은 시가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삶을 어느 정도 살아낸 사람들은
삶을 관조하며
삶에서 시를 길어 올려서
시인의 마음으로 시인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
문득 생각나는 책제목이.... " Life Changer" 입니다.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류에 편승하는 제목
스티브잡스로 부터 시작된 Game Rule을 바꾸는게 회자되는 지금
' Game Changer'가 경영일반에 널리 읽히고 있는 상태로
비슷한 이름을 갖는게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함.
2. 책에 내용을 대변하는 제목
전체 내용을 몰라도 어떤 변화로 인해 범인이 비범하게 되고
어떤 사람의 인생의 변화를 주는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런 인생에 떨림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인은 어떤걸 준비해야하는지
얘기가 될것 같아서.. 'Changer'(사건/요인)가 있으면 어떨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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